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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NH정책 개발 ‘GNH센터부탄’ 삼듀 체트리 소장

  • 해외
  • 입력 2013.06.10 14:28
  • 수정 2013.07.04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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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동경하는 부탄 젊은층에 불교 가치 교육이 시급한 과제

1976년 세계 최초 GNH 선언
‘가난한 나라의 변명’ 코웃음
선진국 행복지수 조사 현상은
발전보다 행복 중시한 결과


서구문물 정책으로 막지만
젊은 층 동요 피할 수 없어
GNH, 불교서 출발하지만
‘만족’은 모든 종교 공통점

 

 

▲삼듀 체트리 소장

 

 

총인구 68만명, 국토 면적 한반도의 6분의1, 경작 가능지 전 국토의 7.8%,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 미만. 그러나 산림보존비율이 전 국토의 72.5%, 전 국민 무상교육·무상의료 실시, 전 국민 97%가 ‘나는 행복하다’고 대답하는 나라. 부탄왕국이다.


왕국의 객관적 지표는 작고 가난하다. 그러나 UN을 비롯해 영국,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의 강대국들이 부탄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가의 부를 측정하는 국내총생산(GDP)이나 1인당국민소득(GNI)보다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측정하는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이하 GNH)은 오늘날 많은 선진국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1998년 행복지수 조사에서 방글라데시가 행복지수 1위로 꼽혔고, 2004년 미국 미시간대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가 1위에 올랐다. 프랑스정부도 2008년부터 GDP를 대치할 국민행복지수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행복지수의 출발지는 단연 부탄이다. 1976년 부탄은 전 세계에 GNH의 개념을 처음 발표했다. “국가의 부(富)보다 국민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부탄 국왕의 발표에 전 세계는 코웃음을 쳤다. 가난하고 작은 나라의 허세나 변명, 아니면 뜬구름 같은 이상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후 40여 년간 부탄은 성장보다 △지속가능하고 공평한 사회·경제발전 △자연환경보호 △유·무형문화의 보호와 선양 △좋은 정치를 국정 운영의 기조로 삼아 GNH 증진 정책을 실시했다. GNH 조사를 위한 체계적인 틀을 개발하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을 개발, 국정에 반영했다.


그 결과 1980년 교육제도 개혁으로 80%에 달했던 문맹률이 40%로 낮아졌고 보건소의 확대 설치로 평균 수명이 43세에서 66세로 늘어났다. 국토의 녹지율은 64%에서 68%로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2008년에는 왕실 주도로 절대군주제를 포기, 입헌군주제로 전환했다. GNH의 4대 기조 가운데 하나인 ‘좋은 정치’에 따른 결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폐쇄적 국가 운영과 국민 생활에 대한 제약도 있었다. 텔레비전과 인터넷은 1999년 처음 도입됐고 휴대전화는 2003년에야 사용되기 시작됐다. 2004년에는 금연법이 시행돼 흡연과 담배 판매가 전면 금지됐다. 또한 모든 부탄 국민은 공식적인 자리와 공공기관 출입 시 전통 복장을 입어야 한다. 신축 건물의 전통양식 준수도 의무다.


이러한 정책에 대한 불만은 없을까. GNH센터부탄의 삼듀 체트리<사진> 소장의 대답은 “당연히 있다”이다.


“대다수의 사람들, 특히 사회 지도층은 GNH에 따른 사회상을 추구한다. 그러나 부탄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한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최신 핸드폰과 서구식 옷차림, 피자·햄버거·탄산음료 등과 같은 ‘정크푸드’까지 외국의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은 것이라 여긴다. 서구식 삶이 좋은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서구식 삶에 대해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러한 삶에 수반되는 위험성도 알지 못한다. 또한 그러한 삶의 형식은 불교국가인 부탄의 가치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불교적 삶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내면의 평화와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의 변화, 특히 젊은 층의 급격한 서구화를 무작정 막을 수만은 없는 것이 오늘날 부탄의 현실이다. 그래서 체트리 소장은 “젊은 층을 대상으로 불교적 삶과 GNH의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의 설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GNH센터에서는 파로와 팀푸뿐 아니라 붐탕 등 부탄의 20개 주에 하나 이상의 교육기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트리 소장은 한국사회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오랜 불교전통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것은 행운이다. 물론 GNH가 불교적 삶을 요구하는 개념은 아니다. GNH의 많은 조건들이 불교적 삶과 상당부분 닮아있고 부탄 사회의 전통과 문화의 특수성에 따라 불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출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교적 삶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GNH의 모든 가치는 불교 속에 다 들어있고 불교적 가르침을 따라 살면 GNH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은 다른 종교에도 있다. 기독교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여러 종교가 삶의 만족, 자연환경보호, 이웃과의 유대감 증진 등을 가르친다. 어느 종교든 그 종교의 가르침에 충실한다면 GNH를 증진시킬 수 있다. 부탄은 매우 작은 나라이고 한국은 매우 다른 사회지만 GNH를 증진시킬 수 있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부탄의 GDP정책은 결코 효율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선택한 성장 정책은 잘못됐다기 보다는 조금 다를 뿐이다. 그리고 부탄의 선택은 지금까지 비교적 성공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엄밀히 따지면 너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우리의 방식이 조금 다른 부탄의 선택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뚜렷한 목표 속에서 낯선 방식에 용감히 도전장을 내밀고 조심스러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부탄. 인류의 행복한 미래가 이 작은 히말라야의 불교왕국에서 탄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부탄 팀푸=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전 국민 1.2% 대상 249개 질문


부탄연구센터에서 듣는 GNH의 탄생과 전개


조사원 109명 전국에 파견
9개월간 1대1면접으로 조사
2014년 유엔에 발표 예정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 미만인 부탄의 정책은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데 맞춰져 있다. 자연과 문화를 보존하는 가운데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좋은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모든 정책 시행의 판단 기준이다. 그 속에서 부탄은 국민 100명 가운데 97명이 ‘행복하다’고 답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부탄연구센터(Center for Bhutan Studies. 소장 까르마 우라)에 따르면 부탄에서 GNH는 단순한 조사수치가 아닌 국가 정책 전반의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인 동시에 궁극적 목적이다.


GNH 개념의 산실이자 핵심연구기관인 부탄연구센터는 23일 부탄연구센터에서 실시한 프리젠테이션에서 “지난 2010년 전 국민의 1.2%에 달하는 8000여 명을 대상으로 9개의 영역에 걸쳐 33개의 지표를 기준으로 249개의 주·객관식 질문으로 이뤄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이 결과 부탄국민들은 소득, 가족관계, 자산, 정신적 건강, 수면의 질, 지역 유대 등 25개 지표에서 50% 이상의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특히 소득, (심리적)안정감, 언어소통, 가족관계 등에서는 90% 이상의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주택, 기부활동, 읽고 쓰기 능력, 지식수준 등에 관한 만족도는 50% 미만으로 드러나 교육에 대한 욕구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는 109명 조사원의 직접 면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7142개의 유효 답안이 수집됐다. 응답자 한 사람당 평균 조사 소요 시간은 4시간 30분, 조사를 마치기까지 무려 9개월이 걸렸다. 조사결과 분석에도 거의 2년이 걸렸다. 조사보고서는 2012년에 발간됐다. GNH의 정확한 조사와 이를 분석,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부탄정부의 진정성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부탄 사회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GNH 개념은 1970년대 탄생했다. 1972년 열 여섯의 나이로 부탄의 4대 국왕지그메 싱게 왕축이 즉위했다. 그가 인도에서 한 언론사와 인터뷰 할 때였다. 기자는 부탄의 국민소득이 얼마나 되는지를 물었다. 소득 수준이 국가를 평가하는 척도고 그것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가늠하려는 듯 했다.

 

자연이 얼마나 잘 보전돼 있는지, 얼마나 좋은 정치가 펼쳐지는지, 전통 문화가 얼마나 잘 보전되고 있는 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부탄은 작은 나라였고 소득 수준도 적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행복에 소득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지그메 싱게 왕축 국왕은 “GDP보다 국민의 행복, GNH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는 국왕의 생각은 이후 국정 운영의 중심 축이 되었고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 부탄의 지역별 소득수준과 행복지수 ■

 


이렇게 탄생한 GNH는 이후 40여 년간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체계화됐다. 특히 1999년 부탄연구센터가 설립된 이후에는 GNH 개념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집중됐다.


“우리는 단순한 수치에 집중하지 않는다.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단순한 질문을 통해 GNH가 탄생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각각의 국민들은 거주 지역, 교육 정도, 수입 규모, 직업 종류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해있다. GNH는 부탄의 사회, 문화, 경제 구조 등 다양한 조건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과 세부조항들을 통해 조사되고 과학적인 분석을 거쳐 도출된다. 유엔을 비롯해 여러 선진국들이 GNH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2010년 실시한 2차 GNH조사 당시 사용된 설문지와 조사 결과를 공개한 상게 틴레이 부탄연구센터 조사연구원은 “GNH를 부탄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적인 연구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는 2014년 유엔에 정식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탄 팀푸=남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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