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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 혼란만 부추긴 설조스님 단식

  • 기자칼럼
  • 입력 2013.07.04 16:12
  • 수정 2013.07.23 10:55
  • 댓글 1

밀운스님 계 없다면서

수계사진 증거로 제시

원로들 비위사실 대신

궁색한 주장으로 일관

 

지난 6월10일 원로회의 개혁을 촉구하며 21일간 단식을 진행했던 법주사 원로 설조 스님이 7월3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조계종의 쇄신을 위해서는 “원로의원부터 자정해야 한다”며 일부 부도덕한 원로의원들의 비위사실을 밝히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설조 스님은 일부 원로스님들의 구체적인 비위사실 등을 공개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밝혀 기자회견은 종단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스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예고했던 원로스님들의 비위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원로의장 밀운 스님의 승적 문제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문제를 삼았다. 스님은 이날 현 원로의장 밀운 스님을 거론하며 “비구계를 받지 않았으면서 비구행세를 하는 적주(賊住)”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1971년 8월 봉선사 금강계단 비구계 수지 기념사진을 제시했다. 스님은 “비구계 수계법회를 위해서는 3사7증의 총 10명의 스님이 있어야 하는데 사진 속에는 8명밖에 없다. 비구계 수계법회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또 “1971년 비구계를 받았다고 해도 밀운 스님은 2007년 법랍이 부족해 원로의원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헌종법에서 원로의원은 법랍 45년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밀운 스님이 원로의원이 된 2007년은 법랍이 크게 부족했다는 것이다. 율장에서 법랍은 비구계 수계에서 기산되도록 규정하는 만큼 2007년 당시 밀운 스님의 법랍은 36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스님의 주장은 객관적 사실에서 크게 벗어난 억측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사실 1981년 조계종 단일계단이 출범하기 이전까지 수계의식은 여법하게 진행되기보다 사찰마다 간단한 수계절차만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마 설조 스님도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밀운 스님처럼 수계당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로 그만큼 수계의식이 여법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게 종단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비구계 수계 사진에서 계사 스님이 8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구계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로의장 흠집내기에 불과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당시 밀운 스님이 원로의원으로서 법랍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조계종은 1994년 종단 개혁 이전에 출가한 스님들에 대해 사미계를 수계한 시점부터 법랍을 기산하기 때문이다. 이는 설조 스님에게도 해당된다. 조계종 총무원에 따르면 밀운 스님은 1954년 비로사에서 무강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따라서 2007년 당시 원로의원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설조 스님의 주장 역시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설조 스님의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종단 안팎의 관심에 비하면 알맹이 없는 내용에 그쳤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객관적 사실보다는 일방적인 주장만을 쏟아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설조 스님이 종단 쇄신을 요구하며 21일간 목숨을 건 단식을 했던 것은 순수한 애종심에서 출발했을 것이란 시각이 많았다. 일부 원로의원 스님들의 비위행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로의원부터 쇄신해야 한다”는 것은 종단의 원로급 스님으로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현태 기자

그러나 비판은 객관적인 사실과 근거를 토대로 할 때 진실한 힘을 얻을 수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거나 근거 없는 소문에 의존한 주장은 아무리 그 뜻이 순수하다고 할지라도 구성원들로부터 쉽게 동의받기 어렵다. 21일간 목숨을 건 단식이 ‘정치적인 행보’가 아니라 종단과 불교를 염려한 수행자로서의 위법망구의 실천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설조 스님은 객관적이고 사실에 입각한 주장을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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