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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요동치는 마음

기자명 법보신문

이기심으로 치닫는 마음에 제동 걸어야

움직임에 익숙한 우리는
고요함 견디기 힘들어해
들뜨면 많아지는 번뇌망상
맑은 정신으로 알아차려야


일상의 생활을 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마음상태를 살펴보자. 어떤 때는 심하게 들떠 있고 어떤 때는 심하게 가라앉아 있다. 들떠있을 때는 안정시키기 어렵고 가라앉아있을 때는 정신을 맑게 집중하기가 어렵다. 들떠 있을 때는 번뇌가 많이 생긴다. 이런 저런 생각도 두서없이 일어나고 행동도 들떠서 실수가 많아진다. 반대로 가라앉아 있을 때는 게을러지고 잠에 빠지며 의욕을 상실할 수 있다. 해야 할 일이나 약속한 일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익숙해지면 그 사람의 성격이 된다. 두 현상 모두 조절을 필요로 한다. 바람직하고 생산적인 삶을 위해서 우리는 안정되고 맑은 집중 능력이 있어야 한다. ‘화엄경’ 정행품 여섯 번째 질문에는 이와 같이 들뜨거나 가라앉아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움직이지 않는 몸과 말과 생각의 행위를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염각분(念覺分) 택법(擇法)각분 정진(精進)각분 희(喜)각분 의()각분 정(定)각분 사(捨)각분 공(空)해탈 무상(無相)해탈 무원(無願)해탈을 잘 닦을 수 있는가?”


‘움직이지 않는 행위’를 구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도 많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탐욕과 분노가 움직이고 어리석음과 거만심이 움직인다. 자기의 견해에 집착한 분별이 움직이고 다양한 의심이 움직인다. 이것들이 움직이는 순간에는 이익이 될 듯 하고 당연한 듯 하다. 그러나 인과의 흐름에서 살펴보면 결국 후회할 일들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는 인간관계의 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움직이는 행위’들은 우리 인간관계의 환경을 매우 삭막하게 만들어 준다. 의각분,  정각분, 사각분이 이 문제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움직임에 익숙한 우리는 고요한 상태를 견디기 힘들어 한다. 활동을 정지하고 가만히 앉혀두면 사르르 잠에 빠진다. 무기력하고 잠에 쉽게 빠지는 상태에서 자신을 맑고 가볍게 유지하는 방법이 택법각분, 정진각분, 희각분이다.


가라앉는 상태를 혼침이라 한다. 혼침의 한 현상이 의욕상실이다. 현대인에게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 가지 사례가 있다. 한국사람으로 대만에 시집간 부인이 있다. 남편은 대만인이고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매우 활동적이었던 부인은 모든 의욕을 잃고 집안에만 있었다. 안타까워하는 지인들이 찾아와 위로하고 설득해도 꼼짝도 안했다. 안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못한 것이다. 그냥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2년 정도 흘러가는 중 어느 날 부인의 아파트 층에서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타 죽을 것 같다는 위기감이 그 부인을 집 밖으로 나가게 하였다. 순간에 일으킨 삶에 대한 의욕이 그 부인의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지금은 방송에도 출연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침체된 상태에서 벗어나 활기를 넣어주는 새로운 상황을 선택하고 수용하였던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상태 상황에 안주해 있으면서 아무리 어려움을 하소연해도 소용없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새로운 국면을 선택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염각분은 자기 자신에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태를 알아차리는 자각능력이다.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알아차린 상태가 깨어있음으로 연결되는 것이 염각분이다. 택법각분이란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깨어있음으로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위의 부인에게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봤지만 실패했고 화재라는 위기상황이 침체된 기운을 일깨웠다. 방법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방법을 잘못 적용하였던 것이다. 지혜로운 선택이 있어야 한다. 좋은 방법을 찾았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마음이 없으면 다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끊임없는 정밀한 노력이 깨어있음으로 이어지는 것이 정진각분이다. 희각분이란 선정의 상태에서 얻는 기쁨을 말한다. 안정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깊은 즐거움이다. 이 즐거움은 자신의 상태를 더 잘 알아차리게 하고 더 좋은 방법을 선택하게 하고 더 정밀하게 노력하게 한다. 그리고 더 깊고 안정된 즐거움을 누리게 만든다. 정체된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동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들떠있을 때는 들떠있는 자기 자신을 알아차리는 것이 염각분이다. 들떠있는 이유가 몸이나 말 같은 거친 것일 수 있다. 이 거친 행위를 인과의 흐름위에서 관찰하고 그 해로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내려놓는다. 이렇게 내려놓으면 평온하고 가벼운 상태가 된다. 이것을 의각분 또는 경안각분이라 한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거친 번뇌와 습관을 내려놓아야 안정된 상태를 얻는다. 안정된 상태를 정각분이라 한다.

 

▲도암 스님

안정이 점점 깊어지면 그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미세한 습관과 번뇌가 보이게 된다. 이러한 모든 것을 모두 내려놓고 깊은 선정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깊은 선정의 상태에서는 자신의 상태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깊어진다. 깊어진 관찰력으로 더 깊은 평온하고 안정된 상태를 얻는다. 그리고 깊은 선정을 얻고 다시 미세한 번뇌를 알아차리고 내려놓는다. 반복하면서 점점 더 깊은 선정과 지혜를 얻는다.

 

송광사 강주 도암 스님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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