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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불난 집

기자명 법보신문

재산은 죽으면 사라져
인색함과 자만이라는
번뇌로 불붙은 마음서
탈출해 보시공덕 쌓아야


‘법화경’에 ‘불난 집’이란 아주 유명한 비유가 있다. 불난 집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아버지인 장자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레를 주겠다는 말로 위험에서 구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불난 집이란 바로 우리가 사는 욕망의 세계를 말한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비유인 ‘불난 집’은 ‘법화경’의 비유와는 다르다.

 

이 비유는 Saṃyutta Nikāya 1권에 나오는 비유이다. 그 내용은 보시의 공덕에 대한 것이다. 이 비유는 어떤 천신(devatā)이 부처님 앞에서 읊은 것인데, 그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집에 불이 났을 때, 가구를 꺼내어 태우지 않는 것, 그것이 이로운 것이라네. 이처럼 세상이 늙음과 죽음으로 불탈 때, 보시로써 불난 세상에서 자신을 꺼내어라. 불난 세상에서 자신을 잘 꺼내는 것은 바로 보시라네.”


불교는 기본적으로 자기 수행을 가장 중요시 한다. 그런데 이에 못지않게 강조하는 것이 바로 ‘보시행’이다. 보시는 단순히 다른 사람에게 재물을 나누어 주는 행위가 아니다. 불교에서 보시는 ‘수행’의 한 방편이다. 보시가 수행의 한 방편인 이유는 ‘인색함’이란 번뇌를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가 이 만큼 보시했다’라는 자만을 갖게 되면, 보시의 공덕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계속해서 이 시에서 천신은 보시를 하게 되면 ‘행복한 결과(sukhaphalaṃ)’를 얻지만, 재물을 보시하지 않고 인색하여 쌓아두기만 하면 도둑이나 왕(국가)에게 빼앗기거나, 불타 없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용이기도 한데 “육체(sarīraṃ)는 재산과 함께(sapariggahaṃ) 결국은 버려진다네.”라고 읊는다. 재산이란 결국 우리가 육체를 갖고 있는 동안에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재산이란 육신의 소멸과 함께 쓸모가 없어져 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천신의 말은 어떤 재물이라도 남에게 빼앗기거나 자신의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말지만, 보시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 보시로 인한 공덕은 누가 빼앗아 갈 수도 없으며, 육체적 죽음으로 인해 사라지는 것도 아니란 의미이다.


더구나 보시로 인해 늙음과 죽음으로 불타는 이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늙음과 죽음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해탈, 혹은 열반을 의미한다. 그런데 보시의 공덕으로 해탈 혹은 열반을 얻는다는 사고는 대승의 사고방식이다. 물론 이 시에서 보시가 곧 해탈이나 열반을 초래한다는 의미를 읽어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훌륭한 수단으로서 인식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결국 대승의 견해가 이렇듯 초기경전에서도 그 맹아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하는 만큼, 내가 갖고 있는 재산 역시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재산에 대한 그릇된 견해로 인해, 내 것이라는 집착을 하게 된다. 재산에 대한 집착의 정도가 커질수록 나누지 못하여 인색함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요,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재산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인색함과 욕망은 자신을 묶어버리는 속박이 된다. 그래서 결국 길고 긴 윤회의 수레바퀴 속에서 고통을 더하게 될 뿐이다.

 

▲이필원 박사

불교에서 보시행은 단순히 재산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다. 보시는 수행의 한 방편이자, 고통을 벗어나는 유용한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수행의 한 방편으로 보시행을 닦는 다면 그 결과는 천상에 태어나는 과보를 넘어, 해탈의 성취도 가능케 할 것이다.


이필원 동국대 연구교수 nikay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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