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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축특집] 서구에서 명상과 심리치료 현황

기자명 법보신문

힐링 진원지 미국, 명상 심리치료 영향력 갈수록 확산

20세기 초부터 불교에 관심
1960년대 이후 본격적 연구


하버드·MIT 등 연구기관서
매년 수백 편씩 연구 논문


국내 힐링도 지속 가능성 커
한국불교는 ‘기회이자 위기’

 

 

▲ 달라이라마는 불교수행이 심리치료와 뇌과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갈파했고, 최근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것이 사실임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사진은 ‘마음과 생명 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달라이라마, 마티유 리카르 스님과 연구자 및 명상가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출처=마음과 생명 연구소 홈페이지

 


‘힐링(healing)’이라는 영어단어에서 알 수 있듯 오늘날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힐링의 진원지는 서구, 더 정확하게는 미국이다. 사실, 미국에서 우리 한국으로 불어 닥친 힐링의 바람은 우리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반가운 일이다. 어렵고 복잡하고, 게다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기까지 하는 불교수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 유행의 바람이 지나가고 마는 것은 아닌가, 내심 걱정하는 소리들도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에서 힐링의 바람을 떠받치고 있는 불교명상과 심리치료의 현황을 탐색하고 조명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힐링의 바람이 현재 어느 정도의 깊이와 강도로 불고 있으며, 언제까지, 어디로 나아가게 될지 짐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불교가 세계로 나아가는데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 탐색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 심리학과 서양 심리학이 언제 처음 만났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윌리엄 제임스(1842~1910)와 스리랑카 출신 담마팔라(1864~1933) 스님과의 만남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미국 심리학의 아버지라는 윌리엄 제임스가 당시 하버드대학에서 강의하던 시절, 그의 강의에 참석한 담마팔라 스님으로부터 불교교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제임스가 향후 25년간 미국 심리학이 공부해야 할 것이 불교라고 선언했다고 한다. 불교 심리학과 서양의 정신치료가 만난 또 다른 유명한 사건으로는 정신분석자 칼 융이 스즈끼 다이세츠가 1948년에 출간한 ‘선불교 입문’에 서문을 쓴 것이다. 그 외에도 스즈끼 다이세츠와 에리히 프롬을 비롯한 여러 정신분석학자들이 1957년 멕시코에서 ‘선불교와 정신분석’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 티베트 스님인 트룽빠 린포체는 불교가 미국에서는 심리학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선언하고, 1974년 미국 콜로라도에 나로빠 연구소(Naropa Institute)를 설립한 이래 명상심리학 학위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불교심리학과 칼 융이나 에리히 프롬과 같은 세계적인 정신분석학 학자들과의 만남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불교 심리학이 미국 심리학의 적극적인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당시 실용주의와 과학주의를 표방했던 행동주의 심리학의 세력에 밀려서 불교 심리학이 관심을 갖는 인간의 의식, 사랑, 자비, 연민, 지혜 등과 같은 고등 정신기능에 관한 연구주제들은 크게 주의를 끌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브라함 메슬로를 중심으로 하는 인본주의 심리학자들이 심리학의 연구주제로 영성(spirituality), 즉 깊은 종교적 신비적 경험, 초의식, 비이원적 의식상태, 깨달음, 지혜, 자비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동서 심리학을 통합하는 심리학의 제4세력인 자아초월 심리학의 등장을 이끌었고, 이를 계기로 깨달음, 자비, 무아, 비이원성 등 불교심리학의 연구주제들이 서양 심리학의 본격적인 관심과 연구대상으로 편입되기 시작했다.


심리치료에 명상수행이나 기법이 응용됨으로서 자연히 정신치료자들과 관련 연구자들에 의해서 명상의 치료효과에 대한 논의와 검증으로 이어졌다. 그런 가운데 과학적·체계적 방법론에 바탕을 둔 명상의 치료적 효과 연구는 달라이라마를 중심으로 하는 뇌과학과 불교명상의 만남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뇌과학은 불교의 명상수행이 우리들의 뇌의 어떤 부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주는지, 그 효과를 연구하고 입증함으로서 정신치료 역사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명상수행의 치료적 효과 입증을 넘어서서 인간 잠재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것이다.


달라이라마는 과학자들과의 만남에서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짐으로서 성인의 뇌신경 조직은 고정되어 있고,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이론을 굳게 믿고 있던 서양과학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1998년 달라이라마는 그의 베스트셀러 ‘행복의 기술 (The Art of Happiness)’에서 “뇌는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도 항상 변화 가능하다”는 사실을 주장했다. 그후 2004년 과학자들의 모임에서 달라이라마는 자신의 뜻을 받들어서 명상수행의 효과를 뇌사진(fMRI-뇌기능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입증한 리처드 데이비슨을 위시한 여러 뇌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불교의 명상수행을 통해서 인간의 뇌는 항상 변화가능하다는 ‘뇌의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와 같은 뇌의 유연성, 가소성은 명상훈련이 뇌의 구조를 바꾸어 놓는다는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심리치료에서 명상수행의 적용은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로써 1990년도 이전까지 자각훈련과 관련된 연구가 80편이 채 안됐던 것에 비해 1990년 이후부터 2006년 사이에는 무려 600여편의 연구가 나오게 된다. 비록 윌리엄 제임스의 예언처럼 미국 심리학이 1900년 초반부터 당장 불교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뇌과학이 명상수행의 치료적 효과를 입증하면서 심리학의 새 패러다임을 예고했다.


명상수행의 효과를 입증하는 뇌과학 연구들이 하버드, MIT, 스텐포드, UCLA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의 연구진들을 통해서 잇따라 쏟아지면서 마침내 2009년 5월, 하버드의대에 소속된 명상과 심리치료 연구원(IMP: Institute for meditation and Psychotherapy)은 ‘연민심과 지혜의 배양’이라는 주제로 명상과 심리치료 컨퍼런스를 열었다. 달라이라마가 이틀간 패널로 참가했던 이 행사에는 불교명상과 정신치료의 통합에 관심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물론 리처드 데이비슨을 비롯한 뇌과학 연구자들도 발표와 토론에 나섰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인원만 무려 1200명이 넘었고, 미처 자리를 구하지 못한 대기자들도 많았다.


필자 또한 IMP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면서 몇 년간 이 행사를 위해서 준비해 왔던 미국 하버드대학 디렉터 크리스토퍼 거머(Christopher Germer)와의 인연으로 컨퍼런스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행사 첫날 개회식에서 그들은 이 행사가 앞으로 서양 심리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역사적인 순간임을 선언했다. 다시 말해서 이후의 서양에서의 심리치료는 불교명상과 서양의 심리치료가 통합된 명상심리치료를 의미하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선언은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2013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있었던 다보스 세계 경제정상회담에서 연사로 초대된 사람이 금융가나 최고의 투자가, 국가 정상 등이 아니라 달라이라마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티베트불교의 마티유 리카르(Matthieu Ricard) 스님, 마이애미주립대학 알아차림 연구와 수행기획을 위한 명상 신경과학의 책임자 아미쉬 자(Amishi Jha)를 비롯한 명상 지도자들이 주를 이루었고, 알아차림 명상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연사들이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알아차림 훈련을 실시해서 스트레스를 줄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구글(Google)이나 타겟(Target), 애트나(Aetna)와 같은 기업을 포함해서 전체 고용주의 4분의 1이 알아차림 훈련 프로그램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알아차림은 과도한 업무와 책임에 쫓기는 리더들로 하여금 좀 더 자기 자신이 되고, 개인적인 가치와 원리를 유지하고, 내적 지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건강관리 비용이 국내 총 생산의 18%에 이르고 스트레스 비용 관련 비즈니스는 연간 300조라고 한다. 여기에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와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데 스트레스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건강관리 비용은 훨씬 더 올라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포럼의 패널들은 치료에서 예방으로, 병관리에서 건강관리로 이동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건강관리 비용 감소에도 알아차림 훈련은 직접적인 유익함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힐링의 바람은 분명 갈수록 더 거세질 것이고, 미치는 파장과 범위도 확대될 것이 명확하다. 알아차림 수행을 연구하고 보급, 교육하는 단체들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문대학들에 소속해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을 리드하는 최고의 엘리트들이 상호 연계하면서 연구와 교육을 체계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근거를 뒷받침 해주는 사실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서구의 명상심리치료, 힐링의 흐름이 한국불교에 던져주는 화두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서구의 힐링, 명상심리치료의 실용성과 합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과학의 한 분야로 성장해온 서양심리학이 불교의 명상수행, 명상체험을 심리학의 연구주제에 포함시키고, 정신치료가 명상기법을 치료과정에 도입함으로서 주관적 명상체험의 실용적, 치료적 가치가 과학적, 합리적, 객관적 방법에 의해 연구되고 현실에 맞게 적용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이는 곧 현재 우리 사회에서 힐링 바람을 타고 불교와 명상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불교의 실용성과 합리성을 기대하고 요구한다는 의미다. 또한 힐링열풍은 어떤 측면에서 현재 우리 한국불교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한 이유가 아닌가 생각된다. 즉 기회의 측면은 불교수행이 현대인들이 당면한 갖가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그들의 웰빙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실현가능한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렇지 못할 경우 힐링과 명상의 바람은 불교수행이 아닌 타종교적 전통이나 제2, 제3의 수행전통으로 이동하게 되고, 결국 전통불교는 쇠퇴기에 직면하게 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서광 스님
따라서 한국불교는 이제 신도들에게 뭔가를 받아서 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인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거기에 한국불교의 미래가 달려 있다.

 


서광 스님 한국불교심리치료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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