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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효도

기자명 법보신문

아이는 부모의 행동 따라하며 배운다

습관의 틀은 어릴 때 형성
부모 버릇 모방하는 아이들
서로 공경하는 모습 보이는
부부의 관계가 좋은 선생님


요즘 가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하나 있다. 아버지가 거실 소파위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TV를 끄고 자리를 떠나니, 첫째 아이가 와서 아버지가 있었던 자리에 누워 TV를 보기 시작했다. 누워서 TV 보고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말하길 “애야! 누워서 TV를 보면 눈을 버린다. 반듯하게 앉아서 보도록 해라”고 하였다. 첫째 아이는 일어나 앉아 보는 척 하다가 아버지가 나가니 다시 소파에 누웠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TV를 끄고 자리를 떠난다. 이때 둘째가 와서 같은 자리에 눕는다. 형이 보고는 동생에게 타이른다. “아빠가 말씀하시는 거 못 들었어? 누워서 TV를 보면 눈 버린다고 하잖아. 반듯하게 앉아서 보도록 해.” 동생은 못마땅하다는 듯 투덜대며 일어나 앉아 보는 척 하다가 형이 나가니 다시 소파에 눕는다. 그리고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그렇게 계속 TV를 본다.


부모님이 자식을 사랑하고 형이 동생을 아끼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그래서 좋은 것을 많이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여준 것을 배우는 경향이 더 많다. 몸으로 보여준 것은 몸으로 배우고, 말로 알려준 것은 말로 배운다.


“부모를 섬기고 효도할 때면 중생들이 부처님을 정성껏 받들 듯 일체중생을 받들고 모시기를 발원해야 한다.”

 

효도라 말하면 보통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잘 모시고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안하면 불효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부모님 입장에서 들어보면 맞는 말이고 자식의 입장에서 들어보면 답답한 부분이 많다. 효도는 자식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 강제로 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식이 불편하고 답답하면 안하게 되면 방법이 없다. 옛말에 “세살 버릇에서 여든을 본다”고 한다. 세 살이면 여든까지 가지고 갈 습관의 틀을 거의 다 만든다는 뜻이다. 한 생에서 사용할 인성의 대부분이 이렇게 일찍 형성된다. 우리는 생각한다. “지금은 어리니까 잘 몰라서 그렇다. 나중에 나이 들고 철이 들면 이해하고 좋아질 것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그렇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다.


중국 청나라 때 쓰여진 ‘제자규’라는 오래된 아동교육지침서가 있다. 이 책은 부모가 몸으로 익혀서 자식에게 몸으로 가르치는 내용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이 부모다. 부모의 몸버릇 말버릇 마음버릇을 모방하며 배우고 익힌다. ‘제자규’ 내용의 일부를 보자. “부모가 부르면 바로 대답해야 하고, 천천히 느긋하게 한참 있다가 대답하면 안 된다. 부모가 어떤 일을 시키면 바로 몸을 움직여 하도록 해야지, 미적미적 하거나 변명하면서 게으름을 부려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세 살 이전에 부모님이 서로 부르고 대답하는 방법과 반응형태를 보고 모방하며 익힌다.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 반응방식과 타이밍 등을 아이들은 몸으로 배운다. 부모님이 몸으로 보여준 것은 몸으로 모방하고 말로 보여준 것은 말로 모방한다. 부모가 가르치고 싶은 내용만 아이들이 배우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본대로 배우는 것이 아이들이다. 모방이라는 많은 연습을 통해서 습관이 형성된다. 세 살이 될 때까지 몇 번이나 연습했겠는가.

 

부모가 서로서로 관계 맺는 방법이 자식에게 모범이 되어야 아이는 그 모범된 모습을 모방하며 몸에 익힌다. 부부가 서로를 몸과 말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공경해야 아이들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을 몸으로 익힌다. 아버지를 공경하도록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다. 반대로 어머니의 은혜를 일깨워줄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다. 아버지가 아버지를 공경하라고 자식을 가르치기는 어렵다. 어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위엄은 부부가 서로 공경하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줄 때 이루어진다. 잘못되어 아쉬운 일들에 대해서는 조금 늦었더라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부모가 자기 습관을 돌아보고 자신들의 습관을 고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바른 습관을 몸에 익히고 나서 올바른 소리를 해야 위엄이 있다. 위엄이 있어야 편안하게 따른다.


‘부처님을 정성껏 받들 듯’이란 부처님은 가장 훌륭한 인격 모범을 상징한다. 우리는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능동적으로 편안하게 따르는 경향이 있다. 부처님은 순한 방법으로 우리의 몸 말 마음의 습관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이론과 실천방법이 분명하니 믿고 따라 연습만 하면 그 결과는 자신이 받게 된다. 우리가 안 해서 그렇지 하기만 하면 결과는 분명하다. 실천해서 결과를 얻은 사람은 부처님을 더욱 공경하게 된다.

 

▲도암 스님

 부모님을 정성과 공경으로 모시는 습관은 좋은 선생님을 만날 때 빛을 발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잘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더욱 성장하여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게 되면 그와 같은 특징이 나에게 있는가 살펴본다.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안 생기게 한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이 일체의 모든 사람을 향해 그들을 위해 살려는 발원을 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라면 분명 이 시대가 바라는 인재가 될 것이다.

 

도암 스님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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