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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송주일과(誦呪日課)

기자명 이성운

예불 전후 꼭 이뤄지던 송주
근래엔 소임 스님 일과 격하
수행 등한시하는 풍토 반영

 

한국불교의 수행일과는 어떤 모습일까. 제방의 수행일과표를 통해 일별할 수 있다. 17세기 중국 선문에서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선문일송’에는 ‘조시과송(朝時課誦)’과 ‘모시과송(暮時)’으로 나누어 주로 외우는 다라니나 경전과 예불발원이 보인다. 아침에는 능엄주 천수다라니 여의륜다라니 등의 제진언과 예불발원으로 이산선사발원문을 염송하고 자삼귀의를 하고 법보화, 삼신불, 칭명으로 끝난다. 저녁에는 불설아미타경 독송을 시작으로 예불참회문, 몽산시식의 정토문, 서방발원문을 하고 자삼귀의를 한 후 아미타불 칭명으로 끝난다. 이러한 송주 형태는 현대 대만의 불광산사나 승천선사의 조석 송주일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불교의 수행일과도 아침저녁에 외우는 다라니가 구별되었었다. 해인사 ‘일용작법(1869)’이 그렇고, ‘석문의범(1935)’이 그렇다. 아침에는 4대주에 이어 준제지송편람 여래십대발원문 사홍서원에 이어 정토염불을 하고, 저녁에는 천수다라니에 이어 준제지송편람에 아침송주와 같이 진행된다. 다만 위 두 의례서적에 보이는 조석송주의 차이는 예불과 관련이 있다. ‘일용작법’에는 사대주 또는 천수주와 참회하는 제 진언을 염송하고 예불을 하고 있다. 예불 전과 후에 염송하는 다라니와 경전이 다르다. 하지만 ‘석문의범’의 편제만 가지고는, 조석송주를 할 때 예불을 올리는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다. 송주의식에서 예경의식을 독립해서 편찬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석송주를 구별하며 예불을 올리는 전통이 완전히 단절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불광법회요전(1983)’에는 조석송주를 구분하고 있고, ‘삼화행도집(1980)’에는 천수다라니와 제 진언을 ‘전송’이라고 하고, 정토업의 염불을 ‘후송’이라고 하고 있다. 이때의 ‘전후’가 예불의 ‘전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흔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의 ‘통일법요집(1998)’에 이르면 ‘종송(鐘頌)’을 제외하곤 아침저녁 염송하는 송주의 구별은 사라지고 말았다. 또 저녁송주로 정착되었던 ‘천수다라니’가 ‘천수경’으로 확립된 채 ‘삼보통청’이라는 ‘공양의식’의 선행의식으로 편제되고 말았다.


적어도 20세기 초반까지는 아침저녁에 염송하는 다라니와 예불이 체계적인 일과로 정착돼 있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현재 대개의 의례서적에는 조석송주와 같은 일과의식을 예경편, 축원편, 송주편 등으로 의식을 나눠 편집하여 승가의 일상 정진 일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또 ‘일상의식’을 내용별로 분류할 뿐 승가 또는 재가의 정진일과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송주일과의 한 편인 ‘예불’이 7정례로 정착되면서 조석송주를 예불의식의 하위의식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추세이다. 송주 중심의 일과가 예불 중심의 일과로 축소된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예불 ‘전후’에 정진하던 염송이 예불의 부차적 의식으로 인식되고, 법당 소임 스님들만의 일과로 격하되게 하고 있다.

 

▲이성운 강사
마치 삼시괘념불사(三時掛念佛事) 조모과송(朝暮課誦) 일송(日誦)이 그 하위 명칭인 ‘예불’로 불리면서, 일과는 예불에 그치고 일일정진의 송주(誦呪)의 ‘송(誦)’은 슬며시 뒷걸음치다가 숨어버린 모습이다. 수행을 등한시하고(?) 있는 우리 불교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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