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굳게 닫친 산문 내밀한 이야기 그곳엔 ‘사람’이 있다

  • 만다라
  • 입력 2013.05.08 15:13
  • 수정 2013.05.08 16:51
  • 댓글 0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서’ 연출 이창재 감독

영천 백흥암서 10개월 촬영
진솔한 이야기 영상에 담아
“가식없는 모습에 깊은 감동”

 

 

 

 

굳게 닫쳤던 산문이 열렸다.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찾아간 영천 백흥암에서 다큐멘터리 촬영허가를 위해 만 배를 하고 난 뒤였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을 보고 싶습니까?”


10개월에 걸친 촬영기간 내내 이창재 감독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일 년에 단 두 번만 문이 열린다는 백흥암. 꽃피는 봄에서 적막한 겨울까지, 팔공산 자락에 소담하게 자리 잡은 그곳에서 이창재 감독은 비구니 스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영상에 담았다. 스님들의 수행과 삶, 웃음과 눈물이 고스란히 스며든 영화 ‘길위에서’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이 감독은 2004년 장편 다큐멘터리 ‘EDIT’를 연출해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 덴버국제영화제 등에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2006년에는 ‘무당’을 소재로 영화 ‘사이에서’를 연출해 당시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가 이번에는 비구니 스님들의 이야기들을 영화로 만들었다.


평소 위빠사나 수행에 관심이 많던 그는 3년 전 어느 날 명상센터에서 노스님을 만난다. 평생 간화선수행을 해왔다는 스님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명상센터를 찾았다고 했다. 그는 칠순이 넘는 나이임에도 깨달음에 이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스님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때 그는 우리나라 스님의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원을 세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조건에 맞는 사찰에서 촬영허가를 받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스님들은 사찰의 문을 쉽게 열지 않았다. 촬영을 포기할 무렵, 몇몇 스님들이 영천 백흥암를 소개했다. 예정된 운명처럼 다가온 백흥암과의 인연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만 배 정진 끝에 허락을 받고 조감독, 카메라감독과 함께 영천사로 향했다. 그러나 촬영 역시 순조롭지 못했다.

 

 

▲이창재 감독

 

 

스님들은 카메라를 보자마자 고개를 돌리곤 했다. 처음 3개월 동안은 고작 18분을 촬영했을 뿐이었다. 3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한 스님과 첫 번째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일부 스님들의 반대로 수차례 백흥암을 나오기도 했다. 2012년 해제일이었다. 그는 촬영을 반대하던 스님들을 설득해 촬영을 이어올 수 있도록 배려해줬지만 “이제 더 이상은 힘들겠다”고 말하는 스님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촬영기간을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회고했다.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만들어진 영화 ‘길위에서’는 스님들의 생사를 건 수행은 물론 내밀한 일상과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무문관 3년 수행을 앞둔 스님의 담담한 모습에서 동진출가 스님의 번뇌와 만행, 자신을 만류하는 어머니를 뿌리치고 출가해야만 했던 행자, 평생 수행했지만 제대로 된 밥값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 노스님까지. 깊은 산, 사계절 변화 속 스님들의 삶은 드문드문 이어지는 그의 나레이션과 함께 아름다운 영상으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촬영기간 내내 강한규율 속에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강한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존중한다는 것의 의미를, 가식 없는 진실한 모습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서’는 5월23일 CGV 무비꼴라쥬 등 전국 20여개 예술영화관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02)3442-1779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