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입적한 경허 스님 24가지 일화로 후학에 일갈
100년 전 입적한 경허 스님 24가지 일화로 후학에 일갈
  • 심정섭 기자
  • 승인 2013.04.17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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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와 그 제자들’ / 우봉규 지음 / 살림
▲‘경허와 그 제자들’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한 대선사.’


입적 100주기를 맞아 그의 행적을 다시금 되짚어 보는 일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꺼져가는 한국불교 선의 불씨를 어떻게 살려냈는지를 조명하는 많은 책이 출간되고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한 편의 기고문이 뜨거운 이슈가 되어 논란이 불거지기까지 했으니, 그를 향한 시선이 한 곳으로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 불교를 개창하고 조선의 불교를 새로 쓴 대선사라는 점에는 이구동성 한 목소리를 낸다.


경허(鏡虛, 1849~1912) 스님이다. 1849년 전주에서 태어나,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청계사로 출가했다. 그곳에서 글을 배우고 수행자의 길에 들어섰다가, 천안 어름에서 돌림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통해 생사의 갈림길을 목도하면서 그 길로 절에 돌아와 폐문 정진에 들었다. 그리고 1979년 어느 날 동학사 아래 어느 재가불자의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라는 말을 전해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그날 이후 1886년까지 보임(保任) 수행을 마치고는 옷과 바가지, 주장자 등을 모두 불태운 뒤 무애행에 나섰다. 여러 곳에서 후학들을 제접하며 선 중흥의 바람을 불러온 스님은 돌연 자취를 감추고는 훈장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리고 1912년 함경도 갑산 웅이방 도하동에서 “마음 달 홀로 둥글어/ 그 빛 만상을 삼켰어라/ 빛과 경계 다 공한데/ 다시 이 무슨 물건인고”라는 임종게를 남기고 입적했다.


‘경허와 그 제자들’은 바로 그 경허 스님의 삶을 간략하면서도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특히 ‘24가지 선화(禪話)’로 엮은 일화들은 스님의 삶과 사상이 어떠했는지를 이야기를 통해 전하고 있어, 스님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의 말대로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숱한 일화들 중 가려 뽑은 24가지 이야기는 미망 속을 헤매는 대중들에게 살아 돌아온 경허가 일갈하는 듯하다.


그리고 책은 제목에서도 말하고 있듯, 스승에 필적할 만한 선기를 내뿜은 수월, 혜월, 만공 등 그 제자들의 면면도 살필 수 있다. 모두가 한국불교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들이고, 모두 저마다 조금씩 다른 향기를 전한다.

 

경허는 특히 “만공은 복이 많아 대중을 많이 거느릴 테고, 정진력은 수월을 능가할 자가 없고, 지혜는 혜월을 당할 자가 없다”고 할 만큼 ‘삼월’로 불리는 세 제자를 아꼈다. 여기에 근세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수행자로 큰 족적을 남긴 한암 스님까지 대표적 제자로 꼽히고 있으니, 경허 스님이 한국 선불교를 중흥시킨 것은 물론, 근현대불교사에 미친 영향력은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책은 비록 작은 분량이지만 경허와 그 제자들의 면면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4800원.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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