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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출가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이라도 출가하면 행복 찾아와

‘사는 집’ 버린다는 뜻은
온갖 세속 탐욕 놓는 것
일상에서 ‘마음해탈’ 발원
재가자도 훌륭한 수행자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장소나 환경에도 애증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삶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서는 필요하고, 삶의 자유를 위해서는 벗어나고 싶은 것이 사는 집이다. 안전하고 안정된 삶은 구속과 핍박을 받게 되고, 자유로운 삶은 외로움과 불안을 동반하기 쉽다. 어지간히 전생에 복을 닦아놓지 않고서는 안전하고 안정되면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가끔 아는 사람이 찾아와서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답 대신 차 한 잔 나누며 시간을 보내노라면 결국 자신의 삶의 자리로 돌아간다. 문득 문득 떠나고 싶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삶의 장소나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우면서 열심히 보람 있게 산다는 것은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정행품 경문을 보자.


“사는 집을 버리고 출가할 때면, 중생들이 출가에 장애가 없고 마음에 해탈을 얻기를 발원해야 한다.”


‘사는 집을 버리고 출가할 때면’에서 ‘사는 집’은 불교적 관점에서 네 가지가 있다. 1) 세속의 집으로 부모, 형제자매, 처자, 남편 등 친한 이들이 사는 집이다. 2) 번뇌의 집으로 오욕인 재물욕, 성욕, 명예욕, 수면욕, 식욕, 등 욕망과 관련된 번뇌에 안주하는 집이다. 충족하면 이익을 얻은 것 같고, 잃으면 손해를 본 것 같이 느낀다. 그러나 오욕과 같은 번뇌가 있으면 괴로움은 끝나지 않는다. 상실 속에서도 괴롭고 충족 속에서도 괴롭다. 3) 삼계의 집으로 해탈을 장애한다. 우리 중생은 욕계, 색계, 무색계의 삼계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수준을 바꾸어 가면서 윤회를 한다. 윤회를 하는 큰 틀의 울타리가 삼계의 집이다. 4)근본무명의 집으로 성불을 장애한다. 근본무명을 끊고 무명의 습기마저 모두 끊어 성불의 열매인 일체종지를 얻는다.


‘중생들이 출가에 장애가 없고’에서 ‘출가’란 역시 네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1) 몸만 출가하고 마음은 출가하지 않은 경우다. 몸은 스님인데 마음은 여전히 세속적인 욕망을 추구하고 있는 삶의 형태를 말한다. 출가자에게 보리심을 발하는 마음이 없어지면, 출가해 살더라도 삶의 목표가 세속적인 것이 될 수 있다. 2) 몸과 마음이 모두 출가한 경우다. 보리심을 발하고 충실하게 수행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형태를 말한다. 부처님 당시에 도의 결과를 얻었거나,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이후에 성취를 이룬 수많은 조사 대덕들,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수행자의 삶을 추구하는 모든 수행자들을 말한다. 3) 마음만 출가하고 몸은 출가하지 않은 경우다. 부처님 당시 인도의 유마거사나 중국의 방거사 한국의 부설거사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몸은 비록 세속의 거사 모습으로 있으나 마음의 경계가 이미 세속을 뛰어넘은 경우다. 세속인 속에서 모범이 되기도 하고 출가 수행자에게도 존경을 받는 수행자들이다. 4) 몸과 마음이 모두 출가하지 않은 경우다. 몸도 세속에 있고 마음도 세속적인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출가수행과는 상관없는 사람을 말한다.


‘사는 집’은 우리가 자연스럽게 집착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대상이다. 가족과 친족, 친구, 이웃 그리고 여러 가지 소유물들이 우리 집착의 대상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우리는 이런 대상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고 자유로워지려 하지도 않는다. 간혹 삶의 표면과 이면을 깊이 통찰하고 삶이 덧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선택하는 삶의 형태 중 하나가 출가다. 출가를 결심해도 우리 삶의 습관이 가지고 있던 다섯 가지 욕망과 그 대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려놓으려는 결심과 노력이 유지되어야 출가한 사람으로서 자기 정체성이 유지된다. 그리고 번뇌의 집을 벗어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불교 수행자의 목표는 열반과 성불이다. 근본번뇌인 탐내는 마음, 화내는 마음, 어리석은 마음, 거만한 마음, 진리를 의심하는 마음, 잘못된 견해를 유지하는 마음을 모두 끊고 더 이상 반복하지 않는 단계가 있다. 근본번뇌의 장애를 완전하게 넘어선 경지다. 삼계라는 집의 속박을 벗어나 더 이상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경지를 열반이라고 한다. 소승불교는 여기까지 안내하는 올바르고 수승한 가르침이다. ‘불장경’에서는 “소승을 먼저 배우지 않고 대승만을 배우면 올바른 불제자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소승과 대승은 우리가 성취해야 하는 수행목표의 과정일 뿐이다. 대승의 수행목표는 소승의 열반과를 포함하고 거기에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진사번뇌라는 분별과 성불을 장애하는 근본무명의 집을 벗어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도암 스님.

마음에 해탈을 얻기를 발원하는 것은 마음의 출가를 기본으로 한다. 몸이 출가를 했든 안했든 우리는 수행을 할 수 있다. 마음이 출가를 했다면 우리는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살아갈 수 있다. 재가자이면서 훌륭한 수행자로 살 수도 있고 출가자이면서 훌륭한 수행자로 살 수도 있다. 수행을 하는 이유는 수행이 괴로움을 줄이고 행복을 늘리는 훌륭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음을 줄이고 지혜를 늘리는 길이기도 하다. 이것을 모든 중생들이 함께 하는데 장애가 없기를 발원하는 것이다. 

 

도암 스님 송광사 강주 doam19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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