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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명상의 치유적 효과

기자명 법보신문

극심한 우울정서 불교명상 6개월에 정상 수준 회복

대학원 재학 28세 미혼여성
대인관계·심한 우울로 고통


부모 이혼한 뒤 5살 때부터
3년 동안 고아원에서 생활

 

 

▲인경 스님이 운영하는 명상상담연구원 워크숍 모습. 인경 스님은 참가자들이 상담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도록 돕는다.

 

 

필자는 내담자란 말보다는 ‘연구 참여자’란 용어를 더 좋아한다.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연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의미를 강조할 목적이다. 질적 사례연구는 자연 상태의 일상을 살아가는 참여자의 경험내용에 대한 공감적 이해를 중시한다.


여기서 연구 참여자를 호칭할 때는 햇살이란 애칭을 사용하기로 한다. 햇살님은 필자가 운영하는 명상상담연구원이 2012년 가을부터 명상상담 집단과 2013년 1월에 실시한 4박5일 명상상담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면서 2013년 2월25일부터 4월22일까지 총 8회, 1주일에 1회 2시간씩 개인 상담을 받았다. 동시에 2013년 3월부터는 주1회 2시간씩 호흡과 바디스캔 명상을 4월 말까지 수련하였다.


햇살님은 불교신자로 대학원에 다니는 28세의 미혼여성이다. 또 절에서 청소년법회를 돕는 교사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햇살님은 5살에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에 의해서 고아원에 맡겨졌다가, 8살 무렵에 아버지가 찾아와서 할머니와 숙모에게 양육되었다. 어린 시절의 유기 경험과 가족 내에서 숙모와의 갈등은 햇살님의 주호소 문제인 우울경험과 깊게 관계된다.


햇살님의 청소년기는 부모와 단절된 상태였다. 그나마 할머니와 가깝지만 불편함도 함께 가지고 있고, 숙모와는 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햇살님은 10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거의 10년 동안을 매일매일 우울하게 보냈다. 우울 때문에 정신과 약은 먹지 않았지만, 이런 우울경험으로 말미암아 신체적으로는 가슴에 축구공만한 게 막혀서 늘 답답하였고, 위염으로 고생하였다. 신체적인 징후로만 보았을 때는 심한 우울로 평가할 수 있다.


햇살님의 우울 정도를 번즈(Buns)의 우울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체크했는데, 총점 100점 가운데 46점으로 ‘보통의 우울’로 나왔다. 작년 명상공부를 하기 이전 기준으로 체크할 때는 총점이 68 정도의 ‘심한 우울’로 나왔다. 면담에서 이루어진 주관적인 보고에서는 명상공부를 하기 이전인 작년에는 90~100 정도로 매우 심각한 ‘극단적’ 수준이지만, 상담을 시작하는 지금은 60~70 정도의 ‘심한’ 수준으로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햇살님의 우울경험[苦]과 그 원인[集]은 무엇일까? 햇살님은 고아원에 지내다가 아버지에 의해서 8살 이후로 할머니에게 맡겨졌다(조손가족). 이 시기는 참 행복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햇살님이 고교 3학년 때에 작은 아버지와 숙모님이랑 같이 살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였다. 햇살님을 우울하게 한 것은 숙모님과의 관계로 인하여 애착의 대상인 할머니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다. 이럴 때마다 햇살님은 자동적으로 아래와 같은 침투적 사고가 불쑥 올라온다.


“그냥 제 처지가 너무 불쌍한 것 같아요.” “제가 낄 자리가 없고 제가 발언권이 없어요.” “나는 무슨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애 같아요.” “세상을 사는 게 힘들고 너무 슬픈 것 같아요.”


이것들은 타인, 세계에 대한 인식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지각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햇살님은 애착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많지가 않다. 정확하게는 자신을 고아원에 맡긴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은 별로 없다. 어쩌면 무의식 속에서 자신을 고아원에 맡긴 엄마에 대한 분노가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거부당했다고 느끼면 견딜 수가 없는 분노가 일어난다.


이런 대인관계의 특징은 청소년법회에서 교사활동을 할 때도 나타나고, 특히 남자친구를 알게 되면서 더욱 극단적으로 표출되었다. 애착의 대상이 연락이 되지 않으면 스스로도 놀랄 만큼 ‘멘붕’ 상태가 된다. 이것은 유기도식 곧 그 애착의 단절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의견이 수용되지 않거나 버림받은 느낌이 들면 처음엔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충격을 받는다. 이로 인하여 공격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그 결과 사람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스스로 심한 우울을 경험한다. 요컨대 ‘분리단절→분노표출(공격 혹은 회피)→대인관계 소원→ 우울경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할머니와 숙모에게 자랐지만
숙모와 수시로 심각한 갈등


작년 가을부터 명상공부 시작
알아차림·영상관법 등 수행


우울증·감정조절에 큰 도움
대인관계 등도 훨씬 좋아져


햇살님은 솔직하게 누군가 사랑하기보다는 사랑을 ‘받고 싶다’고 말한다. 이것은 가족관계에서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햇살님으로서는 매우 당연한 보상적 욕구이다.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스스로 어떤 자격지심으로 사랑받지 못할까 하는 숨겨진 두려움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면 햇살님에게 어떤 변화[滅]가 일어났고, 그 변화요인[道]은 무엇일까? 햇살님의 우울정서가 변화되는 중요한 계기는 작년(2012년) 가을의 명상공부와 2013년 2월말부터 시작한 상담이라고 말한다. 이들에 대한 번즈(Buns)의 우울검사는 <도표1>과 같다.


이것은 명상공부를 하기 이전의 심한 우울(68점)→상담을 시작할 무렵의 보통 우울(46점) →상담을 마친 지점, 약간의 우울(22점)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도표2>는 우울과 관련된 4영역별의 변화를 보여준다. 명상공부를 하기 이전의 우울상태와 상담한 이후의 변화를 각 영역별로 분석하여 백분율로 변환하여 나타낸 것이다.


여기서 보면 신체적인 징후가 가장 변화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신체징후에 대한 축어록의 분석은 매우 급격한 변화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햇살님은 자신의 신체적인 느낌의 변화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 상담과정에서 등과 함께 아파온 가슴의 답답함은 ‘축구공(3회기)’→‘마늘(4회기)’→‘ㄱ자(5회기)’ 등으로 점차로 작아지고 다른 모양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보고한다.


상담에 대한 전체 평가에서 햇살님은 이제는 위가 많이 나아서 식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숙모와의 관계에서도 무덤덤함을 느끼고 남자친구와의 소원해진 관계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편안해졌다고 말한다. 처음에 햇살님은 당시를 굉장히 슬프고 외롭고 그래서 90~100%라면, 상담을 끝낸 지금은 20% 정도로 많이 편안해졌다고 평가한다.


어떤 요소가 햇살님을 이렇게 편안하게 변하게 만들었을까?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는 점에서 상담이 좋았고, 현실적인 갈등부분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인 점이 크다. 이렇게 변화되는 데는 명상의 역할이 컸다고 말한다.


첫째는 호흡명상이다. 이것을 통해서 햇살님은 ‘알아차림[sati, 念]’의 힘을 키웠다. 2012년 중반까지는 매일이 슬프고 우울했지만, 명상을 시작한 작년 가을 이후로는 우울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많이 편안해 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빠져나오는 방법이란 곧 일상에서 ‘알아차림’하는 기술이다. 이것은 ‘알아차림 명상척도’에서 나타난다. 알아차림 명상척도는 총 20문항(100점)으로 이루어졌는데, 햇살님의 3월 명상수련회에 참여할 무렵의 알아차림 명상척도는 40이고,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4월 중순에는 57점으로 변화됐다.


둘째는 신체느낌에 충분하게 ‘머물기[samatha, 止]’이다. 느낌명상이란 눈을 감고 신체의 느낌을 충분하게 머물고, 그것을 판단 없이 그대로 관찰하는 것이다. 햇살님은 신체적으로 약하고, 위염과 가슴의 축구공만한 답답함이 중요한 증상이었는데, 이런 증상이 8회기에는 많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가슴에 갈고리 같은 게 걸려있었는데, 그것이 둥그런 모양으로 점점 펴지면서 나중에 없어지는 것을 관찰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셋째는 영상관법의 반복적 ‘지켜보기[vipassana- , 觀]’이다. 영상관법은 유식불교의 수행법으로 상담에서는 과거의 사건을 현재의 시점에서 마음에 떠올려서 관찰하는 명상이다. 이것의 특징은 중요한 사건을 반복하여 관찰하게 함으로써 당시에 미처 인식하지 못한 부분을 통찰하게 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상담 3회기에 할머니와 숙모랑 가족이 밥을 먹는 힘들었던 장면을 반복적으로 영상관법으로 바라보도록 4번을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우울한 정서가 변화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상으로 우울정서를 가진 연구 참여자 햇살님의 사례를 통해서 불교명상이 어떻게 치료적 혹은 치유적 효과가 있는지를 고집멸도의 4단계로 분류해 간단하게 기술하였다. 무엇이 햇살님을 변화하게 했을까? 현실 문제를 다루고 정서적 안정을 준 점은 상담적 효과이다. 또한 자신의 심리적인 경험들을 알아차림과 그곳에 충분하게 머물러 경험하고, 그것들의 본질을 통찰하는 것들은 분명하게 명상적 특징이 아닌가 한다.


▲인경 스님
이런 점에서 서구적 상담은 동양적 명상에 의해서, 직관적이고 초월적인 명상은 분석적이고 현실적응을 강조하는 상담에 의해서 유기적으로 서로를 보완하면서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변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한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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