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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스님의 난데없는 분노

자비 없는 수행은 거짓이라며
책·방송서 대중 다독이던 스님
생방송 중에 청취자 선동 행위
미소 스님과는 어울리지 않아

언제부터인지 뛰어난 친화력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님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맑은 목소리와 품위 있는 글쓰기, 대중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소탈한 모습. 대중적이면서도 권위를 털어버린 이들 스님에게서 새로운 불교의 희망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불교계에서 글쟁이로 통하는 성전 스님도 그런 스님이다. 불교방송에서 수년간 생방송 ‘행복한 미소’를 진행하며 라디오 스타로도 불리는 스님은 미소가 아름다워 ‘미소 스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스님은 ‘행복한 미소’ ‘어떤 그리움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 ‘비움, 아름다운 채움’ 등 대중들의 가슴을 적시는 많은 책들을 펴냈다. 책으로, 또 방송으로 실의에 빠진 이들을 다독거리며 잔잔하게 불교의 지혜를 들려주는 것이 스님의 인기비결이다.

그런데 최근 성전 스님에게서 ‘미소’가 사라졌다. 성전 스님은 3월13일 불교방송 출연을 거부했다. 생방송 도중 “사장의 승가모독으로 인해 방송출연을 거부한다”며 청취자들을 대상으로 분노를 토해냈다. “자신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먼저 인사했는데 사장이 목만 까닥거렸다”는 것이 이유다. 사장은 합장했다고 해명했다. 스님의 말이 사실이라면 기분은 나빴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마녀사냥 하듯이 ‘승가모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더구나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중파에서 방송을 파행으로 이끌며 사장에게 모욕을 주고 청취자들을 선동하는 것은 수행자의 자세는 아니다.

사실 불교방송이 불음전파라는 본래 목적에 부합되지 못한 불미스런 일에 휩싸인 일이 적지 않았다. 이사장 영담 스님은 몇 해 전 MBC PD수첩에 출연해 “반대파에 대해서는 확 목을 따버려야 한다”고 발언해 불자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안겼다. 영담 스님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뮤지컬 원효에서는 개신교 신자에게 원효 스님 역을 맡기는 바람에 불자들의 정재가 개신교 신자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불교방송 PD들이 가요순위를 조작해 주는 조건으로 뒷돈을 받았다가 500만원의 벌금을 받고 해고되기도 했다. 사장의 목례에도 승단모욕이라고 분노하는 성전 스님이 이러한 중차대한 일에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불교방송은 현재 뮤지컬 원효의 비리의혹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사장의 강력한 조사의지가 지금의 시련을 불러왔다는 시각이다. 성전 스님은 남해 용문사 주지를 맡고 있다. 남해 용문사는 영담 스님의 문중인 쌍계사 말사다. 이러니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형규 부장
 

“수행자에게 자비가 없다면 수행은 거짓이 됩니다.” 성전 스님의 책 ‘행복한 미소’의 한 구절이다. 성전 스님이 영담 스님의 ‘목따 발언’에도 자비를 보여줬던 것처럼 사장에게도 자비를 보여줬으면 한다. 자비를 회복해 수행의 자리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또 청취자들에게도 사과해야 한다. 방송윤리법을 따지지 않더라도 불자들에 대한 기본예의일 것이다. 불교방송 이사회에서는 원효를 둘러싼 비리의혹에서부터 사장의 종교관에 대한 문제까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비움, 아름다운 채움’이라는 스님 책의 제목처럼 분노를 비우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불교방송 이사회의 결과를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다시 스님의 미소가 보고 싶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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