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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방에 물 뿌리기

기자명 법보신문

한중일, 관음신앙은 같지만
천수주 의식은 제각기 달라
의례·신행 차이에서 비롯


동아시아 한중일 삼국에서 행해지는 관음신앙의 공통점은 ‘관세음보살보문품’과 ‘신묘장구다라니=천수주’ 염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 일본 등지의 천수주 염송의식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예참의식이 아닌 한, 송주의식에서는 천수주 앞의 계청 10원 6향과 천수주 이후의 사방찬 도량찬 게송이 없이 바로 다른 다라니들이 이어진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의 천수주 송경의식에만 사방찬이 있을까. 사방찬은 동남서북 네 곳으로 물을 뿌리니(灑水) 도량이 깨끗해지고, 청량해지고, 정토가 되고, 안락의 땅이 되었다는 것을 찬탄한다는 것이다. 사방으로 물을 뿌린다고 하지만 천수주를 염송할 때, 물을 뿌리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천수주 염송 이후 사방찬을 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우리는 다음 두 가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천수주를 염송할 때 실제 감로수를 뿌리며 찬탄하는가[因行], 아니면 현재 염송하듯이 ‘물을 뿌린 결과’를 염송 이후에 찬탄하는 것인가[果實]. 물 뿌리는 행위를 하지 않는 ‘현행’천수경 독송으로는 알기가 어렵다. ‘불가일용작법(1869)’에는 ‘천수사방관’이라는 구체적인 ‘사방쇄수법’이 보인다. 영산작법(재도량) 등을 행할 때 신묘장구다라니를 염송하며 버드나무가지에 감로수를 묻혀 천수주를 염송하며 법당 안과 회랑의 뜰과 사찰 마당을 세 바퀴 돌며 감로수를 뿌려서, 재에 참여한 대중의 업식(業識)을 맑히고, 도량을 맑힌다. 천수주 ‘시리시리 소로소로(본서상 32구)까지 염송하고 나서 물 뿌리기를 시작한다.

 

이렇게 3번 물을 뿌려 도량을 깨끗하게 해야 여러 부처님이 이곳에 오신다. ‘현행’천수경 독송에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물 뿌리는’ 쇄수게송을 외우며 사방을 돌며 도량을 엄정(嚴淨)하고 사방찬을 외우고 있다.


위 ‘일용작법’의 의미로 비춰볼 때, 진언을 염송하며 정진하는 송주의식에서는 사방에 물을 뿌리지 않으므로 굳이 사방찬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의 행법에서처럼. 법당 안과 회랑 또는 뜰, 마당의 세 곳을 돌며 사방에 물을 뿌리지 않고 사방찬을 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격이 돼 버린다. 국내의 ‘오대진언집(1485)’ 같은 순수한 염송 진언의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천수주 다음에 사방과 같은 게송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량 결단의식이 아닌, 송주의식의 ‘현행’천수경에 사방찬이 그대로 남게 되었을까. 연유는 다음 두 가지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 천수주를 염송하는 기도에도 사방에 물을 뿌려 깨끗하게 해야 하므로 사방에 물을 뿌리고 사방찬을 하였을 것이나 후대로 오면서 행위는 생략되고 게송만 남게 되었거나, 둘째 수륙재나 영산작법에서 도량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천수주를 염송하며 사방에 물을 뿌리고 사방찬을 하는 행법이, 조석으로 송주(誦呪)만 할 때도 천수주와 함께 습관적으로 염송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운 박사

천수주기도를 하고자 하면 선행하는 계청과 발원을 한 후 천수주를 21편이나 108편을 염송하고 마치면 여법하다. 하지만 부처님을 모시고 공양을 올리고자 할 때는 천수주를 염송하며 물을 뿌려 도량을 깨끗이 해야 하므로 사방찬을 한다. 사방에 물을 뿌리지 않고도 사방찬을 염송하고 있는 ‘현행’천수경은, 인법(人法)의 도량을 깨끗이 하는 데에 천수주가 쓰였음을 말해 주고 있다. 의례와 신행의 통섭과정에 발생한 산물이라고 하겠다.  


이성운 동국대 강사 woochun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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