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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

불교 탄압 독재정권 향한 준엄한 꾸짖음

1963년 6월11일 호치민서

몸을 태워 베트남 평화발원

독재권력 붕괴시키는 계기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 말콤브라운이 촬영한 이 사진은 1963년 세계의 보도사진에 선정됐다. 

 

 

1963년 6월11일, 베트남 호치민시를 가로지르는 대로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틱낫한 스님의 은사이자 베트남 불교계의 선지식으로 추앙받던 틱광둑(Thich Quang Duc 1898~1963) 스님이 소신공양을 단행한 것이다. 이 장면은 다음 날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은 독재정권의 불교탄압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었다. 또 베트남을 강탈하려는 미국 등 서양열강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1956년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고딘 디엠(N해 Dinh Diem 1901~1963)은 총리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정권을 장악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불교탄압에 나섰다. 사찰을 파괴하고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를 여는 것도 금지시켰다. 베트남 불교계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스님들이 길거리에 나서 독재정권의 부당함을 규탄했다. 그러자 디엠 정권은 공권력을 동원해 스님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수십여 명의 스님들이 경찰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지거나 다쳤고, 많은 스님들이 연행돼 감옥에 갇히게 됐다.

 

틱광둑 스님은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수년간 무문관에서 용맹정진 했던 틱광둑 스님은 독재 정권의 불교탄압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고, 고통 받는 스님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발원을 세웠다. 스님은 베트남 불교를 위해 소신공양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이 같은 뜻을 당시 베트남 불교본부에 전했다. 상좌들과 주변 스님들이 이를 말렸지만 스님의 큰 뜻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님은 소신공양을 하기 전날 상좌들을 모아 놓고 “내가 만약 앞으로 넘어지면 흉한 것이니, 그 때는 모두들 희망을 버려라. 그러나 뒤로 쓰러진다면 결국 우리가 승리해 평화를 맞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날, 스님이 소신공양을 할 것이라는 소식에 많은 인파가 거리로 몰려 나왔다. 잠시 뒤 틱광둑 스님은 도로 중앙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머리 위로 휘발유가 부어졌고, 스님은 성냥불을 켰다. 순식간에 온몸에 불길이 휩싸였다. 뜨거운 화마가 스님의 법구 전체로 번져나갔지만 스님은 꼼짝하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스님들과 주민들은 절을 하거나 안타까움에 울음을 터트렸다. 스님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허리를 곧추세워 가부좌를 풀지 않았고, 10분 뒤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어떤 화마도 반드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스님의 의지를 꺾지 못한 것이다.

 

주민들의 동요를 의식한 디엠 정권은 타다 남은 스님의 법구를 서둘러 수습해 소각로에서 디젤연료를 이용해 6시간동안 태웠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스님의 심장은 타지 않았다. 연료를 보충해 두 시간을 더 태워도 스님의 심장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당황한 디엠 정권은 이번엔 황산을 뿌렸지만 스님의 심장은 녹지 않았다. 스님의 심장은 지금도 하노이국립은행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반정부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틱광둑 스님의 뒤를 이어 소신공양을 하는 스님들이 줄을 이었고, 시민과 학생, 공무원들도 반정부 시위에 가세해 디엠 독재정권을 압박했다. 여기에 디엠 정권을 보호하던 미국도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에 충격을 받고, 반미감정의 확산을 우려해 지지를 철회하고 나서면서 디엠 정권은 결국 붕괴됐다.

 

독재정권의 불교탄압과 베트남을 장악하려는 미국에 반대하며 스스로 몸을 던져 큰 가르침을 주고자 했던 틱광둑 스님.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스님의 가르침은 베트남인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그대로 남아 있다.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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