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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는 세상의 행복을 위함이다

기자명 일진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3.06.20 13:44
  • 수정 2013.06.20 13:55
  • 댓글 0

일진 스님 운문사 주지

사전적 의미의 안거는 부처님 당시 강우기(降雨期) 3개월간 실시되는 불교의 특수한 연중행사를 말한다. 일정한 장소에 머물러서 오로지 정진, 연구, 수행에 힘쓰는 것을 말하며 같은 장소에서 두 사람 이상이 모여서 함께 수행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공양은 재가 신도가 맡게 되고, 대신 수행자는 재가 신도에게 설법을 한다.

안거의 첫날은 하안거 제도를 맺는다는 뜻으로 결하(結夏) 혹은 결제(結制)라 하고 안거를 마치는 칠월 보름 이후, 안거의 제(制)를 푸는 것을 해하(解夏), 해제(解制)라 한다.

 

이와 같은 안거 즉, 결제의 행사는 인도에서 부처님 성도 다음 해부터 입멸 때까지 계속 되었고 불교가 전파된 모든 지역에서 행하여졌다. 우리 한국에서도 특히 참선, 불교 연구, 정진, 포교, 간경 등 수행자들이 각기 맡은 일과 상황에 맞게 겨울과 여름 안거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 사월 보름 안거 결제가 시작됐다, 나는 무엇을 결제하고 있는지, 결제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최근 몇 년간은 주지소임을 맡고 있는터라 일반 대중들과도 적지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안(安)거(居)하고 있는지 무엇을 결(結)제(制)하는지 수시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안거라는 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다.

 

‘유마경’에서 한 수행승이 고요한 숲속 나무 아래 앉아 좌선하고 있는 것을 보고 유마힐 거사가 말하기를 “앉아만 있다고 해서 그것을 좌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현실 속에 살면서도 몸과 마음이 동요됨이 없는 것을 좌선이라고 합니다. 생각이 쉬어 버린 무심한 경지에 있으면서 온갖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을 좌선이라 합니다. 마음이 고요에 빠지지 않고 밖으로도 흩어지지 않는 것을 좌선이라 합니다. 번뇌를 끊지 않고 열반에 드는 것을 좌선이라 합니다. 이렇게 앉을 수 있어야 부처님이 인정하는 좌선이 될 것입니다.” 고요에 빠진 수행승을 향하여 좌선의 진짜 뜻을 차분히 설명한 유마거사의 말이 아니라도 안거에 임하는 우리는 그 어떤 분야에서든 태도 특히 마음가짐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안거 결제에서는 마음을 고요히 안정시키려는 노력보다는 본래 청정한 그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휴정 서산대사도 선가귀감에서 “본래 천진한 마음을 잘 간수하여 지키는 것이 최고의 정진이다.(守本眞心 第一精進)”이라고 역설한다. 범부 같은 마음을 억지로 버리고 따로 성인다운 마음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바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9세기 임제선사의 육성에도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임제선사는 좌선에 대해 당연히 본래 청정 즉, 사람은 본래 저마다 자기 특성을 지닌 온전한 존재임을 전제하고 있다. 본래란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안거하는 그곳을 말한다.

 

원래 선은 좌선으로써 행동의 근본을 삼지만 좌선만이 아니고 일상의 기거동작마다 깨어 있는 삼매의 정신으로 정화되고 통일 되어야 한다. 안거의 진정한 뜻이 행동으로서 근본을 삼는 것이라면 계사년 하안거 결제 중에 나는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 즉, 중생은 고통을 싫어하고 행복을 추구한다. 따라서 불교의 근본 목적은 이고득락(離苦得樂)이며 그 근본의 뜻을 성취하기 위해서 올바른 안거 결제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행복해 지는 행위를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진 스님

사실 행복해지기 위한 행위의 모습으로 본다면 세상에 안거 못할 곳이 없고 한 평생 결제 아닌 시간이 어디 있을까? 사무실에서 안거하는 사람, 비닐하우스에서 결제한 이, 공장에서, 마트에서, 선원에서 등등 처처의 행복 추구의 안거처에 대한민국은 온통 계사년 하안거 결제중이다. 모두가 나 자신의 안거에 행복한 결제 이루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03777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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