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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1호 숭례문 유감

일제잔재 드리운 건축물
화재로 문화재 가치 손실
국보1호는 우리나라의 얼굴
교체논의 다시 시작해야


국보1호 숭례문이 복구됐다. 정확히 5년3개월 만이다. 복구의 과정은 국민 모두가 참여한 대역사(大役事)였다. 이제 숭례문의 웅장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됐으니 참으로 다행이다.


그러나 숭례문을 바라보는 마음이 마냥 개운치만은 않다. 우리 역사와 예술혼을 대표하는 국보1호로서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숭례문은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급기야 1996년에 정부가 설문을 하기도 하고, 2005년에는 감사원이 조사끝에 국보1호 변경을 문화재청에 권고하기도 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수차례 논의가 잇따랐다. 국보1호로서 숭례문에 심각한 하자가 있었던 것이다.


숭례문의 국보1호 지정에는 일제의 잔재가 드리워져 있다. 일제는 일제강점기 경복궁을 허물고 그 자리에 총독부를 세웠다. 그리고 한양성의 4개의 성문을 차례로 헐기 시작했다. 서쪽문인 돈의문과 북쪽문인 홍지문이 사라졌다. 그러나 남쪽문인 숭례문과 동대문인 흥인지문은 그대로 존치됐다. 아니 보존을 넘어 지금의 국보격인 조선고적 1호와 2호로 지정해 보호했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의 선봉장이었던 두 장수가 두문을 통해 한양을 점령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일제의 전승기념물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해방 이후 정부가 들어서자 일제의 문화재 정책을 답습하면서 숭례문을 국보1호로, 동대문을 보물 1호로 덜컥 지정해 버렸다. 국보1호 교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배경이다.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논란도 적지 않다. 국보1호는 우리의 얼굴이다. 이에 걸 맞는 문화재가 국보1호로 지정돼야 한다. 세계인이 찬탄하는 석굴암이나 미륵보살반가상, 팔만대장경, 훈민정음 등은 국보1호로 손색이 없다. 특히 팔만대장경은 세계 유일의 목판대장경으로 몽골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한 조상들의 피와 땀과 신심이, 훈민정음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백성에 대한 애민의 마음이 담겨있다. 예술성을 넘어선 삶의 향기까지 담아냈다. 물론 숭례문이 뛰어난 건축물임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궁궐유적을 국보1호로 지정해야 한다면 경복궁의 중요 건물인 근정전(국보223호)이나 경회루(국보224호)가 지정돼야 맞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보1호를 바꾸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문화재위원들의 반대가 완강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보의 번호는 일련번호에 불과하다고 강변한다. 또 번호를 바꾸면 각종 기록물들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 누구도 국보에 부여된 번호를 단순히 일련번호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또 숭례문 복구비용에 245억 원이라는 엄청난 비용이 소요됐고 5년 동안 연인원 3만5000명이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기록을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국보1호 교체가 불가하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힘들다. 문화재위원들은 2005년 정부기관인 감사원의 권고도 무시했다. 친일사학자들이 관련 학계를 쥐고 흔들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형규 부장

국보에 번호를 붙이는 나라는 남한과 북한뿐이다. 우리도 번호를 없애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만약 번호를 존속시켜야한다면 우리의 문화와 정신을 온전하게 담고 있는 역사성 있는 문화유산을 국보1호로 지정해야 한다. 더구나 숭례문은 화재로 절반 이상이 소실돼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상당부분 사라졌다. 이제 국보1호 교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돼야 한다. 국보1호는 우리의 얼굴이며 또한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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