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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불교재산관리법 공포

기자명 법보신문

대처승 몰아냈지만 사찰자율권 오히려 침해

1962년 5월31일 정부 제정
국가가 사찰관리감독권 가져
화장실 짓는데도 허가받아야

 

 

▲박정희 군사정부는 통합종단 출범과정에서 비구측이 종단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불재법 제정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법보신문 자료사진

 

 

1962년 5월31일 박정희 군사정권은 관보를 통해 ‘불교재산관리법(이하 불재법)’을 공포했다. 일제시대 사찰령을 근간으로 해 제정된 이 법은 사찰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국가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찰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등록하지 않은 사찰은 불법으로 간주했다. 사실상 불교계의 자율권을 박탈하는 악법임에도 당시 비구 측이 중심이 된 통합종단은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반면 대처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물론 불재법은 비구·대처승 간의 갈등으로 수많은 사찰 재산이 망실되거나 소송비용으로 팔려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해 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사실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하는 과정에서 군사정부는 비구가 종단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비구 측이 중앙종회와 종단 내의 모든 권한을 차지하도록 도왔다. 참다못한 대처승 측은 통합종단을 뛰쳐나갔고, 독자적인 대처 종단 설립을 추진했다. 불재법은 이런 과정에서 공포됐다.


당시 사찰 분포를 살펴보면 전국 사찰 가운데 80%이상을 대처승 측이 점유하고 있었다. 비구 측은 숫자가 적을뿐더러 보유하고 있는 사찰도 대처승 측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이대로 가다간 비구가 중심이 된 통합종단조계종이 대표성을 갖기가 어려워 보였다. 불재법은 이런 상황을 한순간에 뒤집었다. 불재법이 군사정부와 비구 측과의 교감 속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군사정부는 불재법을 시행하면서 통합종단에 소속된 사찰의 등록은 받아주면서도, 대처승 측이 종단등록을 신청하자 통합종단조계종과 종지종풍이 같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했다. 이렇다보니 불재법은 대처승 측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태고종 백련사 원로 운경 스님이 지난 2009년 한국불교신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당시 비구측은 어떤 사찰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다. 대처승 측이 소속 사찰의 등록을 위해 문교부에 서류를 제출하면 정부는 몇 달 동안 등록을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관련 서류를 비구 측에 슬그머니 넘겨줘 통합종단 소속의 사찰로 뒤바뀌게 했다. 그리곤 대처승 측 사찰에 대해서는 등록이 되지 않았다며 강제로 간판을 내리게 하는 등 종교 활동을 금지시켰다. 대처승 측의 사찰이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대처승 측이 보유하고 있던 전통사찰은 모두 소송을 통해 비구 측으로 넘어가게 됐다.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이 출범할 당시 대처승 측이 보유한 사찰은 사설사암이 전부였다.


어찌됐든 비구 측은 불재법을 통해 대처승을 완전히 몰아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재법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스스로를 옭아맸다. 사찰관리권이 정부에 있었던 탓에 화장실 하나를 지으려 해도 관계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다. 불재법은 종교 활동을 가로막고 사찰의 현대화를 가로막는 악법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후 조계종은 불재법 폐지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번번이 이를 받아주지 않았다. 불재법은 공포 이후 25년이 지난 1987년 전통사찰보존법이 제정하면서 마침내 폐지됐다.


불재법은 삼보정재가 망실되는 것을 막는 토대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도 분명 있다. 그러나 불재법은 해방이후 정부권력이 사찰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통제하는 데 악용됐을 뿐 아니라 수많은 종단이 난립하게 하는 배경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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