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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을 빼닮은 교회 종지기

김택근 고문의 ‘강아지 똥별’
못난 종교인들에 내리는 죽비
고 권정생선생의 따뜻한 삶서
참다운 종교인의 모습 배워야


종교(宗敎)는 ‘으뜸이 되는 가르침’이다. 어떤 것이 으뜸 되는 가르침일까. 자비와 사랑일 것이다. 요즘 종교에서 사랑과 자비가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시대를 불화하게 만들고 있다. 전쟁을 성전(聖戰)이라 미화하고, 테러를 순교(殉敎)라 말한다. 우리사회 또한 폐해가 심상치 않다. 종교의 이름으로 편을 가르고,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저주를 퍼붓는다. 성철 스님의 삶이,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폄하되는 사회는 불우하다.


종교간 불화가 깊어가는 이 시대에 본지 김택근 고문이 ‘강아지똥별’을 펴냈다. 교회 종지기로 평생을 보냈던 권정생 선생의 삶을 아름다운 동화로 풀어냈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등을 펴냈던 한국아동문화의 대표작가였던 선생은 가난과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도 사랑했던 시대의 스승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며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던 선생은 “내 몫 이상을 쓰는 것은 남의 것을 빼앗는 행위”라며 평생을 가난으로 일관했다. 고집스럽고 올곧게 자신의 삶을 걸어갔던 선생을 일러 사람들은 ‘존경하는 마음 속 스승’이라 말했다.


선생의 동화는 슬프지만 아름답다. 삶에서 퍼 올린 맑은 영혼의 힘으로 수채화처럼 투명한 글을 써내려갔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힘없고 가난하다. 단발머리에 간난아이를 업고 있는 몽실이, 무릎걸이의 앉은뱅이 아줌마, 다리 하나가 없는 강아지 달이. 주인공 같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선생은 이들이 세상의 참 주인이며 그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이 세상이 정화되고 있음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선생의 동화에는 분노와 증오가 없다. 슬프지만 그 슬픔을 승화시켜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와 희망을 건넨다.


선생의 동화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의 마음을 적시며 꽤 많은 수입을 남겼다. 그러나 선생은 그 돈마저도 자신이 아닌 가난한 이들에게 돌렸다. “남은 재산과 앞으로 들어올 인세를 어린이를 위해 써주세요.” 2007년 낡은 털신과 닳은 성경, 연필 몇 자루 남기고 선생은 그렇게 떠났다. 평생 오줌주머니를 몸에 달고 각혈로 피를 토했던 40kg남짓 선생의 몸은 그렇게 허공으로 흩어졌다. 동화로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스스로 한편의 동화가 됐던 권정생 선생. 선생은 기독교인이었지만 삶은 그대로 보살이었다. 그가 바란 세상 또한 불교의 이상향, 정토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김택근 고문의 책 ‘강아지똥별’은 종교로 편을 가르는 이 시대 못난 종교인들에게 내리는 묵직한 죽비다. 원로 비교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문자나 개인의 구원에 집착하는 표층종교를 넘어 심층종교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심층종교로 들어가 마음의 소리를 들을 때 종교 간의 분쟁이 무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자각하게 될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사람의 귀천(貴賤)은 태어나는 곳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결정된다. 부처님의 말씀이다. 참된 불자의 삶 또한 종교가 아닌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일 것이다. 부처님 말씀에 따르면 권정생 선생이야말로 진정한 불자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인으로 참 보살의 삶을 보여줬던 권정생 선생. 그래서 그의 삶은 불자들에게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형규 부장

선생이 살았다는 빌뱅이 언덕의 작고 가난한 흙집. 꼭 한번은 그 집에 가보고 싶다. 

 

김형규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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