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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음밭

기자명 법보신문

좋은 종자를 심어야 선한 열매 맺는다

숱한 삶 윤회하며 쌓은 인연

아뢰야식에 씨앗으로 저장

선택된 씨앗이 잘 자라도록

탁마하며 좋은 환경 갖춰야

 

불교나 ‘화엄경’을 이야기하면 당연히 수행이 중심주제로 떠오른다. 그러나 수행 이전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나도 좋은 동기를 갖고 살고 싶다. 진실한 마음을 담아 좋은 모습을 보이며 살고 싶다. 나도 나 자신을 바르게 스트레스 없이 조절하고 싶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의 모습을 갖고 싶다.” 우리는 자신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실천의 시작지점과 연습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노력을 하더라도 방법이 좋지 않으면 실패할 수도 있다. 지수보살이 문수보살에게 물은 여덟 번째 질문의 요점은 우리의 평소 소망을 담고 있다. 경문을 보자.

 

“어떻게 하면 청정한 몸과 말과 생각의 행위를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선인의 힘, 욕구의 힘, 방편의 힘, 선연의 힘, 인연하는 바의 힘, 오근의 힘, 관찰의 힘, 사마타의 힘, 위빠사나의 힘, 사유의 힘을 얻을 수 있는가?”

 

사람마다 수많은 삶을 윤회하며 지내왔고 그 삶의 과정과 내용이 우리의 아뢰야식에 모두 종자의 상태로 저장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모든 종류의 종자가 잠재되어 있으니 무엇이든 될 수가 있다. 종자 창고에 다양한 종자가 대기하고 있고 인연의 밭에 뿌려져야 다시 자기 성장을 할 수 있다. 가능성의 종류와 방향에는 제한이 없다. 그렇다고 존재하는 모든 종자가 다 밭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내 인생의 밭에 아무 종자나 와서 열매를 맺게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종자를 선택하고 그 선택된 종자가 잘 자라도록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인가 하는 선택은 여전히 나의 몫이다. 방법을 잘 선택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면 다음 경문을 보자.

 

위의 경문에 대해 청량국사가 해석하기를 “업의 바탕이 청정하기가 허공과 같기 때문에 도를 갖추는 인연을 이룬다”고 하였다. 도를 갖추는 인연이란 도를 돕는 인연, 도를 성취하는 인연이다. 업의 바탕이 청정해야 도를 이룰 수 있는 인연들을 담아낼 수 있다. 청정하다는 것은 불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불성의 특징을 말하자면 대표적으로 다섯 가지를 들 수 있다. ①진성, 진실하고 정성스러운 몸과 마음의 상태이다. ②평등, 분별하고 차별하는 것은 중생의 업이고 평등하고 무분별한 것은 불보살의 경계다. ③청정, 집착이나 분별 망상에 사로잡혀 있으면 우리의 업이 탁해진다. 청정하다는 것은 최소한 집착이 없는 것이고 최대로는 망상마저 떨어져나간 것을 말한다. ④정각, 우리의 행주좌와 일상생활이 항상 각과 상응하여 미혹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성상 이사 인과의 여섯 가지를 명료하게 시시각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⑤자비, 앞의 네 가지 덕이 올바르게 갖추어졌다면 당연하게 중생을 향한 애정이 넘쳐흐를 것이다. 중생을 향해 진실하고 정성스러우면 평등하게 대하고 청정하게 안내하며 항상 깨달음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이와 같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두 번째 경문에 주목해야 한다.

 

‘선인의 힘, 욕구의 힘’이라는 말이 있다. 아뢰야식의 종자는 원인이다. 그 원인에는 선한 것도 있고 악한 것도 있다. 그 가운데 나는 선한 것을 위주로 선택하고 악한 것은 배제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 결단력이 있는가. 이것은 삶의 방향과 목적을 선택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욕구의 힘’이란 진실하게 지속적으로 원하는 마음이다. 위에서 불성의 다섯 가지 특징을 말하였다. 이 다섯 가지를 내 삶의 목표로, 성취의 목표로 삼는다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좋은 인연을 모으게 된다. 목표와 방향이 정해져도 장애는 생기기 마련이다. 여러 가지 장애가 생길 때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방편력이다.

 

‘선연의 힘, 인연하는 바의 힘’이라는 말 가운데 ‘선연의 힘’이란 선지식 지도자 선생님을 말한다. 우리가 미완성의 초급 단계에 있을 때 우리를 지도하고 이끌어 줄 안내자가 있어야 한다. 요즘 세상에는 학교도 많고 선생님도 많지만 학생은 인생을 맡기지 않고 선생님은 인생을 다듬어주지 못한다. 선생님이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믿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선인의 힘, 욕구의 힘’은 학생의 마음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마음 자세가 배울 준비가 되어야 진정한 스승이 그 모습을 나타낸다. 스승이 스승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스승은 학생에게 학생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인내를 요구할 수 있다. 과정을 마치고 나면 당연히 이해하겠지만 말이다. 믿고 의지하는 두터운 신뢰가 요구된다. 그렇게 선생님을 믿고 모인 다수의 동료는 ‘인연하는 바의 힘’이 된다. 동문수학하면서 함께 탁마하는 관계를 말한다. 우리의 성취를 위해서는 스승뿐 아니라 도반의 힘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화엄경’은 말하고 있다.

 

▲도암 스님

산골에 살고 있는 승려로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스님 저도 이 분야에 가능성이 있을까요. 저는 해봐도 잘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론 나의 대답은 “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방법을 잘 선택하고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한다. 평범한 답일 수도 있으나 이것도 위 경전에서 부처님이 해 준 깊은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송광사 강주 도암 스님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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