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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구원론-4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에서 말하는 구원은
모든 번뇌가 소멸된 해탈
구원도 오직 인간이 해결
신을 통한 구원은 없어


예수를 향한 믿음과 회개, 고백 없이는 누구도 구원받을 수 없다는 것이 기독교의 철칙이다. 인간은 오직 예수라는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만 과거의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 영생과 복락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기독교와 달리 불교는 인간의 구원이 철저하게 인간 스스로에 달려있다고 본다. 인간의 죄는 인간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죄로부터 벗어나는 일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죄를 소멸하기 위해 부처 앞에서 참회하지만 부처에게 자신의 죄를 없애거나 씻어 달라고 매달리지는 않는다. 또 불교의 시각에서 본다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구원으로 인간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정한 구원은 죄를 씻는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혹 죄가 없다할지라도 마음 가운데에 갈애와 집착 등의 번뇌가 남아 있으면 구원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불교에 있어 구원에 해당하는 용어는 해탈이다. 법구경에서는 해탈을 그물에 벗어난 새가 허공을 자유롭게 나는 것과 같다고 했고 열반경에서는 투옥된 자가 감옥으로부터 풀려나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과 같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해탈이 단순히 죄만 없어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해탈은 인간의 행복을 방해하고 괴로움을 야기 시키는 모든 번뇌들이 완전히 타파되어 어디에도 속박을 받지 않게 된 상태를 가리킨다. 인간이란 몸과 마음을 자아라고 착각하는 가운데 끝없이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이 속에서 온갖 번뇌를 일으키며 업을 짓는 존재이다. 해탈은 바로 이러한 삶의 구조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것을 의미한다. 해탈한 자는 몸과 마음을 자신으로 여기지 않으며 감각적 쾌락을 좇지 않고 어떠한 번뇌도 일으키지 않으며 내세의 과보를 초래할 업을 짓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의 죄 씻김을 통한 거듭남이나 성화 등의 구원은 미완성이 될 수밖에 없다. 기독교인들이 구원을 받았다고 해서 몸과 마음이 나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 아니고 감각적 쾌락을 좇지 않는 것도 아니며 번뇌를 일으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불교는 인간의 이러한 불합리한 삶의 구조가 완전히 바뀌고 정화하는 것을 구원으로 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기독교와 불교의 구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구원의 요건이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기독교의 구원 요건은 예수를 향한 믿음과 회개, 고백에 있다. 그런데 기독교의 이러한 구원 요건에 인간에 대한 사랑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독교가 어느 종교보다도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구원 요건에서 보듯 기독교에 있어 인간을 향한 사랑은 구원 요건에서 배제되고 있다. 인간이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것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있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있지 않다는 것이 기독교의 구원요건인 것이다. 기독교의 인간에 대한 사랑은 구원요건이라기보다는 신의 뜻을 받드는 부수적 행위이다.


구원 요건에 있어서도 불교가 기독교와 다른 점은 철저하게 인간, 더 나아가 모든 생명과의 사랑을 구원 요건에 두었다는 점이다. 불교에서는 해탈을 이루는데 있어 부처와 인간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삼으라는 가르침은 없다.

 

▲이제열 법사

불본행집경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도를 할 때에 마왕 파순이 내려와 부처님에게 그대가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하는데 그 권리를 어디서 찾느냐고 질문을 할 때에 대지의 신이 부처님을 대신하여 대답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지의 신은 “보살이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권리는 오랜 세월동안 닦아온 바라밀의 행에 있다고 말하면서 특히 보살이 수행하는 동안 수많은 중생들에게 베푼 선행이 부처를 이루게 한다.”고 답했다. 이는 불교의 구원이 생명과 생명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결코 신과의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가르쳐 주고 있다.

 

이제열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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