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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능화 ‘조선불교통사’ 발간

1918년 3월10일 출판
한국불교사 자료 총망라
10년간 노력 끝에 결실
근대사서 중 최고 역작

 

▲상현 이능화 거사

“(한국불교) 12종파의 연혁과 900개 사찰의 유서가 조각조각 난 채 파묻혀 있고, 먼지더미 속에 버려져 있었으므로, 귀가 있어도 들을 수 없고, 눈이 있어도 볼 수 없었다. 재주가 없는 내가 이를 염려하여 어리석음을 무릅쓰고 일을 시작하였다.”


1918년 3월10일. 상현 이능화 거사는 10년간의 각고 끝에 마침내 출간한 ‘조선불교통사’의 서문에서 책을 쓴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총 2300여 쪽에 상중하 3권 2책으로 순한문체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불교 1600년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근대기 최고의 역작으로 꼽힌다. 특히 조선불교통사는 한국불교와 관련된 방대한 자료를 시대별, 인물별, 사항별 등으로 정리하고 여기에 이능화 자신의 견해를 붙인 것으로 종합사서로서는 가장 치밀하고 방대한 역사서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현재까지도 최고의 저술로 평가 받는 조선불교통사가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불교사를 바로 정리한 역사서를 만들겠다는 저자 이능화 거사의 원력이 밑바탕이 됐다.


1869년 충북 괴산에서 태어난 이능화 거사는 어려서부터 한문을 배웠고 스무 살이 되어서는 불어와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외국어도 익혔다. 1895년 관립 법어학교에 입학한 그는 성적이 뛰어나 1897년 한국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불어를 가르쳤다. 그가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07년경 우연히 원흥사의 불법연구회에 참석하면서부터다. 그는 그곳에서 불교 사상을 익히게 됐고, 특히 심성설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불교사를 정리한 기록이 없다는 것을 알고 마침내 ‘조선불교통사’를 저술하겠다는 발원을 세웠다.


그러나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 몇 개월이면 끝 날 줄 알았던 저술 작업은 10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빛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료 수집을 위해 중국과 일본을 수시로 찾았고 귀한 서적을 찾을 때면 밤을 새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옛 스님들의 비문과 행장, 사찰 기록, 종파와 산문의 풍습 등을 하나하나 대조하고 기록했다. 그는 10년의 세월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렇게 불교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일로 보냈다. 오죽했으면 그는 1917년 7월 매일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불서(佛書)요, 책상 위에 쌓여지는 것도 불서요, 누워 꿈꾸는 것도 오직 불서였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조선불교통사가 발간되자 일제는 그의 능력을 높이 여겨 1922년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사편찬위원회의 위원을 맡도록 했다. 그는 이곳에서 15년 동안 조선사 편찬에 종사했으며 1930년부터 1939년까지 일본인 학자들과 함께 청구학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그는 일제시대 역사왜곡을 주도한 친일사학자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록 그가 친일 단체에 소속돼 활동하기는 했지만 그의 역사사관은 친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많다. 단적으로 조선불교통사에서 그는 연도표기를 불기(佛紀)로 적고 있는데 그 당시 일본(2500년설)과 다른 3000년을 따르고 있다는 점은 주체적 불교사관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또 조선사편찬위원회에서 활동할 당시에도 일본 사학자에 맞서 “한국사 체계에 발해사가 고려사에 함께 들어가야 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던 일화도 그가 결코 친일사관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허 스님의 무애행을 주제로 한 논문이 논란이 되면서 조선불교통사에서 경험 스님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능화 거사의 역사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역사는 정확한 사료와 기록에 의해 평가되어져야 한다. 감정이 앞서면 진실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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