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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윤창화 대표가 김광식 박사에게

  • 기고
  • 입력 2013.03.15 10:37
  • 수정 2013.03.18 16:04
  • 댓글 0

자기 견해 없이 일방적 훈계만
인격 무시·폄하의 글 아쉬워
학문은 항상 진리·정의 향해야
불자 기준은 조사보다 부처님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지난해 불교평론 가을호에서 경허 스님의 파계행을 비판해 큰 논란이 됐던 가운데 최근 근현대불교연구가인 김광식 박사가 불교평론 봄호에서 윤 대표의 논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표는 일체 대응하지 않겠다는 처음 입장을 접고 20년 지기(知己)라는 김광식 박사의 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글을 보내와 이를 전문 게재한다. 편집자

 

▲윤창화 민족사 대표

선생이 발표한 ‘경허논의의 비판적 검토-윤창화의 논고를 중심으로’라는 글은 잘 읽었습니다. 김 선생은 모두(冒頭)에서 “경허연구의 새로운 논의를 위해 문제가 된 윤창화의 논고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이를 반박하는 논지에 대한 검토를 시도하고자 한다”라고 밝힌 바와 같이, 지난해 9월 내가 발표한 글(경허의 주색과 삼수갑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부정, 비판했습니다. 물론 박재현 선생 등 다른 이의 글도 다루었지만, 그 필봉의 강도는 엄혹과 관대, 엄동설한과 춘풍의 차이였습니다.


김 선생의 말씀대로 진정 “경허 연구의 새로운 논의를 위해(…)근현대 고승 연구는 이러한 토론을 통해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어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경허 스님의 행위에 대하여 윤창화는 그렇게 보았지만, 나는 이렇게 본다”라고 의견을 제시하고 논지를 피력해 가야만 토론을 통해 새로운 학문적 지평을 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김 선생은 단 한 곳도 자신의 견해는 피력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폭 넓게 보고 심사숙고 하였어야 한다”는 말로 훈계 혹은 타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김 선생의 글 가운데 ‘윤창화의 글, 다시 읽기’는 선언적인 글로 마치 판사가 죄인을 세워놓고 논고하는 느낌입니다. 이런 글은 구체적인 검토 이후 결론부분에서 말해야 하는데, 앞에서 처리한 것은 윤창화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자 한 의도라고 봅니다. 논문 서술의 정석에서 벗어난 것은 아닌지요. 또 김 선생은 “윤창화는 자신이 발견한 자료에 약간 도취되었기에…” 또는 “역사 서술상식에서 소홀하였다” 등등의 표현을 하였는데, 이런 표현은 인격 무시나 폄하적인 글에 가깝습니다. 아무리 비판적인 글이라고 해도 견해차이가 쟁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인격 폄하적인 표현은 지나친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김 선생과 나는 20년 지기(知己)에 가깝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만났던 것 같고, 또 내가 경영하는 민족사에서 김 선생의 박사논문인 ‘고려무신정권과 불교계’를 출판(1995년)한 이후 지금까지 김 선생의 책을 약 10권이나 출판했습니다. 나와 함께 공동으로 작업한 책도 한권(사진집, 한국불교 100년) 있습니다. 그 가운데 재판은 겨우 한권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근대불교 관련 책들을 꾸준히 펴낸 이유가 경제적인 이득 때문이 아니었음은 누구보다 김 선생이 잘 알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나에게 ‘도취되어서’ 등 매도적인 표현을 할 수가 있는지, 그것이 정말 폭넓게 고찰한 심사숙고의 결과인지 슬플 뿐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김 선생은 나에게 “윤창화는 이런 역사 서술상식에서 소홀하였다”고 했는데, 김 선생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나는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찍이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읽은 덕분에 ‘권선징악’이라는 역사관은 정립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학자들은 돈에 이끌려 문중에서 주문한대로 논문을 쓰는 등 역사관이 없는 학자가 적지 않습니다. 또 나는 역사학을 연구하거나 한 인물의 전기를 고찰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역사나 인물탐구를 통해서 삶의 지침을, 귀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경허 스님의 파계행위는 1981년 수덕사에서 나온 ‘경허법어’ 부록에도 많이 실려 있는 상식화 된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학자들은 미화를 넘어 이제는 일화이므로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김광식 선생, 학문은 호구지책을 넘어 진리와 정의를 향해야 합니다. 내가 오랜 세월 학술서 발간을 고집해왔던 것도 불교학이 정착돼야 한국불교가 바로 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내 자신의 허물이 적지 않음에도 구태여 이 문제를 거론했던 것은 한국불교가 청정하지 못하면 더 이상 사회로부터 존경받을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다는 선사의 언행보다는 부처님 언행이 우리 불교인들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제 변함없는 신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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