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조계종
사이비 조계종
  • 김형규 기자
  • 승인 2013.05.27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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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표방 종단만 80여 곳
종정·총무원장 법명도 차용
종명 의존해 이익보려는 의도
참 불자 늘어나면 폐단 줄 것


학창시절 ‘메이커’라고 불리던 신발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들 유명상표의 신발들은 일반 신발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비쌌다. 그래서 ‘짝퉁’도 등장했다. 속아 사는 경우도 있지만 알면서도 구입했다. 그것으로 대리만족을 했다. 남들 눈에 진품으로 보이면 그것으로 족했다.


깊이 묵혀져 있던 과거의 기억들이 최근 불현듯 떠올랐다. 일부 교계 신문에 실린 각종 조계종 지도자들의 메시지와 축하 광고때문이다. 지면에는 불교계 장자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 외에도 십수 개의 조계종이 넘치게 등장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조계종이 생겨난 것인지. 인터넷을 뒤져보니 조계종을 표방하는 종단은 70여개. 알지 못하는 것들까지 더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명칭도 다양하다. 조계종과 전혀 관계없는 명칭을 앞에 붙여놓고 뒤에는 결국 조계종으로 끝난다. 조계종의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 의아한 곳도 적지 않다. 어떤 곳들은 종정 스님이나 총무원장 스님의 법명까지도 대한불교조계종의 종정 스님이나 총무원장의 법명을 가져다 쓰는 곳도 있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조계종은 대한불교조계종이다. 1962년 문교부에 등록됐다. 당시로는 유일무이한 조계종이었다. 그런데 10여년 전부터 유사 조계종들이 하나둘 등장하더니, 몇 년 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국민과 불자들 대다수는 대한불교조계종 외의 조계종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조계종 입장에선 유사 조계종에 둘러싸인 형국이다. 유사 조계종들로 인해 조계종의 고민은 깊다. 규모가 작고 영세해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조계종으로 항의가 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간판으로 버젓이 건강식품을 팔다 적발된 명칭 도용 사례도 발생했다. 조계종의 심기가 불편한 이유다.


그런데도 법적으로 딱히 제어할 방법이 없다. 불교에서 종명은 중요하게 여기는 소의경전이나 따르는 부처님, 혹은 스승의 법명을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종명에는 경전이나 부처님, 스승의 가르침을 목숨을 걸고 철저하게 따르겠다는 서원이 담겨있다. 조계종에는 선종, 그 중에서도 임제 스님의 가르침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 있다. 임제 스님의 가르침은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으로 요약된다.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이 그대로 참이 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 흉내 내지 말고 스스로 우뚝 서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종명을 지으면서 조계종 흉내를 내고 있다. 이는 임제 스님 가르침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조계종 정신에도 맞지 않다.  조계종은 한국불교를 대표하고 있다. 조계종하면 사람들은 대한불교조계종을 떠올린다. 사실 주요 종단으로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도 있다. 그런데 유독 조계종만 유사 조계종이 난립하고 있다. 조계종의 평판에 기대 이익을 보려는, 불교의 정신에 맞지 않는 의도가 엿보인다. 만약 조계종의 정신을 따르지도 않으면서 조계종이라고 한다면 이는 ‘유사하지만 아니다’라는 의미의 ‘사이비(似而非)’와 전혀 다를 바 없다.

 

▲김형규 부장

앞으로도 유사 조계종은 늘어날 것이다. 늦었지만 불자들이 종단을 따지지 않고 참된 스님들을 따른다면 종단의 허명에 집착하는 것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조계종 종정을 지냈던 성철 스님은 ‘자기를 속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조계종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김형규 kimh@beopbo.com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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