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 이타심

기자명 도암 스님

상처 주는 말만 안 해도 복 짓는 일

이기적 경쟁에서 이겨도

꼭 행복한 삶 살지 못해

가진 것 나누는 일부터

오계 지키는 습관 들여야

 

우리는 보통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말한다. 이기적인 이유는 자기의 행복을 보다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면 이기적인 사람이 더 큰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얌체놀이의 승리자가 되더라도, 삶은 그저 그렇거나 힘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의 석탄왕 헨리 프릭은 악명을 떨치며 막대한 부를 쌓았지만 외롭게 삶을 마감했다.

 

위스콘신 매디신대학의 정서신경과학 연구소장 리처드 데이비슨은 티베트의 달라이라마와의 토론회에서 영감을 얻어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라는 동영상 MRI 촬영기법으로 인간의 행복을 관장하는 뇌의 영역을 찾아냈다. 그곳은 좌측 전전두피질이다. 이 영역은 이기적인 마음을 먹을 때는 작동하지 않다가, 이타적인 마음을 갖거나 자비명상을 하게 되면 항진되고 활발해진다. 우리는 이기적으로 움직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이타적이고 자비로워야 행복해지는 특성도 있다. 정행품 경문을 보자.

 

“보시를 할 때면, 중생들이 일체를 버리고 마음에 집착이 없기를 발원해야 한다.”

 

‘보시를 할 때면’이란 자기가 하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는 때이다. 보시에는 재물로 하는 재보시와 지식정보로 하는 법보시 그리고 두려움을 없애주는 무애보시가 있다. 재보시로는 재복을 불러오고, 법보시로는 총명지혜의 과보를 얻고, 무외보시로는 건강장수의 과보를 얻는다. 반대로 하면 빈천과 어리석음과 단명의 과보를 받는다. 우리는 심성과 지혜의 정도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자기 것을 아끼고 다른 이의 것을 갖고 싶어 한다. 이기적인 단계다. 수준이 조금 높아지면 베푸는 것이 복을 불러들인다는 것을 체험하고 베푸는 행위를 하게 된다. 더 높은 단계는 자신이 빠져있는 탐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베푸는 행위를 한다.

 

이 이후의 단계에서는 복을 구하지는 않지만 점점 더 큰 복이 돌아온다. 다음 단계는 우리의 본성에 탐욕이 없는 것을 알고, 우리의 본성을 수순하면서 베푸는 행위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청정무구한 본성과 하나가 되려는 행위가 된다. 다음 단계는 본래 본성의 발현으로 베푸는 행위를 한다. 이 단계는 불·보살의 경지가 된다. 우리는 범부의 단계에서 우리의 근기와 형편에 맞추어 현실적인 노력을 하며 우리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중생들이 일체를 버리고 마음에 집착이 없기를 발원해야 한다’에서 ‘버린다’는 것은 내려놓는다는 말이다. 내려놓는데도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일체를 내려놓으라니까 직장도 버리고 집과 같은 모든 소유물도 버린 사람이 실제로 있었다. 이런 행위는 어리석은 것이다. 우리는 평소의 일상생활은 그대로 하고, 마음으로 집착하는 것만 내려놓으면 된다. 평소에 집착을 하던 소유물에서 마음을 내려놓으면 일상생활이 매우 가벼워진다. 그리고 집착으로 인해 생기던 착각 현상도 사라지게 된다.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복 짓는 행위가 훨씬 쉬워진다. 어떻게 집착을 내려놓을까.

 

오계를 예로 들어보자. 불살생은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거나 괴롭히지 않는 것을 말한다. 죽이는 행위나 죽이려는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것은 원한을 쌓는 일을 멈춘다. 자비심으로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고 괴롭고 두려운 상황을 풀어주는 것은 무외시가 된다. 건강장수의 과보를 받는다. 불투도는 주지 않은 다른 사람의 물건이나 노력을 훔치거나 빼앗거나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훔치는 행위와 훔치려는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자신의 재물과 노력 등을 다른 사람을 위해 베푸는 것은 재보시가 되고, 부유한 과보를 받는다. 불사음은 합법적인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는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이다. 청정하지 않은 행위와 청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는다. 청정하고 건전한 관계를 맺어 책임감 있는 삶을 바탕으로, 윤회의 뿌리가 되는 성욕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른다. 조절능력이 없으면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의 삶에 많은 상처를 주게 된다.

 

불망어는 거짓말, 상처 주는 말, 이간하는 말, 현혹시키는 말 등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말의 행위나 말을 하려하는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진실하고 부드러우며 화합하고 배려하여 궁극에는 상대에게 이익이 되는 말을 하는 것이다. 서로 신뢰하고 수순하는 과보를 받는다. 불음주는 기본적으로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술은 사람을 취하게 하고 의지력과 인지능력을 저하시키며 중독성을 일으킨다. 마약이나 도박, 게임 등이 사람을 취하게 하고 의지력과 인지능력을 저하시키며 중독성을 일으키니 불음주계에 포함하는 것이 마땅하다.

▲도암 스님.

사람을 취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와 취하고 싶은 마음의 집착을 내려놓는다. 평소에 자기 조절능력이 있는 사람도 술을 마시고 나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곤 한다. 나중에 후회하여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습관을 들이기는 쉽고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작게는 자신을 삶을 무능하게 하고, 크게는 살생이나 거짓말 등을 하여 자신과 남을 파괴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모든 과실에서 우리가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