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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천한 사람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이 귀하고 천함은
말·행위에 따른 결과
지위나 신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 어리석어


‘숫따니빠따’의 많은 비유 가운데, 마지막으로 ‘천한 사람’이란 비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비유는 ‘천한 사람의 경(Vasalasutta)’에 나온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은 비유라기보다는 은유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천하다’라고 할 때, 우리는 사전적 정의로 ‘지위나 지체가 낮다’ 혹은 ‘말이나 행동이 상스럽다’란 의미로 받아들인다. 대개는 첫 번째 ‘지위나 지체’가 낮은 사람을 ‘천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처님은 천한 것은 지위나 지체 때문이 아님을 이 경에서 밝히고 계신다. 이 경의 배경은 이러하다. 부처님께서 사왓띠(사위성)로 탁발을 나가셨을 때, 바라드와자(Bhāradvāja)라고 하는 바라문이 부처님을 ‘천한 놈(vasalaka)’이라고 비난했다. 이유는 승단에 불가촉천민 등을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부처님은 ‘천한 사람’은 누구이며, 그 조건은 무엇인지를 묻자, 바라문은 ‘모릅니다.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해서 설해지게 되었다.


부처님의 위대함 중 하나는 상식적으로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을 뒤집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말하자면 의미의 질적 변환을 일으키는 탁월한 능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예를 ‘천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다.


부처님은 태어날 때부터 ‘천한 사람’인 것이 아니며, 행위로 인해 천한 사람이 된다고 말씀하신다.


사실 그 옛날 엄격한 신분질서 사회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오히려 지금의 우리는 그 사람의 됨됨이와 행동이 아닌, 외모나 그 사람의 조건으로 판단하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보게 된다.


경전 속에서 부처님께서 천한 사람으로 언급하는 것 가운데, 우리의 현실에 맞는 부분만을 간추려 제시하면 “①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며, 악독하고 시기심이 많고 소견이 그릇되어 속이길 잘 하는 사람 ②생명을 해치고 생명에 자비심이 없는 사람 ③남의 것을 제 것이라고 하며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사람 ④빚이 있으면서도 갚을 빚이 없다고 하는 사람 ⑤몇 푼 안 되는 물건 때문에 길가는 사람을 살해하고 빼앗는 사람 ⑥증인으로 나가서는 재물 때문에 거짓 증언하는 사람 ⑦폭력으로 남의 아내를 빼앗거나 그릇된 사랑에 빠져 친지나 친구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사람 ⑧자신은 풍족하게 살면서 늙고 쇠약한 부모님을 모시지 않는 사람 ⑨부모와 형제자매, 배우자나 그 부모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⑩유익한 충고를 구하는 사람에게 불리하거나 불분명하게 말해주는 사람 ⑪나쁜 일을 하면서 그것을 숨기는 사람 ⑫남에게는 대접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을 접대하지 않는 사람 ⑬사소한 물건을 탐하여 거짓을 말하는 사람 ⑭자신을 칭찬하고, 타인을 욕하며 스스로 교만에 빠진 사람 ⑮남을 화내게 하고 이기적이며,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 ⑯바르게 수행하는 출가나 재가의 제자들을 헐뜯는 사람 ⑰깨닫지 못한 사람이 깨달았다고 주장하는 사람” 등이다.


이러한 사람이 대통령과 같이 높은 자리에 있거나 대중적 인기를 누린다하더라도 그 사람은 ‘천한 사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잘한 일은 다 ‘내’탓이고, 일이 틀어지거나 잘못되면 ‘남’탓을 하는 사람을 우리는 흔히 본다. 사실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수많은 뉴스거리가 바로 이런 ‘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이필원 박사

고귀한 척 하지만, 실은 천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나는 이 중에서 어떤 천한 행동을 하는지 살펴볼 일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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