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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개경게와 개법장진언

기자명 이성운

경전을 염송하는 행위는
내가 앉은 이곳에서 바로
부처님 뵙고 법문 듣는 것


불교의 제반 의례의식은 세월과 지역을 건너오면서 같은 내용이라도 새롭게 해석되기도 하고 변형되기도 하면서 오늘의 우리에게 전해졌다. 금강경계청의 개경게 이전과 이후의 변화도 그 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금강반야바라밀경’(선문출판사, 1988)에는 ‘금강경언해’(1464)와 유사한 계청법이 실려 있는데‘보공양진언’과 ‘운하범’이라는 축원이 없고, 개법장진언이 추가돼 있다. 보공양진언이 없다고 하는 것은, 선행 안위제신진언의 공능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전회에서 언급하였듯이 ‘여러 신을 편안하게 위로’하거나 ‘다라니 소리를 듣고 놀라 달아날까봐 위로해주는 진언’으로 염송하게 되면 공양의 필요성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게 된다.


‘금강경언해’에는 개경게로 계청의식이 종료되는데, ‘금강반야바라밀경’에 개법장진언이 추가된 연유는 무엇일까. 개경게는 현교의 경전을 청해 듣고 그 뜻을 깨닫기를 원하는 게송이다. 현교는 그 가르침이 바로 드러나는 경전이다. 다시 말해 1차 언어로 적힌 경전이다. ‘금강경’이 현교의 경전이니 개경게를 하고 경 독송을 시작하는 것이다. 경전을 ‘법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의식에서 말하는 법장에서의 진언, 곧 다라니를 지칭한다. 해서 개법장진언을 염송하는 것은 다라니를 청해 듣겠다는 의미가 된다. 다라니는 밀교의 경전으로 설명된다. 밀교는 가르침이 숨겨졌다고 이해하지만 숨겨진 게 아니라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2차 3차 언어로 적혔으므로 수행에 따라 그 의미가 드러날 뿐이다. 마치 답을 아는 이에게는 답이 금방 드러나지만 모르면 답이 숨겨졌다고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계청의식에서 현교와 밀교의 의식이 함께 등장하는 예로 ‘현밀의궤’가 있다. 현교의 방식으로 아뢰고, 밀교의 방식으로 염송하는 것이다. ‘금강경’이 현교 경전이므로 ‘금강경언해’ 계청에서는 개경게송만 하였다. 하지만 현행 ‘금강경’ 독송의식에는 밀교의 개법장진언이 염송된다. 이것은 현밀의식의 체계라고 이해할 수도 있고, 독경과 송주에 두루 통용하는 의식의 차용이라고 할 수 있다. 두루 통용되는 의식으로 개경게 개법장진언이 합편된 의문 ‘염불작법’(1575)이 있다. 아침저녁 경전도 독송하고 다라니도 외우므로 개경게송과 법장진언을 함께하였던 것이 송주의식에 정착되어 현교 경전을 염송할 때에도 개법장진언을 염송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개경게 1구 ‘무상심심(無上甚深)’과 2구의 ‘백천만겁(百千萬劫)’은 상하(上下)의 공간과 시간 개념이 극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미묘한 부처님의 법에 대한 최상의 찬사다. 무한의 무상(無上)과 유한의 심심(甚深)의 대비를, ‘더 위없이 높고 깊은’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개경게의 문예미학을 짓밟는 처사다. 더 이상 위가 없고 가장 깊다는 뜻인데 대구를 다음 구의 수식으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안위제신진언으로 불보살님을 청해 모셨으니 불보살님을 뵙고 예경 드리고 서원을 하며, 불보살님의 가피에 의지해 법문 또는 다라니를 듣는 것이다. 

 

▲이성운 강사
경전을 염송하는 지금 내 앞에 부처님이나 보살님이 현전해 계신 것이다. 그 옛날 기원정사나 영취산이 아닌, 바로 내가 앉은 이곳에서 부처님을 뵙고 무상심심한 미묘한 법문을 들으므로 ‘견문(見聞)’이다. 이렇게 되므로 ‘여시아문(如是我聞)’인 것이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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