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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송주차례(誦呪次第)-1

기자명 이성운

정구업진언은 사전 수행
아상을 떠나겠다는 다짐
경은 읽는 것 아닌 ‘수지’


일과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경전이나 다라니를 염송하는 차례 의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근래 출판되는 독송경전들의 앞에는 ‘송경의식’이 배치돼 경전이나 다라니를 읽기 전에 먼저 읽도록 인도하고 있다.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오방내외 안위제신(安慰諸神)진언, 개경게(開經偈), 개법장(開法藏)진언이 그것이다. 첫째 ‘정구업진언’은 구업을 맑히는 진언이라고 했으니 거짓말, 이간질, 험한 말 등 알게 모르게 말로 지은 죄업을 청정하게 맑히겠다는 진언이라고 할 수 있다. 더럽혀진 입으로 부처님의 성스러운 말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정구업진언은 경전과 다라니를 읽는 본 수행에 앞서 행하는 의미 있는 사전 수행이다. ‘정구업진언’을 하는 것은 자신의 아상에 머물러 있지 않고 부처님의 마음으로 경전을, 다라니를 받아 지니겠다는 서원의 참회이다. 한국불교 의례의식의 구문은 대개 현교(顯敎)의 게송과 밀교(密敎)의 진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구업진언에는 게송이 따로 없지만 제목에서 그 뜻이 드러나고 있으므로 현교와 밀교의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오방내외 안위제신진언입’을 염송한다. 이 진언은 제목의 자의(字意)에 의거해 ‘오방내외에 있는 여러 신을 편안하게 위로하는 진언’이라는 의미로 읽고, 또 대체로 그렇게 해석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진언은 ‘내가 읽을 다라니나 경전을 설해 주실 성현님을 청해 모시는 진언’이라고 주장하며, 여러 곳에서 그 근거를 밝혀왔다. 이 진언이 송경의식에 등장하는 한 예로 ‘금강경계청’이 있는데, 이곳에는 이 진언의 위치에 ‘안토지진언(安土地眞言; 토지에 봉안하는 진언)’으로 나타나 있다. 15세기 국내에 보급된 ‘금강경’의 ‘안토지진언’은 현재의 ‘오방내외 안위제신진언’과는 표기가 다르지만, 홍콩 등지에 발행되는 ‘송주요경’의 ‘안토지진언’은 현 ‘오방내외 안위제신진언’의 표기와 같다.


토지에 왜 부처님을 봉안할까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경전을 읽거나 외운다고 이해하지만 전통적인 경전이나 다라니 염송수행 법식에 의하면, 책을 보고 내가 경전을 읽는 것이 아니라, 불보살님을 청해 모시고 경과 다라니를 설하여 주시기를 청해 설해 주시면 받아 지닌다. 개경게에 ‘수지(受持)’라고 하는 연유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법당 등 실내에서 경전을 주로 염송하지만 예전에는 야외에서 주로 수행 정진한 듯하다. 그래서 ‘헌좌(獻座)’가 아닌 ‘안토지’인 것이다.


가령 천수주를 염송하는 정진을 하려면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 깨끗한 흙으로 땅을 채워 단을 마련한 후 그곳에 관세음보살상을 모신다. 그리고 이 진언을 외워 관세음보살님을 청해 모신다. 그리고 다라니를 설해 주시기를 청하는 예배를 올린다. 그리고 10원 6향의 서원을 아뢴다.

 

▲이성운 강사
법답게 서원을 마치며 관세음보살님께서는 조용히 신묘장구다라니를 설해 주신다. 예전 의문의 신묘장구다라니‘왈(曰)’에서 ‘왈’은 바로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묘장구다라니를 설해 주십사 하고 청하기(啓請) 위해 다라니의 설주(說主)이신 관음보살님을 청해 모시고자(召請) 외우는 진언이 ‘오방내외 안위제신진언’인 것이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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