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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과 하느님

우리 민족의 자부심인 하느님

기독교, ‘야훼’ 번역하며 차용

번역의 핵심은 이질감 최소화

한글 경전, 불교 대중화 시발

 

애국가를 들을 때마다 불쾌감을 느끼는 불자들이 많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구절 때문이다.

 

하느님이 우리나라를 보호한다고 해서 크게 기분 나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인 야훼를 하느님으로 표현하면서 불자들이 묘한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 ‘삼국유사’에는 우리 민족의 시원인 한웅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애국가에 하느님이 담긴 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자손이라는 자부심의 표현일 것이다.

 

기독교 신의 이름은 야훼다. 기독교인들이 야훼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하느님이라는 전통적인 명칭에 주목했고 그렇게 번역했다. 민족의 가장 원천적인 믿음의 상징을 기독교의 신으로 치환시켜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애국가를 부르면서 자신들이 믿는 신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반면에 불자들은 묘한 불쾌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잠시 불쾌한 감정을 접고 기독교의 선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자들은 야훼를 하느님으로 번역해 낸 기독교인들의 탁월한 선택을 인정해야 한다. 번역은 대중화와 맞닿아 있다. 한국불교는 1700여년의 장대한 역사를 가졌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온 지 불과 100년 남짓한 기독교에 크게 밀리고 있다. 서구문화라면 무작정 신봉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이 크겠지만 경전의 우리말 번역에 소홀했던 점도 큰 원인일 것이다. 번역은 다른 말과 글로 된 이질적인 문화를 우리 문화와 언어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기독교는 그런 노력에 치열했고 불교는 부족했다. 일찌감치 천신(天神)을 하느님으로 사대천왕(四大天王)을 네 명의 하느님이라는 우리말로 번역했더라면 애국가를 부르며 느끼는 불편함은 없었을 것이다.

 

경전 번역에 있어 불교계는 갈 길이 멀다. 번역은 우리말로 경전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문경전의 음만 우리말로 바꿔놓고 한글번역이라 우기고, 경전을 우리글로 번역하면 원뜻이 달라지고 품위가 떨어진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한문경전 또한 인도경전을 중국의 글로 번역한 것에 불과하다. 원전인 산스크리트와 팔리어 경전과 대조해 보면 번역과정에서 의미가 달라진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문경전을 우리글로 번역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이는 시대 역행일 따름이다. 이러니 ‘반야심경’을 수없이 염송하면서도 뜻을 전혀 모르는 불자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번역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한문경전만 보던 때보다는 훨씬 수월해졌다. 산스크리트, 팔리어는 물론 영어로 번역된 경전까지 다양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번역에 있어 용어 등이 모두 통일돼야 한다는 강박증도 버려야 한다. 중국만 해도 무수히 많은 번역본이 존재했다. 선택은 대중들의 몫이다. 우리보다 역사가 훨씬 짧은 서구도 그들의 언어로 된 경전을 가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김형규 부장

그런 의미에서 최근 경전 번역에 있어 중요한 저작이 출간됐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이 ‘십지경’을 순 우리말로 풀어 낸 것이다. 한문 투의 번역에서 벗어나 십지(十地)를 열 단계의 깨달음 지평으로, 환희지(歡喜地) 등을 큰 기쁨의 지평 등으로 번역했다. 확실히 이해가 쉽다. 우리말 번역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모범답안을 손에 쥔 느낌이다. 쉽게 읽히고, 이해가 빠른 아름다운 우리말 경전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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