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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면 빠를수록 좋다

기자명 윤청광
부처님께서는 일찍이 [아함경]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만일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톱날로 어떤 도둑이나 악한들이 나의 사지를 끊는다 할지라도 그 때에 그 마음이 어지럽고 성낸다면 이것은 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가 아니다. 비구는 이와 같이 나에게 어떠한 비난과 모욕의 말을 더하는 사람이 있을 지라도 그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우며 이와 같이 모든 세상 사람들에게 넓고 끝없는 사랑과 성냄이 없는 마음으로 채우기를 수련해야 한다.



수행자 신분 박탈 안될 일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내가 말한 이 톱날의 비유를 늘 생각하여라. 그것은 길이 그대들에게 이익과 행복을 가져오리라.”‘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마치 서양 종교의 전매 특허인 듯이 오해되고 있지만 서양 종교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 500여 년 전에 부처님은 ‘나의 사지를 톱날로 자르는 일’을 당하더라도 ‘그를 불쌍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채우라’고 가르치셨다.

서양 종교가 ‘사랑’을 내세운다면 불교 그 보다 한 차원 더 높고 깊은 자비(慈悲)가 생명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열반경 범행품]에서 “모든 보살과 여래는 자비심이 근본이다. 보살이 자비심을 기르면 한량없는 선행(善行)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모든 선행의 근본은 무엇이냐고 묻거든 “자비심”이라고 대답하여라. 자비심은 진실해서 헛되지 않고 선한 일은 진실한 생각에서 일어난다. 진실한 생각은 곧 자비심이며 자비심은 곧 여래라 할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일불제자로서 자비 행할 때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믿고 의지하며 실천할 것을 다짐하며 사는 우리들은 그래서 ‘불교는 자비의 종교’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만일 불교에서 자비를 제외한다면 불교가 아닌 것이다. 그 만큼 ‘자비’는 불교의 생명이요, 핵이요, 근본인 셈이다.

이토록 자비를 생명으로 삼고 있는 불교 안에서 그 동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비롭지 못한 사태’를 수없이 겪었다. 그리고 그 ‘자비롭지 못한 사태’를 겪으면서 또 한 번 ‘자비롭지 못한 처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공권정지, 제명, 치탈도첩 등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는 처리가 수없이 되풀이되었다. 물론 승단의 규범과 질서를 유지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계율이 시퍼렇게 살아 있어야 하고 계율은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종권 경쟁 과정에서 비롯된 분규와 사태를 수많은 수행자들이 패자 편에 섰다는 이유로 극형에 처해지고 수행자의 신분을 박탈당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고 아름다운 일도 아니었다. 콩 깎지와 콩 알이 한 뿌리에서 나왔듯이 알고 보면 우리 모두가 일불제자(一佛弟子)들이요 너나없이 부처님을 믿고 의지하고 따르는 도반들이 아니던가?



옛 도반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종단 분규의 한복판에 섰던 한 때의 잘 못으로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암담한 세월을 무한정 보내고 있어야 하는 옛 도반들을 언제까지 무작정 방치만 할 것인가?이제 세월도 흐를 만큼 흘렀고 원한도 미움도 씻길 만큼 씻겼다.

종단 분규의 한복판에 서서 부처님을 욕되게 하고 한국불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던 잘못은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게 아닐까?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참회와 용서와 화합이다.

동서냉전도 사라졌고 남북도 화해의 시대로 가고 있거늘 어찌 자비의 집안인 불교 안에서 영원한 적(敵)이 있을 것인가? 자비와 화합으로 아름다운 불교 본래의 모습을 이루려는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 스님의 포근하고 따뜻한 마음이 온 불교계에 두루 전해져서 참회와 용서와 화합의 봄바람이 하루 속이 불어와 맑고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윤청광 <방송작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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