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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티베트 본교 - 중

기자명 법보신문

제사의 춤은 신에게 보내는 구애의 몸짓

하늘·땅·지하 세계에
각각의 신 있다고 믿어


사회적 명망 높은 무당들
귀족 결탁해 왕실 공격도

 

 

▲티베트에서는 하늘, 땅, 지하의 삼계에 각각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 특히 신들은 비, 우박, 눈사태, 가뭄 등 자연 현상 뿐 아니라 인간의 질병과 길흉화복 등도 결정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신이 살고 있는 산은 두려운 존재이자 경배의 대상이 되었다. 사진은 티베트인들이 신성한 산으로 여기는 카일라스산. 

 


본교 주술의 한 장면을 감상해보자. 어두운 방에서 본교의 주술사는 혼자서 시체와 마주하고 있다. 이 시체는 죽은 지 3일이 채 안 됐다. 시체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주술사는 시체 위에 엎어져서 입을 마주 대고 두 팔로 꼭 끌어안고서 똑같은 주문을 끝임 없이 중얼거린다. 이윽고 시간이 좀 지나자 시체가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때 주술사는 시체의 몸을 끌어안고 절대 움직이지 못하게 강하게 억제한다. 하지만 시체는 반동적으로 격렬하게 발버둥 친다. 시체는 더욱더 힘을 발휘한다. 펄쩍펄쩍 뛰는 괴물과 같다. 그럴수록 주술사는 시체 몸에 착 달라붙어서 입술을 포갠 채 주문을 계속 중얼거린다. 마침내 죽은 사람의 혀가 입 속에서 바깥으로 축 늘어진다. 이 순간이 매우 중요하다. 주술사는 자신의 이빨로 그 시체의 혀를 물어뜯는다. 이 의식은 고대 본교의 주술사들이 장례식에서 추구했던 ‘롤랑(rolang, 일어선 시체)’이라는 의식이다. 즉 ‘시체의 부활’의식이다.


본교의 주술사는 악령과도 싸운다. 티베트에는 악령의 그림자가 사방에 존재한다. 그들은 수천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악령들은 나무와 바위, 계곡과 호수와 샘, 그 밖의 온갖 곳에 기생하며 산다. 나쁜 짓을 하려고 혈안이 된 악령들은 사람과 짐승의 생기를 훔쳐 먹으며 살아간다. 그들은 숲과 황무지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기 때문에 티베트인들이 길모퉁이에서 마주칠 위험이 있다. 본교의 주술사들은 그런 위험한 악령들을 순화하고 복종시켜서 사악한 짓을 막고 유순한 영혼으로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주술사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장차 저 세상으로 갈 사자들의 영혼의 입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천상으로 오르는데 필요한 매개물로 북을 매우 중요시했다. 따라서 주술사들은 종교적 의례를 진행할 때, 북과 심벌즈를 요란하게 치며 축귀의례(逐鬼儀禮)를 진행했다.


이러한 판타스틱(?)하고 동화(?)같은 본교의 신비스런 주술 이야기를 들으며 가끔 학자들 사이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본교 주술사들의 휘황찬란한 주술력은 접어두고서라도 본교가 고대 티베트의 유일한 ‘원시종교’인가하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일부의 의견은 ‘아니다’이다. 즉 본교가 유일한 원시종교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본교는 당시 종교적인 생활에서 하나의 구성요소에 불과했고, 본교도들은 고대 티베트에서 단지 하나의 사제 범주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도 이것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인간의 종교’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부여된 자연과 그 속에서 적응하고 단련하는 인간에 대한 조화, 환경에 생활이 일치하는 특징은 물론 이로부터 생성되는 독특한 관념과 사고를 형성한다. 초기 본교의 사상은 이에 근거하고 있다. 본교는 만물에 정령이 있다고 보고 하늘과 땅, 해, 달, 별, 번개, 우박, 산, 풀, 동물 등의 자연물을 숭배 대상으로 삼았다. 이에 본교는 세상을 하늘, 땅, 지하 삼계로 나누어 거기에는 각각의 신이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땅의 신은 땅에 살며 비, 우박, 눈사태, 가뭄 등을 주관하는 것이다. 인간의 질병을 관장하는 용신(龍神), 자연재해를 관장하는 땅의 신 등이 있고 탕구라산에는 땅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이들 신들과 인간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 인간에게 길흉화복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신들을 노하게 만들면 안 되었다. 또한 티베트인들은 물고기를 먹지 않는 금기가 있는데 이는 본교 신앙과 관련이 있다. 즉 본교에서는 물고기, 뱀, 개구리 등과 같은 수중 생명체를 모두 지하 세계의 용족(龍族)으로 여겨 절대 살생하면 안 되는 생명체로 간주했다. 이러한 생명관을 바탕으로 본교의 핵심교의는 삼계설(三界說)로 구성되어 있다. 본교에서는 천신을 ‘찬(讚)’ 지신을 ‘연(年)’ 그리고 지하의 신을 ‘노(魯)’라 명했다.


고대 티베트인들은 토번 왕조의 제 1대 법왕인 섭적찬보(赤讚普)가 천신의 아들이라고 인식했으며, 그는 신령스러운 하늘로부터 내려왔다고 믿었다. 즉 하늘, 땅, 지옥이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이론 중에 천에 대한 관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의 영혼에 대한 믿음으로 승화되었다. 즉, 인간의 영혼은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靈魂上天)는 관념이 지배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러한 사회적 환경을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 ‘무사(巫師)’였으며 그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신(神)이 존재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인도(通鬼神之路)하는 것이었다.


본교의 정교(政敎)활동은 주로 무사(=무당)를 통해서 이루어졌고 무당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망을 가졌다. 국정을 보좌하는 무사의 경우에는 관례에 따라 주로 대(大)귀족의 자제들에 의해 세습되었다. 이들은 신의 의지를 가장하여 귀족세력을 지지하고 왕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토번 왕실과 본교 사이의 갈등은 날로 깊어졌고 불교가 티베트에 전래된 이후 본교는 점점 왕실의 탄압을 받아 조금씩 불교를 모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본교 무사의 가장 큰 역할과 신뢰는 그가 진행하는 제사의식인 혈제(血祭)로부터 기인한다.

 

혈제(血祭)는 티베트인들의 고대 제사 활동 중의 중요한 의례이다. 대상은 자연계의 신(神)이고 경외와 두려움을 가지고 춤을 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춤은 악귀, 악령, 신에게 보내는 구애의 표현양식이다. 혈제는 홍제(紅祭) 또는 활제(活祭)라고도 불리 운다. 일반적으로 소, 양, 말 등을 잡아서 피를 신령(神靈)에게 바치는 의식이다. 혹은 동물들을 신에게 먼저 제사 지내고 나중에 도살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을 신에게 바치는 의례도 존재했는데 이를 대홍제(大紅祭)라 했다. 본교의 문헌에서는 대홍제의 사례도 소개하고 있으나 대부분이 소나 양을 바치는 의례를 추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자로 기록되고 문서로 보관된 최초의 혈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3년에 한 번씩, 소와 양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수서(隋書)’ 84권 上).” 또 있다. 티베트 전적인 ‘미랍일파도가(米拉日巴道歌)’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한다. 라싸 지역에 갑부 추키쳉마가 살았는데 그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들이 5명이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금쪽같은 딸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추키쳉마는 생각 끝에 본교의 무당을 찾아갔다. 점을 보니 병이 나으려면 반드시 100마리의 야크, 100마리의 양, 100마리의 말 등을 잡아서 신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혈제를 지냈고 딸들은 말끔히 나았다. 이러한 이야기는 본교의 경전인 ‘색이의(色爾義)’, ‘약시(匙)’ 등에서도 무수히 발견된다. 본교의 창시자는 센랍 미우체(幸繞米沃)로 알려져 있다. 본교 신자들에게 그의 지위는 불교의 석가모니와 같을 정도로 신성한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의술에도 정통했으며 82세에 열반에 들었다.  (계속)


심혁주 한림대 연구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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