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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중생론-하

중생체험은 영성의 극치

기독교인에겐 삶의 희망

불교는 진리로 보지않아

단지 무명 속의 일일 뿐

 

모든 종교에는 나름대로 종교적 체험이 있다. 하다못해 바위를 섬기고 나무에게 복을 구하는 무속인들에게도 체험은 존재한다. 따라서 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독교와 같은 고등종교에서 어찌 체험이 없겠는가? 기독교의 종교적 체험 가운데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중생은 기독교 영성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나님을 불신하고 타락한 인간이 교회에 나가 설교를 듣고 회개를 하는 순간 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게 되고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한다. 물론 모든 기독교인들이 다 중생을 체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중생 체험은 기독교인들에게 삶의 의미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낳게 하는 엄청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독교의 중생 체험이 의심할 바 없는 분명한 사실이라 할지라도 불교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불교에서는 기독교의 저와 같은 체험들을 진리에 부합된 체험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 경전에 기독교와 같은 종교 체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비판한 내용들이 들어 있지는 않다. 다만 불교에서 확인된 진리의 시각에서 볼 때 기독교의 종교적 체험들은 불교에서 밝히고자 하는 진리와 체험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불교에서는 기독교의 신이 인간을 변화시켜 중생이 실현되었다 할지라도 진리를 체험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구조를 오온으로 나누고 있는데 그 오온은 모두 자아가 아니며 그 오온을 소유하거나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내외적 신이나 주재자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

 

불교의 체험은 기독교 체험과 같이 단편적이고 일회적이고 급작스러운 체험이 아니다. 하나씩 하나씩 분명히 이성과 지혜를 지니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 나아간다. 어떠한 외적 도움과 영향력을 거부하고 오로지 자신이 자신을 깨달아 미망을 타파하고 죄업을 소멸시키며 고통의 근원을 뿌리 뽑는다. 기독교의 중생에서 신이 확인되는 것처럼 불교에서 진리가 확인 되는 것은 수다원이라는 도과를 이루었을 때이다. 성자의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수다원의 경지에 오르게 되면 자신의 존재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에게서 생존에 따른 집착과 번뇌 그리고 죄업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분명히 깨닫게 된다.

 

수다원과에서부터 확인되어지는 진리는 신이 만든 것도 아니며 신이 관여하는 것도 아닌 단지 몸과 마음이 지니고 있는 자체적 법칙이라는 이치가 분명히 드러난다. 여기에서 영혼은 발견되지 않으며 어떠한 요인이라 할지라도 진실하거나 위대하거나 머물거나 소유할 만 한 내용을 발견할 수 없다.

 

불교의 무상과 무아의 진리는 기독교의 중생체험에 근원적 회의를 가져오게 한다. 또한 기독교의 중생 체험을 진리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다음에도 있다. 기독교의 중생체험이 아무리 위대하다해도 끝내 유신견과 여기에서 일어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인간들이 버려야할 견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과제로 육체와 정신을 나 또는 내 것이라고 여기는 유신견을 든다. 유신견은 인간들이 번뇌를 일으키고 죄를 짓는 근원적 어리석음으로 모든 고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부처님은 인간들이 이와 같은 유신견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결코 악업이나 죄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생사의 속박과 괴로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가르쳤다. 불교에서 볼 때 기독교의 중생체험은 유신견의 소멸과 거리가 멀다고 여긴다.

 

▲이제열 법사.

불변하는 영혼을 인정하고 영혼의 주재자가 존재한다고 믿는 한, 새 생명을 얻었다할지라도 미혹의 그물을 빠져 나오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독교의 중생체험이 기독교인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기쁨을 주고 확신을 주고 희망을 주고 감사함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교의 눈에서는 모두가 무명속의 일이라고 내려다 볼 뿐이다.

 

법림법회 법사 yooma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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