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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승리자

기자명 법보신문

전생은 현재 이끈 원인
미래도 현재에서 비롯
깨달음은 자신 아는 것
스스로 이겨야 승리자

 

고대 그리스의 철인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잘 안다’라고 생각한다. 과연 나는 ‘나’를 얼마나 알까.


정확히 표현하자면, ‘자신을 안다’는 것은 착각이다. 내가 나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이 육체의 변화를 가장 먼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또 정서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배가 고프면, ‘내’가 배가 고프다고 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표현을 해야 아는 것을, 나는 ‘바로’ 나의 상태에 대해서 알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나를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부처님께서 그 많은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신 내용은 다름 아닌 ‘자신’을 바로 알라는 것이다. 일례로 부처님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다. ‘전생의 자신을 알고 싶은가? 그러면 현재의 자신을 잘 살펴보아라. 내생의 자신을 알고 싶은가? 그러면 현재의 자신을 잘 살펴보아라.’ 사람들은 지금의 자신을 살피지도 않으면서 전생과 내생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전생이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인이요, 내생이란 지금의 내가 만들게 될 결과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나를 잘 관찰하면 전생도 알 수 있고, 내생도 알 수 있게 된다는 말씀이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전생은 과거이니 어쩔 수 없지만, 내생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비유가 바로 “단 하나의 자신을 이기는 자, 그가 전쟁에서 최고의 승리자이다”라는 표현이다. 전쟁터에서 백만 대군을 이기는 것 보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라고 말씀하신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한 해의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 계획을 제대로 실행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작심삼일을 100번하면 1년이 된다는 말도 한다.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과연 그럴까? 물론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많은 경우 우리는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다른 사람과 싸우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일상을 되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담배를 끊는다, 하루 1시간씩 운동을 한다, 혹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는 등은 모두 자신과의 약속이자, 싸움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과의 약속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소하게 생각한다. ‘못 지킬 수도 있지 뭐!’, ‘다음부터 하지, 뭐!’라고 하면서. 하지만 이러한 것이 반복되게 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소한 패배에 익숙해지게 된다.


부처님께서 수행자 시절 “패배해서 사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겠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는 자신을 핍박하는 악마나 사람들과의 싸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과의 싸움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승리자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겨서 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을 이기기 때문에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자신을 이기는 자는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며, 그 어떤 유혹과 힘에도 굴복당하지 않는다. 그럴 때 진정 자신의 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필원 박사

부처님께서 무상정등각자가 되신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완벽하게 승리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이기는 자가 최고의 승리자’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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