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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연잎과 물방울

기자명 법보신문

연잎은 물에 젖지 않아
마음에 고여 있는 갈애
잡지말고 떨칠 수 있게
바른 지혜·용기 갖춰야


불교의 목적은 분명하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극복하여 안락함을 얻는 것이다. 그 안락함을 열반이라고도 하고, 해탈이라고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해탈이 흔히 말하는 일시적인 행복감이나 편안함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궁극적으로 다시는 고통에 빠져 괴로움을 당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통에 대한 명확한 ‘자각’을 전제로 한다. 이 세상이 고통스럽지 않은데 누가 수행을 하겠는가. 수행을 하거나 어떤 종교에 귀의를 하는 것은 이 세상이 고통스럽고 안전하지 않아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불교만큼 현실에 대한 냉혹한 관찰을 요구하는 종교도 드물 것이다. “이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라는 것은 불교의 출발점이다. 이것은 철저한 현실에 대한 직시이며, 우리가 사는 세계의 참된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고통에 대한 바른 인식이 성립하면, 그에 대한 원인을 탐색하여 밝히는 작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부처님은 고통을 종교적 믿음의 차원, 즉 ‘나를 믿으라. 그러면 편안케 해 주리라’는 약속을 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고통의 소멸에 이르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을 따라 스스로 수행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불교는 어디까지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자력(自力)의 종교이다. 이렇듯 고통에 대한 바른 인식과 그 원인 탐색의 과정, 그리고 원인에 대한 제거와 그 결과를 말하는 것이 ‘사성제’라고 하는 가르침이다.


그럼, 고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번뇌’가 될 것이다. 번뇌는 매우 많다. 흔히 108번뇌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많은 번뇌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는 번뇌가 있다. 그것을 ‘갈애(渴愛, tan. ha-)’라고 한다. 물론 ‘무명(無明, avidya- )’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담마빠다’의 ‘갈애품’에서는 윤회와 근심과 고통의 뿌리를 ‘갈애’라고 밝히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갈애’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시의 전문은 이렇다. “세상에서 이기기 어려운 갈애, 그 저열한 것을 이기는 자가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온갖 근심들이 떨어진다. 마치 물방울이 연잎에서 떨어지듯이.” 갈애라고 하는 번뇌는 참으로 이기기 어려운 번뇌임을 우선 밝히고 있다. 그리고 그 갈애를 이기게 되면 온갖 근심들이 사라지게 되는데, 그것을 연잎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연잎은 어떤 경우에도 물에 젖는 법이 없으며, 물방울이 붙어있지 못한다. 이 시에서 물방울은 ‘온갖 근심’에 대한 비유이다.


내 안에 갈애가 정복되면, 온갖 근심 걱정과 고통이 마치 연잎의 물방울처럼 나에게 붙어있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다. 우리는 갈애로 인해 취착(取着)을 여의지 못한다. 취착이란 ‘꼭 붙들어 놓지 않음’을 말한다. 갈애는 우리로 하여금 온갖 근심과 걱정, 고통을 꼭 붙들고 놓지 못하게 한다. 속박된 삶을 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나를 속박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나 자신을 속박하는 것이다. 그래서 선가에서는 방하착(放下着)이란 표현으로, 취착하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이필원 박사

우리는 취하여 갖는 것에 익숙하다. 그것이 나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 준다고 믿는다. 그래서 끊임없이 붙들고 산다. 하지만 부처님은 내려놓으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나 내려놓지 못한다. 내려놓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하며, 바른 견해가 필요하다. 그래서 불제자라면 나에게 바른 견해와 용기가 갖추어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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