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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내가 만난 활불-1

기자명 법보신문

활불 만난 건 티베트서 잊지 못할 경험

흑수현 활불 소식 듣고
2년에 걸쳐 면담 시도
활불 만나러 가는 길은
티베트불교문화의 보고

 

 

▲랑무스(木寺)가는 길에 만난 티베트 여인. 오늘날에도 랑목스에 가면 천장(天葬)의 장례풍속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으며 티베트인들이 신성시여기는 ‘독수리’를 볼 수 있다.

 


가끔 수업 시간에 학생들로부터 엉뚱한 질문을 받는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정말 하늘이 파랗고 밤에는 수박만한 별들이 쏟아지나요? 티베트는 정말 독립을 원하나요? 티베트의 냄새는 어떤가요? 그리고 그곳의 스님들은 법력이 높아서 축지법을 쓴다면서요? 정말인가요?”이런 식이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목에 힘을 주고 이렇게 말한다. “가봐! 직접 가보면 알게 돼! 가서 초원을 보고 대자연을 보고 하루 종일 걸어봐! 그럼 알게 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그렇다.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티베트라는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은 직접 보고 느끼고 감격하고 그리고 울고 웃다가 내려오면 될 일이다.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나도 매번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티베트를 막연하게 동경하는 학생들, 심지어 교실에서만 떠드는 교수님들에게도 겁없이 티베트에서 하늘보기와 걷기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티베트는 종교의 민족이고 종교의 동네이기 때문이다. 티베트불교라는 종교를 신성하게 두 손으로, 온 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민족의 삶과 우주관은 이론과 상상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여행 기록이나 사진보다는 역시 자신의 눈과 오감이 먼저 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직접 가보야 한다. 그래야만 표피가 아닌 그들의 내면세계를 엿 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재미가 있으면 힘들어도 가게 되지 않던가.


이제 지면을 통해 몇 가지 나의 작은 경험과 체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티베트에 가는 이유는 일반인과는 다른 좀 더 깊은 속셈과 목표가 있다. 예를 들면 환생자를 찾아 가던가, 수행중인 활불과의 인터뷰, 귀족의 후예가 어떻게 사는지, 불교사원의 종교법회, 유목민의 성생활 등등을 엿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성공사례는 매우 드물다. 그 중에서 2008년도 티베트 활불과의 인터뷰를 잊을 수 없다. 첫 번째 사례로 소개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7년과 2008년 나는 두 차례에 걸쳐서 중국 사천성 아바짱주치앙주쯔즐취(阿藏族羌族自治州)의 헤이수이시엔(黑水縣)이라는 동네를 다녀왔다. 굳이 두 번씩이나 간 이유는 이 동네에 저명한 홍교(닝마파)의 활불이 환생해서 거주한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인데 찾아뵙고 ‘환생’에 관한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었다. 가능하다면 거주하고 있는 사원에서 최소 2주만이라도 동거(?)하며 홍교의 수행방식과 종교 활동을 참여하고 싶었기도 했다. 그런데 2007년에는 실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갔는데 그 분이 외부로 나가서 언제 돌아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년을 기다렸다가 다시 찾아갔다. 그리고 그 분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가슴 아픈 제자의 죽음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헤이수이시엔을 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동선과 지역을 경유해야 한다. 빠르고 편한 루트도 있지만 나는 고의로 이 지역을 경유해서 갔다. 이 지역 모두 아름답고 황홀한 티베트인들의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었다. 2007년의 코스는 청두(成都)-두지앙엔(都江堰)-원츄안(汶川)-마얼캉(康)-황허지우취완(黃河九曲彎)-랑무스(木寺)-화후(花湖)-누얼까이(若盖)-티엔주스(天朱寺)이었다. 2008년의 코스는 역시 청두(成都)를 시작으로 단바(丹巴)-마얼캉(康)-송판(松潘)-이시엔(理)-마오시엔(茂)을 거쳐 목적지인 헤이수이시엔으로 향했다. 이 두 경로의 공통점은 중국 서부의 소수민족의 융합지라는 것이다.


이 중 마얼캉을 비롯한 몇몇 도시는 그냥 지날 갈 수 없는 중요한 역사적 문화적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얼캉의 정확한 위치는 청장고원의 남쪽이며 사천분지의 북부이다. 북쪽으로 홍위엔(原) 대초원을 접하고 있으며 청두로부터 365km 떨어져 있다. 이 지역은 아패자치주의 주도로서 인구 5만의 정치, 경제, 행정 중심도시이다. 해발 2670m의 마얼캉현 자체는 이미 상당히 한족화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도시에서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지아롱(嘉)티베트인들의 독특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어커지투스관차이(卓克基土司官寨)와 시수어민쥐(西索民居)는 여전히 티베트인들의 전통과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종교문화의 보고이다. ‘주어커지투스관차이’는 과거 이 지역 지방수령이 기거했던 화려한 집이다. 마얼캉현에서 7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936년 화재가 난 후 한족과 티베트민족의 혼합형식으로 개축하였다.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위엄과 장엄함을 더해준다. ‘시수어민쥐’는 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지아롱’ 티베트 민족의 민가이다. 전통적인 민가형식이 그대로 보전되고 있으며 가옥의 구조는 1층은 창고나 가축의 우리, 2층은 침실, 3층은 불전을 모시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한족과의 가옥과는 전혀 다른 이질감을 주고 있다. 특히 집안마다 불전을 모시고 있는 경건한 종교적 삶은 티베트민족의 특색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


마얼캉은 원래 가융지역 18토사중에서 주어커(卓克), 쏭강(松), 당바(), 쑤어모(梭磨)의 4개 토사지역을 병합하여 건립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스투디취(四土地)’라고도 불리 운다. 장족, 강족, 회족, 한족 등 15개 민족이 공존하고 있으며 총 인구는 5만 명이고 그중에서 장족이 3,9176(점유율 71.91%)인으로 점유율이 가장 높다. 역사적으로 1410년을 기점으로 이 지역에서는 황교(黃敎)가 흥성했다. 1414년에는 황교사원 따창스(大藏寺)가 건립되었다. 따창스는 오늘날 티베트불교문화의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이 사원이 흥성할 때는 라마승의 수가 800여명에 달했고 크고 작은 승방이 90여개에 달했다고 한다. 이 사원은 1967년 문화대혁명의 영향으로 훼손됐다가 20세기 80년대 초 오늘날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


마얼캉에 빠져 있다가 한참을 가다보면 매우 흥미로운 티베트 사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랑목스(木寺)이다. 이 사원은 해발 3,350m의 고산지대에 위치한다. 사원의 이름이 지명이 된 곳으로 사천성과 감숙성의 경계지역에 존재하고 있다. 마을을 관통하는 작은 하천인 바이롱허(白龍河)를 기준으로 사천과 감숙 지역으로 나뉜다. 이곳에는 2개의 사원이 있는데 감숙성 영역과 사천성 영역에 하나씩 있다. 일명 감숙성 랑무스와 사천성 랑무스다.

 

이 중 감숙성의 랑무스는 내지인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사원에 조장(鳥葬)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을 신의사자라고 숭배하는 독수리에게 보시하는 장법은 여전히 이 지역 티베트인들에게 보편적인 장법으로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원의 정식명칭은 다창랑무스(達倉木寺)다. 1748년에 창건 되었다가 문혁 때 소실되었다. 1980년 중국정부의 사원복구원조금에 받아 재건되었다. 10여개의 불교 건축물이 티베트 건축예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계속)     

 

심혁주 한림대 연구교수 tibet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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