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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힐링 열풍의 원인과 사회적 파급효과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고통 구제하려는 대자비심 원력의 현대적 구현

힐링은 몸·마음 치유 의미
웰빙문화 연장선상서 확산


혜민스님 등으로 관심 고조
불교이미지 제고에도 도움

 

 

▲불교힐링은 혜민, 법륜 스님과 같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님들의 영향으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작금의 한국사회는 “아픈 사회”, “상처받는 사회”, “소진(消盡) 사회”등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정보화가 촉진되면서 함께 등장하였다. “하면된다”는 신념으로 산업화를 성취하였고, “빨리빨리” 문화는 고도 정보사회를 만들어 내는 초석이 되었다. 그리고 배고픈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물질적 풍요가 뒷받침 되는 행복한 사회를 꿈꿨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으며, 자살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행복지수는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가들에 비해서도 뒤떨어질 정도로 낮아졌으며, 삶의 질에 대한 국민적 만족도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기아와 굶주림에서 벗어났고, 문명의 이기들을 얼마든지 향유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나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은 더욱 가중된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때 불교계의 스님들이 힐링 확산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스님들의 관련 저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폭되었고, 국민적인 멘토로 불릴 정도로 언론에 노출이 많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무소유’를 비롯하여 다수의 책을 출간한 법정스님 재세시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신 이후 잠시 주춤하였으나 새로운 스님들이 등장하여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사찰이 지니고 있는 한적함과 고요함,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어우러져 스님과 사찰을 중심으로 하는 ‘힐링’ 이미지는 점차 사회 속으로 확산되었다. 그와 더불어 템플스테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본 연구는 불교힐링 열풍의 배경과 요인을 분석하고 사회적으로 어떻게 파급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또 불교힐링의 한계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시도하였다.


힐링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마음의 치유”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는 “환자나 일반인이 자기복원성에 기초하여 보완, 대체의학 혹은 자연치유학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 회복과 증진을 도모하는 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힐링은 일종의 대체의학적 관점에서 시작되었고, 자연치유에 대한 지혜와 연계되어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폭되고 있다. 힐링의 의미는 복지를 의미하는 웰페어(welfare)와 복락으로 번역된 웰빙(wellbeing)의 개념에 이미 내포되어 있었다. 웰빙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추구하는 삶의 유형이나 문화를 통틀어 일컫는 개념’으로 사용되었는데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영위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웰빙은 한동안 ‘웰페어’라는 용어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최저생활수준의 보장에서 벗어나 삶의 질과 건강을 중시하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웰빙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았다. 웰빙은 고도산업사회에서 형성된 물질적 풍요 대신에 육체적 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추구하는 심리적 욕구를 반영하였다. 그리고 1980년대에 시작된 슬로우 푸드 운동, 1990년대 느리게 살자는 슬로우 시티 운동, 그리고 물질적 실리와 정신적 풍요를 동시에 추구하는 보보스(bobos) 세대 등과 연계되었다. 2000년대부터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몸과 마음, 일과 휴식, 가정과 사회, 자신과 공동체의 조화를 추구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웰빙이 건강한 삶의 대명사가 되고 있을 무렵인 2000년대 초반 사회 일각에서는 ‘힐링’이라는 새로운 단어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이면에는 웰빙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만으로는 이미 상처받은 영혼들은 행복해질 수 없는 환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복지사회의 행복한 생활과 평안한 삶을 추구하던 사람들조차도 가족이 해체되고, 관계가 깨지고, 거대한 사회의 벽에 갇혀버리는 고독감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극심한 경쟁사회로 내몰린 현대인들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근심, 걱정, 우울, 불안 등의 심리적 요인들이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을 정도로 심화됐기 때문이다.


종교성 동반되지 않은 열풍
단순한 사회적 관심에 불과


다양한 문제 해법 제시해야
힐링 넘어선 지행으로 완성


우리나라에 힐링이라는 용어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01년경이다. 불교계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템플스테이를 시작하면서 힐링 효과를 전면에 내세웠다. 번다한 세속의 마음을 내려놓고 온전한 휴식과 관조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이 힐링의 효과를 배가시켰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 혜민스님과 법륜스님 등과 같은 대중적 지지가 높은 스님들의 저술이 힐링 열풍에 불을 붙였다. 힐링의 사회적 열풍은 사회경제적 병인에 대한 자발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웰빙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확산된 측면도 간과할 수는 없다. 힐링의 개념이 불교계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불교적인 힐링만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 열풍의 중심에 불교계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웰빙 문화 속에 있던 건강과 관련된 요소들이 힐링 문화 속에서도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불교힐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고조시킨 배경에는 법정스님의 무소유 가르침, 건강식을 대변하는 선재스님의 사찰음식, 전국적으로 개최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 TV와 SNS 스타로 자리잡은 혜민스님의 저술활동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전국 100여개 사찰에서 운영되고 있는 템플스테이가 힐링 열풍의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현재 단계에서 힐링을 통한 불교적 영향력의 정도나 파급 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 불교의 힐링은 전통적으로 이미 하고 있던 일들이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힐링의 열풍과 더불어 불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소 변화하고 있다면 시사하는 바가 있고, 그러한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내재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종교성이 동반되지 않은 힐링 열풍은 단순한 사회적 관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불교힐링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은 불교의 교리나 가치관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불교를 벗어난 것도 아니다. 이를 대하는 일반인들의 태도도 불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힐링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불교 포교와는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힐링은 일시적인 관심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은 인드라망처럼 서로 얽혀 있으며, 각각의 현상들은 서로 연기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 방법도 다양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제시되고 있는 불교힐링의 해법은 다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제시한다고 해도 서로 유사성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사회적으로 힐링 피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것은 앞서 유행하였던 웰빙 문화의 확산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웰빙 문화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어떤 것이 진정한 웰빙인지 알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것은 웰빙 문화가 지나친 상업주의로 활용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이상 웰빙이라는 말을 선호하지 않는 상황으로 전개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힐링이라는 용어가 이를 대체하면서 웰빙을 선호하던 사회 분위기가 큰 전환을 맞게 된 것이다.


불교힐링이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연구와 실제적인 체험적 성과들이 축적될 때 발전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불교적 과제는 국민적으로 불교힐링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대중적 영향력을 갖춘 참다운 힐링 멘토의 발굴이다. 불교힐링은 전통적인 불교문화와 수행이 조화를 이루면서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특별한 영역이다. 이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제대로 훈련받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화된 분야에 속한다. 따라서 수행적 자질과 많은 사람들을 자비로 섭수할 수 있는 마음과 더불어 불교힐링의 전문성을 갖추고 활동하는 힐링 멘토가 필요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중생을 고통에서부터 구제하려는 대자대비심의 원력에서 출발하였다. 이 원력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불교힐링의 사상적 근원이며 실천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는 시작부터 힐링의 의미를 내포한 가르침을 전해왔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그 구성원들의 근기에 부합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그것에 힐링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이미 힐링 피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상업주의와 연계되면 인구에 회자되는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실속이 없고, 기대에 차서 관심을 보였던 사람들이 실망하여 돌아서는 사례들이 생겨난다. 그렇게 되면 불교힐링은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는 용어가 되기 쉽다. 불교힐링은 일시적인 선풍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발전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 치유 방법으로 기능할 때 앞으로도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회의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힐링에서 콜링(calling)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콜링은 ‘천직(天職)’ 혹은 ‘소명(召命)’ 등으로 번역하기도 하는데 불교적으로는 ‘지혜로운 실천’을 의미하는 ‘지행(智行)’으로 표현할 수 있다.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에서 자가 치유를 촉진하는 힐링으로, 그리고 앞으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수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콜링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


▲김응철 교수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느끼는 이고득락의 삶을 원한다. 괴로움을 벗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힐링만으로는 부족하다. 행복은 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법연을 맺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을 즐겁게 그리고 지혜롭게 실천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웰빙과 힐링을 넘어선 콜링, 즉 신구의(身口意) 삼업행을 조화롭게 하는 지혜로운 행동을 성취하는 길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자각과 자신의 부름에 응답하는 실천이 불교적 힐링의 완성이다.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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