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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물방울

기자명 이필원

낙숫물이 바윗돌 뚫듯
삶 속에 시나브로 쌓인
사소한 생각·말·행동이
선업과 악업 등 만들어


부처님의 제자 중 아누룻다(아나율) 존자라는 분이 계신다. 이 분은 어느 날 부처님의 설법 시간에 깜빡 졸다가, 부처님에게 질책을 받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아누룻다 존자는 스스로를 크게 경책하며, 잠을 자지 않고 용맹정진하게 된다. 그러한 아누룻다 존자를 본 부처님께서는 제자의 건강을 걱정하며, 잠을 자며 수행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존자는 부처님의 설법 시간에 졸았던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며 용맹정진을 거듭하였다. 결국 존자는 눈이 멀고 만다. 하지만 대신에 천안(天眼)을 얻게 된다. 그래서 이 분을 천안제일(天眼第一)이라고 하여, 부처님의 10대 제자로 칭송한다.


하루는 눈이 보이지 않는 존자가 ‘누가 나를 위해 나의 옷을 바느질 해주는 공덕을 쌓지 않으시겠는가?’라고 말을 하자, 누군가 얼른 옷을 받아 바느질을 하였다. 그런데 그 바느질을 해 준 이가 다름 아닌 부처님임을 알고, 존자는 황망하여 ‘어찌 부처님께서 지으실 공덕이 더 있습니까?’라고 여쭙는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세상에서 복 짓는데 나 보다 더 욕심이 많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하셨다.


물질문명이 발달하면서, 참으로 풍요로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돈이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세상이다 보니, 돈이 많은 사람은 많은 대로, 적은 사람은 적은대로 돈에 대한 욕심만 커져간다. 그러다 보니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돈이 많아도 도박이나 주식에 빠져 더 큰 돈을 쉽게 벌려다 패가망신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돈이 없는 사람은 각종 범죄의 유혹에 빠지거나, 복권이나 도박 등으로 더욱 깊은 나락에 빠지는 경우를 본다.
그런데 시선을 조

금만 돌려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다를 뿐 위와 같은 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수행은 얼마 하지 않고는 커다란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고 조바심을 낸다거나, 공부한 시간이나 내용보다 시험결과가 좋기를 바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부처님은 작은 실천이 쌓이면 커다란 과보가 온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하신다. 앞서 든 아누룻다 존자와의 일화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행위가 반복되면 커다란 결과가 온다. 이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담마빠다’의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면 물 항아리가 가득 차듯’이란 비유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익히 잘 아는 ‘낙숫물이 바윗돌을 뚫는다’는 비유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작은 악행이 쌓여 커다란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말할 때도 경전에서는 ‘물방울’ 비유를 쓴다.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라는 비유가 후자에 해당될 것이다.


이 비유는 우리가 어떠한 행위를 반복하는가에 따라 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가 받게 될 결과의 엄중함을 말해준다. 그래서 ‘물방울’ 비유에서는 “악업이 익기 전에는 선한 사람도 고통을 받고, 선업이 익기 전에는 악한 사람도 복을 받는다”라는 말씀도 전한다. 물방울이 떨어져 물 항아리에 차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물방울이 악업의 물방울이라면 물 항아리에 가득 차기 전에는 복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 물방울이 바로 일상에서 내가 하는 ‘말’이며, ‘행동’이며, ‘생각’인 것이다.

 

▲이필원 박사

이러한 사소한 말과 행동과 생각이 모이면 커다란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러니 작고 사소하다고 하여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이치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작고 사소한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일이 안된다고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을 원망하기 전에, 나의 말과 행동과 생각은 어떠한지를 돌아보게 하는 비유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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