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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남의 소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설파한 가르침
경전만 읽고 전부인양
주장은 앵무새에 불과
경전 근거한 수행 필수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웬만한 정보는 바로 검색이 되는 편리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남의 글을 자기 것인 양 포장한 글들을 쉽게 찾아내기도 한다. 요즘 공직자들을 보면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있다는 말로 굳이 임명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도덕성 따윈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임명권자의 굳은 의지(?)를 엿보게 된다.


‘담마빠다’에 “마치 소치는 사람이 남의 소들을 헤아리는 것처럼”이란 비유가 나온다. 이 비유의 배경은 이러하다. 부처님의 제자로 출가한 두 스님이 있었다. 이 분들은 속가시절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그런데 한 분은 통찰수행(vipassanā)을, 다른 한 분은 경전공부(gantha)에 전념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경전공부에 전념한 스님은 통찰수행을 한 도반스님을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이를 안 부처님께서는 경전에 통달한 스님에게 선정과 팔등지, 색(色)과 무색(無色)에 대해서 물으셨다. 이에 그 스님은 훌륭하게 답변을 하였다. 이어 부처님은 예류도(성자의 흐름에 드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이 스님은 답하지 못하였다. 이에 통찰수행을 한 스님에게 묻자, 스님은 막힘없이 답하였다. 이어 나머지 과위에 대해서도 역시 훌륭하게 답하였고, 부처님은 이를 크게 칭찬하였다. 그러자 경전에 통달한 스님의 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였다. 어째서 경전에 통달한 스님이 선정과 팔등지 등에 대해 답을 했을 때는 칭찬하지 않으셨는지 물은 것이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답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의 스승은 나의 가르침에 대한 부채 때문에 소를 지키는 자와 같다(rakkhaṇasadiso). 하지만 나의 아들(putta)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다섯 가지 유제품을 마음껏 즐기는 소의 주인과 같다.”


여기서 ‘아들’이란 표현과 ‘소를 지키는 자’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이를 통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를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실천 수행이 결여된 지식으로는 진정한 부처님의 아들(제자)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경전의 가르침은 길을 안내하는 안내서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이를 다른 경전에서는 앵무새에 비유하기도 한다. 흉내만 내는 것으로는 해탈·열반의 성취는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수행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전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안내서 없이 길을 나서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자라면 반드시 경전을 읽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삶 속에서 바른 수행을 실천할 수가 있는 것이다. 경전만을 읽고 ‘그것이 전부’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남의 소를 헤아리며 만족해하는 사람과 같지만, 경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실천의 길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부처님의 ‘아들’이 되는 것이다.


그 실천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거창하게 산 속에 들어가 두문불출 수행하는 것만이 수행이 아니다. 내가 부처님의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것을 실제 실천하는 것 역시 수행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기적 욕심을 조금이라도 줄이려고노력하는 작은 실천이 사실은 아주 훌륭한 수행이 된다.

 

▲이필원 박사

따라서 남의 글을 제 것 인양 하는 것이나, 실천이 결여된 신행(信行)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측면에서 보면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것이 아닌 것은 나에게 이익을 주지 못한다. 지금 나는 남의 소를 보며 만족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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