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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20년

군부독재 항거한 스님들 주축
종단개혁 주도…민주화 기여
로터스월드 설립해 구호 매진
연구소 통해 불교적대안 생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요즘 부패로 망하는 보수를 보기 힘들다. 나락으로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승승장구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보면 부정부패가 고위직으로 가기 위한 훈장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그러나 진보진영에 들이대는 도덕적 잣대는 날선 칼을 연상케 한다. 작은 흠결이라도 용서가 없다. “깨끗한 척하더니 별수 없다”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도덕적 기대감에 대한 대중들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잣대가 공정치 않다. 이것이 세상인심인지도 모른다. 함께 더러워야 하는데 깨끗한 척 한 것이 죄라면 죄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모든 사람이 탐욕에 불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교계 대표 진보단체인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 지난 20년은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이중으로 적용되는 보수와 진보의 잣대가 그대로 투영된 느낌이다. 한국불교, 특히 조계종은 실천승가회에 적지 않은 빚을 지고 있다.

 

1994년 무소불위의 서의현 조계종 전 총무원장의 1인 독재시대를 끝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실천승가회의 치열한 시대정신과 애종심이 있었다. 몸서리치게 무서웠던 군부독재 시절을 온 몸으로 돌파했던 스님들이 교단과 불교에 대한 열망으로 종단개혁의 불씨를 지폈다. 종단 내적으로 엄청난 내홍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교단 내부의 제도적 민주화를 확보하고 일제로부터 시작된 정권 예속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었다. 그 치열했던 구종의 결과가 오늘날의 조계종이다. 교육제도를 정비해 승려의 자질을 높이고 권력을 분산시키고 종단의 수장을 선거를 통해 추대하는 모습은 개혁이 일궈낸 성과였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개혁의 정신은 갈수록 퇴색되고 폐해도 드러났다. 그런 폐해가 나올 때마다 실천승가회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실천승가회는 개혁의 주축이었지만 종권을 잡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러나 개혁정신이 퇴색될 때마다 실천승가회는 싸잡아 비판받았고, 작은 허물에도 도덕성과 진보성을 의심받았다. 이것은 진보를 자처하는 실천승가회의 숙명이었을 것이다. 이는 실천승가회를 더욱 단련시키는 촉매가 됐다. 실천승가회는 꾸준히 활동의 폭을 넓혔다. 교계대표 NGO단체로 변모해 환경과 인권 문제에 불교의 목소리를 냈다. 국제구호단체 ‘로터스월드’를 설립해 캄보디아 아동센터를 건립하고 교육과 구호활동에 매진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불교 담론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런 실천승가회가 2월26일 지난 2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세미나를 연다. 1992년 10월1일 창립했으니, 2012년 10월1일이 20주년일터이지만 내적으로 승풍실추 사건에 연말 대통령 선거가 겹치면서 부득이 뒤늦게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한다. 총무원장 권력 독점이 문제가 됐던 1994년과 달리 지금은 종회의원의 과도한 권력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비구니 차별과 재가자 소외는 여전히 미완의 개혁으로 남아있다. 또 당시 개혁이 필연이었다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불교적 요소에 대한 반성적 성찰도 필요하다.

 

▲김형규 부장

최근 멸빈된 서의현 전 총무원장이 징계절차의 문제점을 들어 재심을 요구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세월이 벌써 20년이나 흘렀다. 파사현정과 자비무적 중에서 어떤 것이 수승한 해법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봤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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