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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쇠와 녹

기자명 법보신문

쇠로부터 생긴 녹을
방치하면 쇠를 녹여
악업을 가만 놔두면
자신 망치는 지름길


얼마 전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 배우 한석규씨가 나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법구경’의 말씀 가운데 인상 깊은 말씀이 있었다며 ‘쇠로부터 생겨난 녹은 자신에게서 생겨나 자신을 삼킨다’라는 경구를 소개하였다.


이 때 출연자들이 이야기를 나눈 것은 다소 ‘법구경’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과는 맥락이 달랐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비유는 바로 ‘쇠’와 ‘녹’이다. ‘담마빠다’의 원문을 직역하면, “마치 쇠로부터 생겨난 녹이, 그것(녹)이 생기고 난 뒤, (오히려) 쇠를 삼키듯이”가 된다. 그 뒤에 오는 말씀은 ‘자신이 지은 악업이 자신을 나쁜 곳으로 이끈다’라는 것이다. 쇠붙이에 녹이 생겨난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쇠붙이는 결국 망가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나의 악업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 자신을 망가뜨리고 말게 된다. 그러므로 이 비유에서 쇠는 나 자신이며, 녹은 나의 악한 업이 된다.


불교는 철저하게 자신이 한 행동과 말과 의도에 의해 자신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팔자와 같은 운명론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는 부처님께서 당시 유행하던 운명론을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부터도 알 수 있다.


선한 의지를 갖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만이 나의 미래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사실 수행이란 말이 어려워서 그렇지, 나 자신의 말과 행동과 의도를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시키려는 노력과 실천에 다름 아니다. 불교를 수행의 종교라고 하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종교란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실천이 결여된 불교는 핵심이 빠진 것이 된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 수행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우리는 사정근(네 가지 바른 노력)에서 볼 수 있다.


1) 아직 일어나지 않은 악하고 선하지 않은 법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의욕을 내어 노력하며, 정진에 힘쓰고, 마음을 북돋아 노력한다.
2) 이미 일어난 악하고 선하지 않은 법들이 포기 되도록 의욕을 내어 노력하며, 정진에 힘쓰고, 마음을 북돋아 노력한다.
3) 아직 생기지 않은 선한 법들이 생기도록 의욕을 내어 노력하며, 정진에 힘쓰고, 마음을 북돋아 노력한다.
4) 이미 생겨난 선한 법들이 확고해지도록, 혼란스럽지 않도록, 더욱 증가하도록, 충만하도록, 원만히 수습되도록 의욕을 내어 노력하며, 정진에 힘쓰고, 마음을 북돋아 노력한다.


녹은 악하고 선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내 내면에 녹이 생겨났으면, 우리는 지체 없이 그것을 제거하는데 온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정진하고 노력하는 것이 수행인 것이다. 나아가 이 수행은 선함을 증진시키는 것이 되어야 하며, 그것을 확고하고 명확해지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간혹 ‘선도 악도 버려라’라고 하는 가르침을 잘못 이해하여, 선함을 행하지 않으려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선함이 일어나도록 노력하고, 확고해지도록 정진한 뒤에,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선을 버리는 방식인 것이다. 이는 선이 이미 나의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뒤에 일이다.

 

▲이필원 박사

우리는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내면의 녹, 즉 악한 행동과 말과 의도와 싸워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나의 행동으로 나를 망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부처님께서는 ‘쇠에서 생겨난 녹이 쇠를 삼킨다’는 비유로 말씀하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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