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3. 꽃향기

기자명 법보신문

말 앞서고 실천 없으며
향기가 없는 꽃과 같아
계행 청정한 수행자는
맑고향기로운 향기 퍼져


봄이다. 아직은 다소 찬바람이 느껴지지만, 그 속에는 봄기운이 가득하다. 그리고 산과 들에 핀 알지 못하는 이름의 꽃들이 봄이 왔음을 말해준다.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꽃향기가 우리의 코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꽃에 향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봄의 전령인 개나리나 진달래는 물론, 목련이나 민들레, 벚꽃 등은 향기가 없는 꽃으로 유명하다.


불교에서 말만 앞서고, 그에 맞는 실천이 결여된 사람을 ‘향기가 없는 꽃’에 비유한다. 반면에 향기 가득한 꽃은 실천을 구족한 사람을 가리킨다.


‘담마빠다’에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서 가지 못한다”라는 비유가 나온다. 바람이 부는 날 아무리 좋은 향기를 갖고 있는 꽃이라고 해도, 향기가 바람을 거슬러 퍼지지는 못한다. 그러나 계행을 지닌 사람(sīlavant)의 향기는 천상의 세계에 까지 도달한다는 가르침이 나온다. 계행(戒行)의 향기가 향기 중에 최상이란 표현도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계행이란 바로 도덕적 행위의 실천을 말한다.


그런데 왜 계율의 실천이라 하지 않고 계의 실천이라고 했을까 의문이 든다. 간략히 말하면, 율이란 승가 공동체에 적용되는 법률을 의미한다. 즉 승가를 운영하고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된 법률과도 같은 것이 율이다. 그렇기에 율에는 강제성이 있어, 율을 어기면 승가에서 내리는 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계는 율과는 달리 강제성이 없다. 다만 ‘좋은 습관’을 익히게 하는 것이란 의미를 갖는다. 말하자면 도덕적 원리를 스스로 체화(體化)하여 개인적으로 도덕적 인간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율의 특징인 것이다. 경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현 가운데, 범행(梵行, Brahma cariya)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바로 계의 준수와 적극적 실천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범행의 완성은 작게는 선하고 도덕적인 삶의 완성을 의미하고, 크게는 수행의 완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깨달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계를 준수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계행에는 율의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도덕적 행위의 실천과 승가공동체의 법률인 생활규칙의 준수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재가자의 경우에는 율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계를 지키는 것으로 충분하다. 대표적으로 오계와 팔재계를 들 수 있다. 이 중 오계는 출·재가가 공통으로 지켜야 하는 계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가장 근본적인 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은 ‘살생, 도둑질, (문란한) 성생활, 거짓말, 술(마약)’의 다섯 가지를 멀리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것을 ‘자비, 보시, 청정한 생활, 진실한 말, 깨끗하고 맑은 정신’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계의 실천이 될 것이다.


이처럼 오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되면, 경문에서 밝혔듯이 계행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계를 지키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를 뽐내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그 맑은 계행의 향기를 맡고 존경을 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향기는 하늘나라에 까지 퍼져 천신들조차 그러한 계행을 갖춘 수행자를 존경하고, 외호(外護)하게 되는 것이다.


▲이필원 박사

사실 이 오계는 불제자가 아니라고 해도 지켜야할 도덕률이다. 그렇기에 오계를 지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계의 향이 퍼져 천신들의 보호를 받게 된다. 반면에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그러니 천신들이 가까이 올 리가 만무하다. 나에게는 어떤 향기가 나는지 반성해 보게 된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