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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특혜판결의 모순들

  • 기자칼럼
  • 입력 2013.07.15 18:34
  • 수정 2016.05.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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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교회 지하 예배당 신축을 둘러싸고 10개월간 이어졌던 법정공방이 각하 판결로 일단락됐다. 재판의 핵심인 도로점용 허가처분의 위법성 문제는 다뤄지지도 못했다. 재판부가 판결을 미루면서까지 구성한 전문심리위원단의 법적 자문은 재판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애초부터 시간끌기를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는 비난마저 일고 있는 형국이다. 원고 측인 서초구 주민들, 그리고 재판을 지켜보던 국민들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재판부가 소송 적격을 가늠할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공공도로의 영구 혹은 장기 점용 의도’에 대한 판단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사랑의교회 지하예배당 설계도면의 확인절차가 생략된데 따른 것이다. 사랑의교회가 서초구로부터 공공도로 지하 점용허가를 받은 기간은 2019년 12월31일까지다. 기간 이후 원상회복을 전제로 하되 어려울 경우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10년만에 원상복구해야 할 건축물을 2천억원을 투입해 건립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더욱이 원상복구 가능성 여부는 도로의 영구점용 의도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원고측은 지속적으로 재판부에 설계도면의 확인을 주장해 왔다.

 만약 설계도를 통해 영구점용 의도가 확인된다면, 해당 사안은 재산의 관리·처분에 대한 사항으로써 당연히 주민소송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설계도면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소 각하 판결을 내리는 의아한 행보를 보였다.

애초 서초구 주민들은 “시민의 재산인 공공도로 지하에 교회예배당이 건립된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바로잡고자 했을 뿐이다. 그러나 벌써 3년째 지루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으며, 소송이 제기된 후에도 판결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런 중에도 정작 문제가 된 사랑의교회 예배당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사랑의교회 지하예배당은 골조공사를 마무리하고 지상공사에 착수, 올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결국 서초구 주민들은 법정에서 예배당의 위법성을 가리는 중에도 건물이 완공되는 모습을 손 놓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사랑의교회와 서초구청은 이번 판결로 마치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인정받은 양 고무된 분위기다. 사랑의교회는 홈페이지에 “의혹 해소의 계기가 됐다”는 공지를 띄웠으며, 서초구는 “도로점용허가처분이 적법하다고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번 판결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은 일체 없었음에도 발 빠르게 확대 해석해 홍보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서초구와 사랑의교회가 크게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해당 사안이 이미 서울시로부터 “위법한 행정처분”이라는 판단을 받았다는 사실 말이다. 서초구는 지난해 6월 서울시 감사를 통해 사랑의교회에 내준 도로점용 허가 처분의 위법성을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사랑의교회 예배당 건립을 위한 서초구의 점용허가는 법령의 취지나 내용에 맞지 않는 위법 부당한 처분”이라며 서초구에 사랑의교회 도로점용허가를 취소하고 관련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 재판은 서초구가 서울시 조치에 불복함에 따라 법적으로 강제하기 위해 제기된 소송이다.

▲송지희 기자
 

원고측이 항소를 제기하고 위법성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보류된 상황에서 ‘서울시 감사’ 결과는 여전히 효력을 지닌다. 해당 감사 결과에 대한 서울시 직권명령의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주민소송으로 서초구 주민들의 권리를 구제받지 못한다면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 거대 종교권력과 지자체에 맞서 시민의 권리를 주장하는 일이 이토록 어렵고 지난한 과정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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