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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뜨거운 쇳덩이

기자명 법보신문

계행 나쁘고 절제 없다면
쇳덩이 삼키는 것과 같아
정치인들 특히 유념해
스스로 욕망 경계해야

 

‘담마빠다’에는 요즘 세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불교의 수행자는 어떠해야 하는지, 재가 신자는 어떠해야 하는지는 물론, 통치자나 사회 지도층은 어떠해야 하는지와 같은 내용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이번에 살펴 볼 비유는 ‘쇳덩이’이다. 그런데 그냥 쇳덩이가 아니라 뜨거운 화염과 같은 쇳덩이이다. ‘불에 시뻘겋게 달구어진 쇳덩이를 먹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다. 미약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뛰어난 지능을 소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힘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힘센 존재가 되었다.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더라도 협력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명은 건설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 힘을 모아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국가 안에는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이 있다. 작게는 말단 공무원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권력자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잘나서 권력을 잡게 되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일반 국민들이 없다면 그들에게 권력도 부도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나라의 주인이 마치 자신들 인양 거들먹거리며,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막대한 세금을 축내는 사람들이 있다.


‘담마빠다’에 나오는 쇳덩이 비유의 전문은 이렇다. “만약 계행이 나쁘고, 절제하지 못하는 자가 국가의 음식을 먹는다면, 뜨거운 화염과 같은 쇳덩이를 먹는 편이 낫다.” 이 비유에서 국가의 음식은 ‘국가가 제공하는 보시물’이란 의미도 되고, 넓은 의미로 ‘국가가 제공하는 재화’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pin. d.a는 보통 ‘보시로 제공된 음식’이란 의미가 일반적이다. 만약에 pin. d.a의 의미를 넓게 확장해서 ‘재화’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이것은 나라의 ‘녹’으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담마빠다’에서 이 비유가 포함된 게송에서는 딱히 이것이 수행자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을 포함한 것인지는 불명확하지만, ‘품’ 전체적 맥락에서 보면 모든 사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해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한편, ‘계행이 나쁘다’는 것은 ‘도덕적이 못하다’는 의미가 되고, ‘절제하지 못한다’는 것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비유는 어떤 행태로든 나라의 녹을 먹는 사람이 도덕적이지 못하고, 자기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다. 사리사욕에 눈 먼 사람이 국가의 녹을 부끄럼 없이 먹기 보다는 차라리 시뻘겋게 달구어진 쇳덩어리를 먹는 것이 낫다는 의미이다.


불교에서도 일찍이 지옥에 대한 내용이 많이 기술된다. 이 비유가 나오는 내용의 전후 맥락은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내용이다. 맥락상 ‘시뻘겋게 달구어진 쇳덩어리를 먹는 것’은 지옥을 연상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사리사욕에 차서 국가의 녹을 먹는 것은 업을 쌓는 것이요, 뜨거운 쇳덩어리를 먹는 것은 업을 소멸하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그러면 게송의 의미는 악업을 쌓는 것보다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악업을 소멸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필원 박사

국가의 녹을 잘못 먹으면 지옥의 고통을 불러일으킬 업을 쌓는 것이 된다. 정치가들이 ‘지금 자신의 행위가 달구어진 쇳덩어리를 먹는 업을 짓는 것’이 아닌지를 살펴보며 정치를 한다면, 참으로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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