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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다르질링의 명소들

좁은 골목 사이로 끝없이 이어지는 ‘구름 위의 산책’

교육기관 갖춘 곰파에는
200여 스님들 함께 생활
가장 오래된 올드굼곰파
티베탄들 향수 서려있어

 

 

▲ 티베트불교의 저녁예불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스님들이 모여 경전을 열심히 읽는 것이 시작이자 끝이다. 드룩툽텐상가초울링곰파 법당에서 100여 명의 스님들이 저녁예불을 올리고 있다.

 

 

다르질링이 차 생산지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이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차 때문만은 아니다. 인도 내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인 다르질링에는 한 여름의 더위를 피해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머무는 인도인들이 많다. 특히 요즘에는 신혼부부들의 허니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니 하루나 이틀 정도 시간을 투자해 둘러볼 만한 명소들도 많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도의 웨스트뱅갈주에 속하지만 옛 시킴왕국의 영토였던 다르질링에선 오랜 역사를 지닌 불교 사찰과 영국의 흔적이 느껴지는 유럽식 건물들이 공존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르질링의 좁은 골목들 사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산비탈을 따라 몰려왔다 사라지는 구름을 만난다. 그럴 때면 그야말로 ‘구름 위의 산책’이다.

 

 

▲ 웅장한 규모로 다르질링 어디에서나 잘 보이는 드룩툽텐상가초울링곰파.

 

 

드룩툽텐상가초울링곰파의 웅장한 자태 다르질링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웅장한 자태의 드룩툽텐상가초울링곰파다. 다르질링 중심부와 굼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이 사원은 달리사원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언덕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 8층 높이의 곰파로 붉은 난간과 금빛 지붕이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산비탈에 자리하고 있어 계단을 따라 3층까지 올라가야 넓은 마당과 함께 법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침 저녁예불 시간이라 100여 명의 스님들이 모두 법당에 모여 있다. 경전을 펼쳐놓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법당 좌우로 나누어 마주앉은 스님들은 입을 맞추어 경을 읽는다. 중간 중간에 북을 두드리고 나팔을 불어 장중함을 더한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저녁예불 모습이다.


앞줄에 앉은 20대 초중반의 선배 스님들은 경전을 읽는 중간 중간 수인과 같은 손동작을 함께한다. 하지만 맨 뒷줄에 앉은, 열 살 남짓한 동자스님들은 틈틈이 두리번거리며 경전 읽기를 빼먹는다. 하지만 딴청을 피우던 스님들도 금방 경전으로 눈을 돌려 목소리를 높인다.


약 30분 가량이 지나 경전 읽기를 마친 후 저녁예불도 끝난다. 어린 스님들은 예불이 끝나 법당을 나서자마자 달음박질치듯 마당을 가로 질러 각자의 숙소로 뛰어간다. 동자스님들에게 저녁예불은 아무래도 좀이 쑤시는 시간이었나 보다. 너나 할 것 없이 마당을 가로질러 달음질치는 동자스님들의 붉은 가사 자락이 흩날리는 꽃잎처럼 사방으로 펄럭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동자스님들과는 달리 젊은 스님들은 삼삼오오 모여 잠시 담소를 나누거나 마당 끝 난간에 서서 다르질링의 저녁풍경을 감상하기도 한다. 아마도 하루 중 가장 한가로운 시간인 듯 하다.

 

 

▲ 다르질링 지역에 처음으로 세워진 티베트불교 사원인 이가초울링올드굼곰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다르질링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곰파다.

 


드룩툽텐상가초울링곰파는 1992년 달라이라마에 의해 창건됐다. 곰파에서는 경전과 교리, 명상 외에도 철학, 천문학, 전통 불교 무용과 음악 등 스님들을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곰파에는 현재 200여 명의 스님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유독 동자스님이나 젊은 스님들이 많았던 이유도 교육기능 덕분이다. 특히나 46개의 말사를 거느리고 각국의 대사관, 유네스코, NGO 단체들과 연계해 다양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니 다르질링 불교의 중심임이 분명하다.

 

 

▲ 이가초울링올드굼곰파 법당에는 높이 5m의 미륵불좌상이 봉안돼 있다. 미륵불은 티베트에서 갖고 온 흙으로 조성됐다. 

 

 

이가초울링올드굼곰파의 티베탄들과 미륵불상 규모는 좀 작지만 다르질링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불교사원은 굼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이가초울링올드굼곰파다. 1850년 티베트의 유명한 점성술사이자 8대 판첸라마의 스승이기도 했던 라마 세랍 가쵸에 의해 창건된 이 곰파는 다르질링에 세워진 최초의 티베트불교 사원이자 현재까지도 인근에서 가장 오래된 곰파다. 법당에는 높이 5m의 미륵불이 봉안돼 있고 법당 내부의 벽은 아름다운 벽화들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300여 권에 달하는 티베트어 경전들도 이 사원의 역사를 말해주는 보물들이다. 특히 이 곰파는 19세기 후반, 서양인 최초의 라마승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른 아침 찾아간 곰파에는 아침 기도를 하기 위해 찾아온 불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띤다. 얼굴 생김이나 복색을 보니 티베탄들이 분명하다. 사원 벽을 따라 설치돼 있는 기도바퀴를 손으로 돌리며 오른쪽으로 사원을 도는 이가 있는가 하면 법당 입구에서부터 오체투지로 절을 하는 이도 있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들은 법당 옆 나무의자에 앉아 손에 든 염주를 헤아리며 ‘옴마니반메훔’을 연신 읊조린다. 간혹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는 이들은 이웃지간임이 분명하다. 그들의 모습에서 이 같은 아침 기도가 특별하지 않은 일상임이 쉽게 느껴진다.


법당 안에는 화려하게 장엄돼 있는 미륵불좌상이 봉안돼 있다. 높이 5m로 그리 커 보이지는 않지만 다르질링 지역에서는 가장 큰 좌불상이다. 특히 이 불상을 조성하는데 사용한 흙은 티베트에서 갖고 온 것으로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한 티베탄들에게는 더욱 애틋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불단 앞에는 매우 큰 두 개의 등잔을 비롯해 여러 개의 버터기름 등이 켜져 있다. 이 등불은 1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최고의 일출 명소 타이거힐
오전엔 늘 교통 정체 벌어져
‘다르질링’은 사원이름서 유래
사원은 사라지고 기도깃발만


이가초울링올드굼곰파에서는 창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역대 주지스님들 대부분이 환생라마로 추앙받고 있다. 환생한 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흔한 일이다. 또한 겔룩파계열 사원에서 불단 옆에 법좌를 마련해 달라이라마의 사진을 봉안해 놓는 것도 공통된 모습 가운데 하나다.

 

 

▲ 다르질링 홍차의 원료인 찻잎은 대부분 여인들의 노동으로 채취된다. 머리에 줄을 거는 독특한 모양의 바구니를 등에 짊어진 여인들은 하루 종일 뙤약볕 아래서 찻잎을 따고 몇 천원을 일당으로 받는다.

 

 

타이거힐과 옵저버토리힐의 일출 칸첸중가를 비롯해 히말라야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기는 9~12월이다. 몬순의 우기가 시작하는 6월부터는 산자락을 따라 수시로 몰려드는 비구름과 안개로 마을은 하루에도 몇 번씩 구름 속으로 숨바꼭질을 한다. 덕분에 마을 전체가 구름 위에 지어진 듯 또 다른 비경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칸첸중가를 잘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은 해발 2590m의 언덕 타이거힐이다. 동쪽 히말라야 산맥 위로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붉게 모습을 드러내는 칸첸중가의 모습이 장관이어서 다르질링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일출의 명소다.


하지만 캄캄한 새벽 4시에 출발해 아침 식사를 마칠 때 즈음까지 기다렸지만 하늘 가득 찬 구름은 끝내 비켜나지 않았다. 일출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가고 관광객들을 상대로 짜이를 팔던 상인들도 하루 장사를 마칠 때가 되어서야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타이거힐 못지 않은 유명한 전망대가 옵저버토리힐이다. 다르질링의 중심부인 초우라스타 거리에 인접해 있는 이 언덕은 칸첸중가 뿐 아니라 다르질링 시내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연중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원래 이곳에는 도르제링이라는 유서 깊은 불교 사찰이 있었다. 18세기 영국인들이 도르제링을 발견하고 그 옆에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서 다르질링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다르질링이라는 지금의 이름도 바로 도르제링이라는 사찰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사찰은 없어졌고 힌두교 성지가 돼 있다. 다만 언덕 위를 뒤덮고 있는 오색 기도깃발만이 한때 이곳에 사원이 있었음을 추억하고 있다.

 

 

▲ 다르질링에서 가장 유명한 일출 명소인 타이거힐. 칸첸중가를 붉게 물들이는 일출을 보기 위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구름이 가득 한 날도 있기 마련이다. 

 

 

차농원의 찻잎 따는 여인들 다르질링 동쪽, 칸첸중가를 마주보고 있는 툭바르 차농원은 1850년 다르질링에 세워진 최초의 상업용 차 재배 농원이다. 당시 인도 정부가 중국에서 들여온 차나무의 시험 재배에 성공하면서 대량으로 차 묘목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묘목을 이용해 재배한 차가 1856년 이곳 농원에서 처음으로 생산됐다. 농원 입구에는 수확한 찻잎을 가공해 그 유명한 다르질링 홍차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공장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홍차의 냄새가 배어나온다.


하지만 공장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찻잎은 주로 이른 아침 시간과 오후에 채취하며 갓 따온 찻잎을 뜨거운 열로 덖어내는 과정은 자동화 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화라고 해서 대단한 첨단 기계가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얼핏 보아서는 쌀겨를 벗겨내는 도정기계 같이 보이기도 한다. 어느 정도 건조가 끝난 찻잎을 수시로 뒤섞어 골고루 발효가 되도록 매만지는 일이나 찻잎에서 이물질을 걸러내는 일 등은 여전히 사람의 손을 거친다. 그렇게 해서 생산된 다양한 등급의 차를 맛볼 수 있도록 시음장도 마련돼 있다. 물론 구입도 가능하다.


이곳 농원에서 가장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작업은 단연 찻잎 따기다. 찻잎은 주로 여성들이 따는데 이곳 농원에는 650여 명이 일을 하고 있다. 오전 찻잎 따기 작업을 마친 십 수 명의 여인들이 수확한 찻잎을 등에 지고 집하장으로 모이면 찻잎의 무게를 기록하고 무게만큼 돈을 받는다. 하루 종일 찻잎을 따도 하루 벌이가 우리 돈 몇 천원에 불과하단다. 고단한 노동이지만 방문객을 바라보며 활짝 웃어주는 모습이 고맙다.


인도 다르질링=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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