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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불자대상’의 굴욕

김병관후보 잘못된 인사 정점
불자대상 수상경력 더 굴욕적
가톨릭 예처럼 허례허식 벗고
불법 실천하는 참불자 찾아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이다. ‘매일경제신문’등이 3월15~ 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39.7%에 불과했다. 정권 초반 국민의 높은 기대감으로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런 낮은 지지율은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취임한지 한 달 남짓 됐지만 그동안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직 인사마다 비리와 의혹으로 얼룩졌다. 상당수 후보자가 국회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스스로 사퇴를 선택했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많은 비리의혹이 넘쳐난 것도 드문 일이다.


특히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잘못된 인사의 정점이었다. 드러난 김 후보자의 비리의혹은 거의 백화점 수준이다. 증여세 미납, 위장전입, 다운 계약서 의혹 등은 약과다. 국방부장관 후보라는 사람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골프를 치고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떠났다. 전역 후에는 무기중개업체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특혜 시비에 휩싸여 있는 미얀마 자원개발업체인 KMDC의 주식을 보유하고, 이 회사 관계자들과 미얀마를 다녀왔는데도 국회 청문회에서 이를 숨기고 거짓말까지 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그러던 김 후보자가 최근 뒤늦게 사퇴했다.


후보자를 보는 불자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김 후보자는 2007년 조계종으로부터 불자대상을 받았다. 김 후보자는 독실한 불자로 알려져 있다. 불자들의 모범이 되고, 롤 모델이 돼야할 불자대상 수상자의 추악한 실체가 드러나면서 불자들의 심적 타격은 엄청나다.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지경이다.


2004년 제정된 불자대상의 선정기준에 대해 그동안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유명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 군 고위직 인사와 정치인들이 상을 독식하면서 불자대상이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훈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신심, 삶의 향기 같은 중요한 덕목은 항상 뒷전이었다.


이러다보니 구설수도 많았다. 초대 수상자인 황우석 박사는 가짜 논문으로 불자들에게 상처를 줬고, 이번 김 후보자는 비리복마전을 방불케 하는 삶의 행적으로 불자들을 부끄럽게 했다. 심사 기준이 불자로서의 삶보다 성공에 초점이 맞춰졌을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가톨릭 대상’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1982년 제정됐으니 역사도 오래됐을 뿐 아니라 총무원이 주관하는 불교계와 달리 한국천주교평신도협의회가 주관한다. 가톨릭 대상의 심사기준은 불자대상과 전혀 다르다. 대상자는 이웃과 세상을 위해 묵묵히 헌신, 봉사하여 공동선 증진에 크게 이바지한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시상 부문이 사랑, 문화, 정의로 나눠져 있는 점도 이채롭다. 수상자들은 모두 가장 낮은 자리에서 묵묵히 사랑이나 정의를 실천한 사람들이다. 사회적 지위는 높지 않아도 그들의 삶은 그대로 한편의 시이며 수채화다.

 

▲김형규 부장

불교계도 불자대상에 대한 허례허식을 버릴 필요가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 사람들이 상을 받아야 한다. 부자들의 기름진 100개의 등보다 가난한 노파의 정성어린 1개의 등이 더욱 가치있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부패로 성공한 사이비 불자들로 인해 더 이상 불자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조계종이 불자대상의 심사기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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