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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재미와 교육

기자명 법보신문

바른 말·행동·생각은 진부한 문화서 온다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서
폭력·색정·거짓으로 포장
재미만 추구하는 문화코드
시나브로 인성교육에 영향


요즘 우리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 하나가 ‘재미’일 것이다. 글을 써도 재미있어야 하고 말을 해도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있으면 인기가 있고 인기가 있으면 훌륭한 것이 되기도 한다. 요즘 재미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가수 싸이의 ‘젠틀맨’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영상물은 기예와 음악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다. 영상물의 문화코드는 B급이고 섹시한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인 관심과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 공영방송인 KBS는 이 공연 영상물을 방송금지 시켰다가 지금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이고 전 세계의 방송국이 앞을 다투며 방영하는 영상물을, 국내 방송국 가운데 한 곳만 방송 불가 판정을 한 까닭이다. 그러한 판단에 대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을 한다. 앞으로는 점점 더 문화적으로 개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 시대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예와 음악을 다루는 입장이 현대와 과거를 보면 차이가 많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기예와 음악이 추구했던 목표와 방향성을 한번 살펴보자. 정행품 경문을 보자.


“기예와 음악회 등의 모임이 있을 때면, 중생들이 법으로써 자기의 오락을 삼고 기예 등은 실재(참다운 즐거움)가 아님을 알기를 발원해야 한다.”


기예는 몸짓과 말로써 보여주는 연극이나 서커스 같은 것이고 음악회는 한 사람으로부터 많게는 수십 명의 음악가가 함께 연주하는 교향악을 모두 말한다. 옛날 중국 주나라 때 많은 종류의 시와 음악이 세상에 있었는데, 공자는 그것 가운데 많은 것을 걸러내고 300편을 역어서 시경이라 하였다. 걸러내는 기준은 ‘사무사(思無邪)’였다. 그 시문과 악곡을 듣고 마음이 반듯하고 맑아져야지 삐딱하거나 질탕해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과거에 이 기준은 성인의 올바른 판단이었다고 칭송을 하였는데, 요즘의 입장에서 시경은 재미가 없고 그래서 인기가 없다. 옛날엔 지식인이 되려면 반듯이 익혀야 하는 중요 교양과목이었는데 지금은 모른다고 교양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옛날에 연극단과 음악단을 구성해 운영하려면 국가나 행정기관이 주도해야 했다. 민간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있어도 정부의 내용검열이 있었다. 과거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을 몰랐다. 그런 국민들에게 국가가 교육의 임무를 수행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공연단을 순회시키는 것이었다. 공연 내용은 대 국민적인 인성교육, 도덕교육이 그 중심에 있었다. 요즘 들으면 진부하다고 생각하는 권선징악이 중심코드였다. 사람들의 심성이 선으로 흐르느냐 악으로 흐르느냐는 사회의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위아래 사람의 심성이 이타적이고 선하면 사회가 안정되고 위아래 사람이 서로 이기적이고 악하면 사회는 혼탁해진다. 사회가 혼탁해지면 질서가 무너지고 질서가 무너지면 동란이 발생할 수 있다. 동란이 발생하면 개인이나 국가는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다. 국민들의 도덕수준이 그 사회와 국가의 안정 정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국민들이 부도덕할 때 부도덕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특히 지도자의 도덕수준이 낮으면 그 국가와 사회는 불행해진다.


현대에 기예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장소나 매체는 너무나 많다. 영화도 연기와 음악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공연 장소도 많고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도 있다. 현대의 공연은 교육목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만들어진다. TV 프로그램도 재미있어야 하고 영화도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시청자나 관객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주목을 받지 못하면 상업적 목적을 얻기가 어렵다. 상업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면 공연 생산자의 생산 활동이 정지하게 된다. 인성교육이나 도덕교육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자극과 재미가 현격하게 떨어진다. 외면당하게 되고 생산 목록에서 순위가 뒤로 밀린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당연히 자극적이고 재미있게 만들려한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심 소재에는 폭력, 색정, 거짓들이 행해지는 동기 과정 등을 자세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재미있게 보고 즐기는 사이에 우리는 이와 같은 내용을 교육받고 있는 것이다.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교육되는 강도가 깊어진다. 그저 재미로 보는 사이에 우리는 그와 같은 생각이나 행위가 점점 자연스러워진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매일 많은 시간을 매체를 통해 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이 어떤 내용을 깊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어느 날 말과 행동에서 배어나올 때, 그 때는 교육을 받은 정도가 상당히 깊은 상태에 있을 것이다. 고치기가 쉽지 않다.

 

▲도암 스님

우리는 몸과 말과 생각의 행동을 길들이고 연습할 필요가 있다. 평생 말하고 생각하고 몸을 사용하면서 살아간다. 어려서부터 보고 듣는 것을 조절하여 우리의 행위를 맑고 건전한 상태에서 즐겁게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면 좋겠다.

 

도암 스님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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