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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종교인 청불회장

기자명 법보신문

청불회장 내정인 유민봉 수석
불자없어 무종교인 추대 씁쓸
불교계와 소통 주요직책 입양
인재양성·관리 못한 교계 책임


청와대에 불자들의 모임 청불회가 있다. 요즘 이 청불회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 수석 중에 불자가 없어 종교가 없다고 밝힌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을 회장으로 추대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에는 현재 장관급 3명과 수석급 9명이 있다. 이 12명 중 불자는 한명도 없었다. 이에 반해 기독교인은 8명이나 됐다. 청불회 회원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청불회의 명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 속에서 유 수석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무종교인이지만 삶의 철학이 불교와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 수석은 이미 청와대 불상을 찾아 삼배를 올리고 청불회 회장으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유 수석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청불회 입장을 살펴 회장직을 흔쾌히 수락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렇게 인연을 맺었으니, 누구보다 신실한 불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 무종교인을 청불회의 회장으로 입양할 정도로 쇠락한 불교계의 입지에 대해 씁쓸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청불회장은 친목모임의 회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있다. 청와대와 불교가 소통하는 대화의 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품고 있는 정치적 함의가 크다.


청불회는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생겼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개신교 장로로 끊임없이 종교편향 논란을 빚었다. 국방부에서 공개적으로 예배를 보면서 경호문제를 핑계삼아 병사들의 법당 출입을 금지시키고, 개신교 장병들을 대신해서 불자장병들에게 당직을 서게 하는 등 최악의 종교편향 행위로 지탄 받았다. 불교계의 항의가 잇따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불교를 달래기 위한 돌파구로 청불회를 조직하고, 이를 불교계와의 대화창구로 활용했다.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불교계와 불협화음을 빚을 때마다 불자인 청불회장을 보내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고 불교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런 이유로 역대 청불회장은 청와대 실세수석들의 몫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박세일 정책기획수석,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박준영 공보수석,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변양균 정책실장 등이 청불회장으로 활동했다. 종교편향이 극심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 청불회장을 맡아 가교역할을 했다. 정부와 불교계의 충돌이 빚어질 때마다 청불회장 역할엔 빛이 났다. 종단 관계자들은 청불회장이 오면 입장이 한없이 누그러졌다. 식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랬던 자리에 사람이 없어 불자가 아닌 무종교인을 회장으로 추대했으니 참담한 일이다.


17년의 청불회 역사상 처음으로 무종교인을 회장으로 입양하게 된 안타까운 결과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지난날의 과보일 것이다. 청와대 수석들 중에 불자가 없음을 딱히 현 정부의 종교편향으로 보기도 어렵다. 헌법재판소장과 국방부 장관이라는 고위직에 불자들이 후보로 내정됐으나 비리의혹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박근혜 정부도 흠결 없는 불자수석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형규 부장

이제는 뼈를 깎는 반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인재를 길러야 한다. 스님들도 귀족처럼 군림하지 말고 재가불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명실상부한 사부대중이 돼야 한다. 또 인재들에게‘승가모독’이라는 딱지를 붙여 내쫓는 절집안의 악습도 근절돼야 한다. 무종교인을 청불회장으로 입양하는 지금의 고단한 현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형규 부장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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