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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채찍과 소

기자명 이필원

채찍 맞을까 두려운 소는
고통 피하려 목장에 몰려
폭력이란 잔인함 깨달아
타인에 상처주지 말아야


요즘 우리 사회는 각종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폭력에 괴로워하고 있다. 폭력은 작게는 가정폭력에서 사회적으로 학교폭력, 직장내 폭력, 성폭력, 조직폭력 등이 있고, 크게는 테러와 국가간 폭력(전쟁)까지 다양하다. 폭력은 어떠한 형태이든 생명을 해치는 행위이다. 그렇기에 모든 성인은 폭력에 대해 반대한다.


폭력에 반대하는 것을 비폭력이라고 하고, 비폭력의 적극적 실천을 자비라고 할 수 있다. 근대 세계사에서 비폭력하면, 마하트마 간디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조국 인도를 해방시키는데, 무력적 폭력이 아닌 비폭력 저항 운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그가 비폭력 저항운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불교와 자이나교의 사상에 크게 영향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불교는 폭력에 반대한다. 그것을 우리는 부처님의 말씀에서 볼 수 있다. 부처님은 ‘숫따니빠따’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자로부터 공포가 생겨납니다. … 잦아드는 물의 물고기처럼 전율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십시오. 서로 반목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에게 두려움이 생겨났습니다”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이러한 폭력은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폭력은 화살이 되어 심장에 박히게 된다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폭력은 행복한 삶을 깨뜨리고, 고통에 신음하게 한다.


이러한 폭력을 ‘담마빠다’에서는 “소치는 사람이 채찍으로 소들을 목장으로 몰아대듯이”라는 비유로 표현하고 있다. 소들이 목장으로 몰리는 이유는 채찍(dan.d.a)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채찍은 곧 ‘폭력’을 의미하며, 그것은 다시 ‘늙음과 죽음’을 상징하고, 소들은 ‘생명체/사람’을 나타낸다. 그래서 이어지는 시에서 “죽음과 늙음이 살아있는 자들의 생명을 몰아낸다”라는 표현이 나온다.


사실 폭력이 얼마나 잔인하며, 무서운지는 폭력을 피해 자살하는 사람들을 통해 볼 수 있다. 불교는 ‘모든 생명들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라고 설파한다. 죽음은 사라짐이며, 영원한 이별이며, 온갖 두려운 것으로 묘사되어 있는 경험한 적이 없는 곳으로 홀로 가는 여행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두려운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죽음보다 두려운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다. 언어적 폭력, 신체적 폭력, 정신적 폭력의 잔인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그들은 죽음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모든 존재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은 사랑스러운 것이다. 누구도 괴롭히거나, 죽이지 말라. 자신은 행복을 바라면서, 행복을 바라는 존재들을 폭력으로 해친다면, 그는 죽은 뒤에 편안함을 얻지 못한다.”


누구나 고통을 회피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경험했던 고통이 아프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살아가면서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고통을 피할 수는 없다. 그 고통과 상처가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다른 사람에게 나아가 다른 생명체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일을 어찌 할 수 있을 것인가.

 

▲이필원 박사

공자께서는 차마 하지 못하는 그 마음을 ‘인(仁)’이라고 하셨다. 부처님께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다른 생명의 아픔을 공감하는 것을 ‘비(悲)’라고 표현하셨다. 이 차마 하지 못하고, 나아가 슬픔을 공감하는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오히려 나 자신을 살리는 길임을 부처님께서는 폭력을 피해 도망가는 ‘소’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고 계신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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