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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이 가야할 길

기자명 법보신문

혜가 스님이 달마 스님을 찾아갔다고 하지요. “스님, 마음이 너무 힘듭니다.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세요.” 그러자 달마 스님께서 물었다고 하지요. “그래! 그러지. 괴로운 그 마음을 내놓아 보거라. 그럼 내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마!” 혜가 스님은 자신의 괴로운 마음을 찾아보았으나 그 마음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괴롭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불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괴로운 마음을 만났을 때에 이런 방법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괴로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법문을 안심법문이라고 합니다. 이 안심법문은 2조, 3조를 거쳐 6조 혜능 스님에게 전해지고 그 제자스님들이  그 가르침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마음이 괴로울 때 이렇게 하라고 권하고 있는지? 나 자신도 이렇게 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싶습니다.


요즘 우리사회는 심리적으로 매우 고통 받고 있습니다. 괴로워서 스스로의 삶을 마치는 일도 세계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사회가 마음의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죽을 만큼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안심법문을 표방하는 조계종에서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을까요? 이것이 우리가 고민해야할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심리 치유의 붐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힐링’이라는 소리를 찾아 모여들고 그곳에서 마음의 치유를 얻어가고자 합니다. 그러나 정작 그것을 위해 평생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님들이 얼마나 손을 내미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생의 고통을 건지오리다’ 이것이 사홍서원에서 맨 먼저 나오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문소승이 아니라 대승보살의 길을 걷는다고 자부합니다.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수행을 한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의사도 6~7년을 공부하면 몸을 다룹니다. 10년, 20년, 30년을 넘게 준비하고도 수술실의 칼을 들지 못한다면 그는 의사의 길을 걷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사실은 아직 의사가 되지 못한 것이지요. 스님은 재가자의 고통을 듣고 안심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야 합니다. 이것이 스님의 의무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치유의 의사를 찾고 있습니다. 이제 오래도록 이 공부를 해 오신 전문가인 스님들이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일 때입니다. 당신들이 연습한 안심법문으로 말입니다. 요즘 마음을 치유하는 곳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대부분 재가자이거나 목사 신부님입니다. 그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강의하고 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불교계에서는 마가 스님, 정목 스님, 법륜 스님, 혜민 스님 정도입니다. 그 분들 덕에 그래도 마음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타종교의 가르침에 가는 발걸음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뛰어난 의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도 조금 아프면 작은 병원부터 갑니다. 실제 작은 병원들이 더 많은 환자들을 치유해주고 있습니다. 10년 이상 공부한 스님들은 포교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시은을 갚아야 합니다. 그래야 중생과 함께 가는 대승불교의 보살의 길을 걷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법을 포기하고 어찌 불교세가 준다고 말할 수 있는가요.

 

▲하림 스님
걱정하는 사이에 한 마디라도 불자의 소리를 듣고 잠시라도 불자의 눈을 맞추고 잠시라도 함께 울고 웃어준다면 이것이 소의경전인 금강경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 국민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조금씩 조금씩 보살의 길을 걸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시절인 것 같습니다. 모두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림 스님 whyhar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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