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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영 칼럼 - ‘주택월세제 전환’ 괜찮나

기자명 법보신문

서민고충 가중…대출제 보완부터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다. 새 봄이 왔지만 봄의 흥취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처지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한국에서 집없는 사람에게는 이사철인 봄은 고통스런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업계의 사정을 보면 무엇보다도 집없는 사람들의 설움이 얼마나 고질적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집주인들이 종전에 전세로 놓았던 것을 월세로 전환시키면서 “싫으면 나가달라”는 식이 되고 있다.

수천만원의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면 은행금리보다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원리대로 우리나라에서도 은행금리가 연 6%선대까지로 낮아짐에 따라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훨씬 이득으로 된 것이 사실이다. 전세금을 은행에서 찾아 세입자에게 되돌려주고 월세로 전환시키면 은행금리 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경우 적용되는 금리는 월 2%가 관습처럼 되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이런 금리는 연 24%에 해당되는 고리채와 같다.

지금까지 한국의 주택임대차 제도(전세, 월세)는 선진국에 비하면 참으로 야만적이었다. 솔직히 ‘제도적인 착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미 선진국에서는 평생동안 거의 한 번도 손에 쥘 수 없는 거액의 돈이 한국에서는 ‘전세금’으로 보편화되어 자리잡고 있었다. 웬만하면 수천만원이고 몇 억대의 전세금이 허다하다.

더군다나 결코 길지도 않는 전세기간이 지나면 느닷없이 전세금을 대폭적으로 인상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계 은행들이 주택만 있으면 쉽게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으니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지 않는 집주인은 오히려 시대낙오자로 평가되기 쉽다.

무엇보다도 지금과 같은 주택임대차 제도는 남북통일에 앞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 후진적인 제도이다. 개인의 부동산 소유가 인정되지 않는 북한 사람들이 통일 후 감당해야 할 전세나 월세를 생각하면 참으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북한의 평화통일은 정치적·추상적으로 접근하던 시기는 지났다. 법제도적·경제적·사회문화적 해결방안이 어느 때 보다도 절실한 상황이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같은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경우를 우리는 경험적 사례로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한국형 임대차제도’는 어떻게 고쳐져야 하는지 답이 나온다. 민간 건설업체가 짓는 모든 아파트는 우선 50% 이상이라도 영구임대주택으로 지정하며, 전세가 아닌 월세를 받도록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 물론 선진국처럼 세입자의 직업이나 월수입 등을 확인하여 입주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입주한 세입자에게는 평생동안 그 집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주택수리 등 저당한 사유가 없는 한 함부로 내보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한 월세의 인상율도 엄격히 제한하여 계약 갱신때는 받던 월세의 10% 이상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주택임대사업자에게는 엄격하게 세금을 징수하여야 한다. 임대차계약서를 2중으로 작성하는 경우는 엄격히 처벌하도록 한다. 그리고 개인의 부동산 상속에 대해서는 시가의 60% 정도를 세금으로 거두어 들여야 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에서도 부동산 투기가 사라질 수 있고, 상속세 포탈을 위한 위장상속도 없어질 것이며, 서민들의 전세·월세금 마련 때문에 겪는 ‘제도적인 고통’도 해결될 수 있다. 꼭 자기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30∼50년 동안 분할 상환하는 장기저리의 주택자금 대출제도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임대차제도가 유지된다면 주택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주택구입을 위해 고생하다가 가야하는 야만의 늪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새 봄과 함께 모든 중생은 “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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