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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에 담긴 의미

사찰음식 관련 대중적 관심
건강 관심·고향 향수가 원인
화려한 색·다양한 맛 보다는
음식 속 생명존중 뜻 전해야


사찰음식이 인기다. 육류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자연의 풍미를 최대한 살린 채식 위주의 정갈한 맛이 세간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사찰음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우리의 사회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이제 잘 사는 것이 화두가 됐다. 스님들의 전유물이라며 거들떠도 안 보던 명상에 심취하고 유기농무공해 음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영양실조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비만이 걱정이다. 한때 없어서 못 먹던 육류를 기피하고 채식위주의 식단에 관심을 갖는다. 이런 흐름이 사찰음식에 대한 지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처님 당시는 탁발을 했기에 별다른 사찰음식이 없었다. 그러나 스님들이 정착해 가람을 이루고 직접 노동해 식재료를 마련하면서 사찰음식의 역사가 시작됐다. 재료와 조리법이 달라도 사찰음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고기를 전혀 쓰지 않고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와 같은 오신채(五辛菜)를 넣지 않는다. 수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오신채와 고기를 쓰지 않는 점만 빼면 사찰음식은 과거 고향의 밥상과 다르지 않다.


사람이 도시로 떠나면서 고향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명맥을 유지하는 곳도 인공조미료에 오염돼 정갈한 고향의 맛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겨웠던 우리네 고향을 떠올리며 사찰음식에 빠져드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찰음식에 대해 마냥 칭찬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화려하고 가격이 비싸다는 불만이 나온다. 채식식당 음식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고도 한다. 대중화 과정에서 나오는 불협화음이다. 사찰음식은 담박함이 특징이다. 음식을 먹되 그 음식을 통해 마음 속 탐욕을 덜어내야 한다. 그런데 사찰음식이 세간과 부대끼면서 수행정신이 엷어지고 있다.


불가의 공양게에는 사찰음식에 담긴 정신이 잘 담겨 있다. 음식은 수행하는 몸을 지탱하는 약이다. 스님들은 공양을 하기전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인연들에 감사하고 반드시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서원으로 삼는다. 이런 사찰음식의 정신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현대 음식의 질은 심각할 정도로 형편없다. 온갖 요란한 색과 향기를 가진 화학첨가물에 뒤범벅 돼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음식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바탕이라는 본래 의미가 사라져버렸다. 사찰음식은 이런 나쁜 음식으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는 현대인에게 좋은 양약이 될 것이다. 자연친화적인 재료는 음식 본래의 맛을 되찾게 할 것이고 사찰음식에 깃든 생명존중과 소박함의 의미를 알게 되면 한해 20조원이라는 음식쓰레기를 해결하는 실마리도 열릴 것이다.

 

▲김형규 부장

최근 조계종 문화사업단은 소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웃을 소(笑), 작을 소(小), 채소 소(蔬) 삼소 운동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을 먹되 적게 먹고 육류를 삼가자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사찰음식에 깃든 불교의 정신을 대중적으로 회향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현대인의 음식은 쾌락을 위해 먹거나 아니면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이 구분돼 있다. 그러나 요즘 자연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린 대중적인 사찰음식은 화려하고 맛도 좋을 뿐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그 담박한 맛과 그 속에 깃든 정신을 알게 되면 음식 그 자체로 수행임을 알게 될 것이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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